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 띄우는 민주…커지는 '이재명 방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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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박희승 의원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
허위사실공표죄 삭제…당선무효형 기준 올려
민주당 "李와 무관해" 입장에도 향후 재판 위한 포석 지적
한동훈 "이재명 구하겠다는 아부성 법안" 비판
민주당 '기소시 당직 정지' 당헌 80조도 개정한 바 있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민주당이 선거법 처벌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방탄'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해당 개정안이 이 대표 재판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를 통해 재판 불복 여론을 키우고, 향후 재판 대응에 나서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은 여전하다. 여기에 해당 법 개정 추진이 항소심 재판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허위사실공표죄 삭제' 개정 추진…당선무효형 기준도 올려

21일 민주당에 따르면,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이 대표 선고 하루 전과 당일인 14일과 15일 각각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연달아 발의했다. 14일 개정안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를 삭제하는 내용이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주장을 사법부의 판단이 아닌 유권자의 검증을 통해 확인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15일 발의된 개정안에는 피선거권 박탈과 당선무효형 기준을 현행 벌금 1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에서 발 의원은 "양형에 대한 판사 개인 간의 편차에 따라 당선무효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비슷한 시기 이 대표도 공직선거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선거운동 자유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며 "지나친 규제와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법 적용은 정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기능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해당 축사가 이 대표 선고 전인 14일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권을 중심으로 '방탄' 지적이 쏟아졌다.

민주당 "이재명과 무관" 입장이지만…향후 재판 대응 위한 '포석' 지적




해당 개정안 추진은 이 대표 재판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실제 선거관리위원회도 그렇고, 정치권과 전문가들이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불합리한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도 제출됐던 것이고, 22대 국회에서도 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의 개정안 부칙에는 해당 법 시행 전 사건은 종전의 규정을 따른다는 점이 포함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거법 개정 움직임이 결국 이 대표 재판에 대한 '불복(不服)' 여론을 키우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법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이 대표 선고 결과에 대한 반발을 제도적으로 공론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박 의원은 개정안 발의 배경에 "경쟁 후보자에 대한 중상모략, 인신공격 목적이 아닌 공직 적격성에 대한 의혹 검증을 위해 확인하는 경우까지 낙선 목적의 허위사실공표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선거법 개정 움직임이 향후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국회 다수당이 밀어붙여 개정안을 통과시킬 경우,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의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법 개정까지 이뤄진다면 형량이 대폭 떨어질 수도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고 공론화가 필요한 영역일 것"이라면서도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접근법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대표 비호(庇護)에 나섰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판결 결과를 국회의 힘으로 바꿔보겠다는 발상"이라며 "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려서라도 이 대표를 구하겠다는 일종의 '아부성 법안'"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민주당이 방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민주당은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될 경우, 사무총장이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를 폐지했다. 당시 검찰이 증거를 조작하는 등 '정치수사'에 나섰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게 민주당 입장이었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 '맞춤형' 개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재판 1심 선고를 앞두고 '여론전'에도 나선다. 당은 23일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제4차 국민행동의 날' 장외집회에 참여한다.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집회에 총출동해 윤석열 정권에 대한 규탄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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