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상호 관세'가 다음달 2일 베일을 벗는 가운데 참모진들은 31일(현지시간)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짓기 위해 여러 옵션을 두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는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비관세 장벽을 모두 고려한 '맞불 관세'의 성격이 짙은데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가장 큰 무역 조치가 될 것으로 보여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토론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시사했듯이 무역 상대국에 개별 관세율을 부과할 것인지, 아니면 대선 공약처럼 모든 국가에 '보편 관세'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참모진 일부는 최대 20%의 보편 관세 부과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게 무역 적자를 안기는 국가에게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상호 관세'와 관련해 "훨씬 더 관대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참모진에게는 더 광범위한 국가에 더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안하도록 독려하는 등 '양동 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WSJ는 "상호 관세가 정확히 어떻게 될지는 불분명하지만, 최종 조치는 무역 상대국의 15%(더티 15)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계획보다 더 광범위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상호 관세 이외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중요 광물과 이를 포함하는 제품 등에 산업별 특화 관세 부과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산업별 관세를 상호 관세와 함께 발표할지는 불분명하지만,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관련 내용을 무역정책검토 문서에 넣어 다음달 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4월 2일엔 상호 관세뿐 아니라 캐나다·멕시코에 예고한 25% 관세도 추가 유예 조치가 없다면 부과된다. 다음달 3일 자정을 기해서는 미국의 모든 수입차 및 부품에 대한 25% 관세도 효력을 발휘한다.
'펜타닐 유통'을 고리 삼아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대해 부과한 국가별 관세와 철강·알루미늄·자동차 품목별 관세에 이어 '상호 관세'까지 확정되면, 취임 이후 천명해온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은 정점을 향해 치달을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 관세' 부과와 관련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 유통'과 관련해 캐나다·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는 데 사용한 것과 동일한 법률이다.
일각에서는 '상호 관세'에 이를 적용할 경우 추후 법정에서 뒤집힐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IEEPA의 광범위한 적용을 행정권 남용으로 간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은 "IEEPA 비상권한은 실제로 적과 악당 등을 상대로 사용하도록 설계됐다"며 "무역 권한은 헌법에 따라 의회에 부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달 2일 상호 관세를 발표한 뒤 각국과 본격적인 양자 무역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입장에서 8번째로 무역적자가 큰 국가인 한국도 상호 관세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우리 정부도 상호 관세의 구체적 내용을 보고 미국과 추가 협상을 통해 피해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