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한동훈 후보가 진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대선 최종 결선에 반탄(탄핵 반대)파 김문수 후보와 찬탄(탄핵 찬성)파 한동훈 후보가 올랐다. 한 후보가 중도 보수 진영 표(票)를 모으면서 상승세를 탄 흐름이 29일 2차 경선까지 이어진 결과다.
다만 당 안팎에선 한 후보가 배신자 프레임을 뚫고 2차 경선에선 이겼지만 찬탄 대(對) 반탄 구도가 더욱 선명해진 만큼 결선 승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게 나온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후보가 되더라도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경선이라는 최종 시험대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욱 물음표가 붙는다.
한동훈, 조직표 없이 상승세 탔지만…당심 아직도 안갯속?
경선 레이스 초반 3위권에 머물던 한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선 불참 이후 급격하게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CBS노컷뉴스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진행한 무선ARS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후보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김문수 후보와 동률(16%)을 기록하며 공동 1등으로 올라섰다.
지지율 추이를 보자면 한 후보의 상승세와 김 후보의 하락세는 보다 선명하다. 갤럽 4월 2주차부터 4주차 조사에서 장래 지도자 선호도를 무선 전화면접방식으로 물은 결과, 한 후보는 4%→6%→8%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김 후보는 9%→7%→6%로 내리막길을 걷는 흐름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문수, 한동훈 후보가 제21대 대통령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로 확정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선에서 탈락한 안철수, 홍준표 후보와 함께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당심 50%, 민심 50%라는 경선 룰과 지역구 의원들의 지지가 김 후보에게 몰린 점을 고려한다면 한 후보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당심(黨心)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한 후보 측에서는 친윤계가 당심을 장악하고 있는 데도 이같은 불리한 지형을 극복한 배경에는 "민심 덕분"이라는 자평을 내놓기도 했다. 한 후보는 이날 경선 결과가 나온 뒤 취재진에게 "저는 시대정신을 받아내는 방식과 지향점을 말씀드렸다. 많은 국민들이 (여기에) 공감해 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한 후보가 최종 승리자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경선 투표율이 지난 대선 경선과 비교해 낮은 것 역시 한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석열·홍준표 당시 경선 후보가 맞붙었던 지난 2022년 당원 투표율은 63.89%를 기록했다. 이번 2차 경선 당원 투표율은 51%에 그쳤다.
국민의힘 한 다선의원은 "한 후보가 당심에서 지지율을 올린 게 아니라 당심이 아직 덜 움직인 것"이라며 "한 대행과의 단일화 경선 이슈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 당원들은 단일화에 우호적인 후보에게 확실하게 쏠리기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수 된 한덕수 단일화…한동훈은 지도부와 신경전
제21대 대통령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로 확정된 김문수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김·한 후보의 입장 차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여부뿐 아니라, 한 대행과의 단일화 경선을 놓고도 평행선을 달린다.
김 후보는 이날 한 대행과의 단일화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제가 답을 드리는 것 자체가 너무 앞서가는 거 같기도 하고 당에서도 또 생각 있으실 것이니 차차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당심을 의식해 김문수·한덕수의 합성어인 '김덕수' 캠페인을 해오기도 했다.
반면 한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고민 전혀 없다. 국민의힘의 치열한 경선이 룰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다른 후보들도) 치열한 과정을 통해 여기까지 오셨다. 갑자기 (한 대행이) 들어와서 이렇게 경선한다? 우린 전통이 있고 룰이 있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경선 내내 '시스템'을 강조하며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당심을 의식해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언급을 하면서도 단일화 경선에 대해 "패배주의"라고까지 언급해 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한 대행과의 빅텐트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재명 후보와 대항하기 위해서는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도 "빅텐트를 크게 치고 그 안에 많은 사람이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것이 당 지도부의 역할이다. 궁극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한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될 경우 단일화 경선을 받아들이더라도 '룰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나온다. 당정 갈등 과정에서 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이 다시 부각될 수도 있다.
또다른 국민의힘 다선의원은 "'제가 계엄했느냐'고 따져 물은 한 후보를 잊지 못하는 의원들이 대부분"이라며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계속 선만 긋다 보면 의원들이나 당원들이나 입장을 바꿀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