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 후보가 무죄를 확정 받으면 사법 리스크를 털고 대권 가도에 탄력을 받게 된다. 반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될 경우 대선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례적인 대법원…전합 9일 만에 초고속 선고
두 차례의 합의기일을 거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다음 달 1일 오후 3시 이 후보 사건에 대한 상고심 결론을 선고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건을 전합에 회부한 지 9일 만에 초고속 선고가 이뤄지는 것이다. 사건 접수일로부터는 34일 만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에 이 후보 사건을 "매듭지으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사건을 두고 약 2년 반 동안 검찰과 이 후보 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1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란 중형이 선고됐지만, 2심은 이같은 판단을 모두 뒤집고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후보 사건을 넘겨 받은 대법원은 속도를 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 배당한 후 바로 전합에 회부해 당일에 첫 합의기일을 진행했다. 이틀 뒤인 24일에는 두 번째 합의를 열었다. 관례를 벗어난 속도에 평소 신속 재판을 강조하던 조 대법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조 대법원장은 이번 전합 사건의 재판장이기도 하다.
전합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1명과 조 대법원장이 참여한다. 선거법 사건인 만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노태악 대법관은 자진 회피했다. 12명 중 7인 이상이 동의하는 다수의견 쪽으로 결론이 난다.
대법원은 이 후보가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방송 등에서 대장동 핵심 실무자였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을 모른다'고 한 발언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한 발언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원심의 무죄 판단이 옳은지 등을 따져 최종 판단을 내린다.
무죄 확정일까, 파기환송일까? 파기자판 가능성은↓
연합뉴스대법원이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후보는 무죄를 확정 받게 된다. 이 경우 이 후보는 오는 6월 3일 대선 전까지 사법 리스크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이 직접 선거법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사안 자체도 복잡하지 않아 상고 기각을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반면, 대법원이 2심의 무죄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 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이 열리며,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판단을 수용해 이 후보에게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법조계에서는 원심판결을 깨고 스스로 선고형을 정하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실무적으로 극히 예외일 뿐 아니라 사실관계를 따지고 법 적용을 판단하는 사실심이 아닌 법리적 쟁점을 다루는 법률심이라는 상고심 특성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분석한다. 더욱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양형을 따지지 않아 대법관들이 직접 양형을 검토해 선고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만장일치 결론 나올까…李 "법대로 하겠지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이 후보 사건을 두고 대법관들이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갈릴지, '만장일치'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한 법조계 인사는 "대법원이 사회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만장일치를 끌어냈을 것 같다. 소수 의견이 나온다면 끊임없이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선을 앞두고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인 만큼 대법관들이 최대한 숙의를 거칠 것이란 시각이다.
헌법 84조에 대한 판단이 담길 지도 주목된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은 내란·외환 외에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정한다. 만약 파기환송 결론이 나온다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재판을 계속할 수 있을지 헌법 84조를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하다.
결론과 무관하게 대법원이 전합 판결에 사회적 갈등을 줄여주려는 의도로 해당 조항에 대한 해석을 담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현직 판사는 "헌법 84조에 대한 설시가 있을지가 중요해 보인다. 관련 내용이 담기면 법원 전체적으로 혼란이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봤다. 대법원이 이토록 속도를 내는 배경과도 무관치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편 이 후보는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공판을 마치고 나와 '선고일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법대로 하겠지요"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