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윤창원 기자국회에서 SK텔레콤 유심(USIM) 해킹 사태와 관련한 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은 미국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해 뭇매를 맞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30일 청문회를 열고 유영상 SKT 대표이사 등을 불러 최근 논란이 된 유심 해킹 사태를 추궁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SKT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의 불안이 매우 크다. 2300만 가입자의 개인정보와 통신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SKT가 24시간 이내 신고 의무를 어겼다는 지적과 함께 유심 교체 등 사후 대처 과정에 있어서도 매우 미흡한 모습을 보여 국민의 신뢰가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대표는 "초기 대응에 있어서 미숙한 점이 많았던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지금의 상황을 돌려놓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건이 통신사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라는 데 동의하느냐"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말했고, "도저히 털릴 수 없는 게 털렸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라는 이어지는 질문에도 "예"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태로 인해 가입자가 서비스를 해지할 경우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라며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도 쏟아졌다. 이에 유 대표는 "종합적으로 검토를 해서 확인해 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용자 보호의 주무부처인 방통위도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다만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미국 출장을 이유로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고, 김태규 방통부위원장이 대신 출석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SKT 해킹 사태는 (이진숙 위원장이) 해외 출장 나가기 전에 터졌다"며 "해외에 있다가도 들어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도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불안이 극에 달한 중차대 시기에 이 방통위원장은 한가하게 미국으로 출국하며 자리를 비웠다"며 "국민에 대한 책임 방기이며 명백한 직무 유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방통위원장은 즉각 귀국해 사태 수습과 방지에 나서야 한다.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힘쓸 것을 거듭 강조한다"며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엄중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윤창원 기자노종면, 이진숙 동문서답에 고함…펜까지 던져
지난 28일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 위원장은 다음 달 3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의 미국 출장 주요 일정으로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브랜던 카 신임 위원장과의 면담, 글로벌 기업·방송통신 분야 스타트업과 간담회 등이 있다.
특히 방통위원장이 FCC를 찾는 건 지난 2016년 이후 약 9년 만이다. 이번 방문은 브랜던 카 FCC 위원장이 초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이번 FCC 방문에서 논의할 의제로 ▲재난방송 및 공공 안전 ▲불법 스팸 및 로봇 콜 차단 ▲AI 관련 정책 공조 ▲지역 방송 발전 방안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이번 사태와 맞물려 이 위원장과 민주당 노종면 의원간 과거 논쟁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과방위 회의에서 노 의원은 이 위원장의 무책임한 발언 탓에 불필요한 일정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출장에 무려 6400만 원의 예산이 들어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노 의원은 "FCC 위원장을 만나면 조직 간 교류를 합의해 오느냐"라고 물었지만, 이 위원장은 "브랜던 카 FCC 위원장이 취임 직후, 만났으면 좋겠다는 이메일을 보냈다"라고 동문서답했다.
그러자 노 의원은 "합의해 옵니까? 합의해 옵니까? 경위를 묻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더니 급기야 "기본이 안 되어 있네"라며 고함을 쳤다. 이에 이 위원장은 "고함치지 마십시오. 저 다 듣고 있습니다"라고 받아치는 등 서로 설전을 벌이다 노 의원이 펜을 던지고 회의장을 나가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