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모자 필수"…시위에 나선 여성들은 왜 얼굴을 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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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서울여대, 시위 참여자에게 마스크 착용 권고
2018년 혜화역 시위·딥페이크 규탄 시위서도 비슷한 현상
전문가 "혐오공격·외모품평 피하기 위한 여성의 생존법"
일부 커뮤니티서 동덕여대 학생 외모 조롱 이뤄지기도
"인터넷에 '학생 신상 털겠다' 글 게재돼"

19일 오후 서울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서울 노원경찰서 앞에서 '성추행 의혹 교수'의 고소에 반발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주보배 기자19일 오후 서울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서울 노원경찰서 앞에서 '성추행 의혹 교수'의 고소에 반발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주보배 기자
"학우분들께 되도록 마스크 쓰고 시위에 참여하시라고 권고하고 있어요."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발한 학생 시위를 진행한 동덕여자대학교(동덕여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에게 얼굴 노출을 조심하라며 마스크를 배부했다. 총학 관계자는 지난 1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도 "시위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얼굴 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뿐만이 아니다. 지난 19일 서울여자대학교(서울여대) 학생들은 서울 노원경찰서 앞에서 성추행으로 학교 징계를 받고도 이를 대자보로 비판한 학생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교수를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를 주최한 학생들은 참여자들에게 '되도록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한 채로 모여 달라'고 권고했다.

여성이 주축이 된 시위에서 '얼굴을 가리는 현상'은 2018년 혜화역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지난 9월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에 분노해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진행된 규탄 집회에서도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러한 현상은 혐오 공격 등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권김현영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기획연구위원은 "최근 젊은 여성들이 주축이 된 시위에서 얼굴을 가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런 형상이 대두됐던) 초기에는 '마스크 시위', 즉 익명성에 대한 강박이 정치적으로는 적절히 대표되지 못할 수 있단 시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 딥페이크 성 착취물, 불법 촬영 같은 문제가 나오면서 여성들이 얼굴을 드러내면 일상에 실질적 위협이 생길 수 있단 걸 알게 됐고, 이에 정치적 전략이 아닌 생존법으로서 (얼굴을 가리고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여성들이 온라인상에서 외모 품평, 조롱 등의 대상이 될 우려에 얼굴 노출을 꺼린다는 분석도 나왔다. 창원대 철학과 윤김지영 교수는 "시위를 통해서 정치적 주체로 나오는 상황에서도 얼굴을 가린다는 것은 여성에게 얼굴을 드러낸다는 것이 이 정보사회에서 얼마나 큰 위험 부담인지를 가늠하게 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여성의 얼굴은 즉각적인 외모 품평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성적 대상화의 주요 표적이 된다"며 "얼굴 사진이 인터넷 공간에 한 번 유포가 되면 전국적인 차원에서 '사이버불링(cyberbullying)'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신상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동덕여자대학교 학생들이 '남녀 공학 전환' 등 안건에 대한 학생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주보배 기자 지난 20일 동덕여자대학교 학생들이 '남녀 공학 전환' 등 안건에 대한 학생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주보배 기자 
실제로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서는 지난 18일 일부 동덕여대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진에 대해 외모를 품평하고 조롱하는 내용의 댓글이 게재됐다. 이에 더해 반여성주의 단체인 신남성연대는 '동덕여대 공학 전환 환영하고 페미니즘을 규탄하겠다'는 취지로 4주간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는 지난 14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선 "지금 여대는 꼴페미사관학교"라며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의 사진을 공개하고 외모를 조롱하기도 했다.

동덕여대 제57대 총학생회 '나란'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지난 20일 학생총회에 모인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배부한 이유를 묻자 "지금도 제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고 우리 학교 학생들을 향해서 '신상을 털겠다'는 인터넷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을 보호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받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답했다.
 
성추행 의혹을 받는 교수를 규탄하는 시위를 주최했던 서울여대 재학생 A씨는 "시위를 주최한 서울여대 동아리 '무소의 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시 시위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발언을 했던 학생 사진과 함께 외모를 조롱하는 메시지를 왔다"며 "공식 SNS에도 이런 메시지가 오는데 인터넷 커뮤니티, 오픈 채팅방 등에선 더 심각한 수위의 비방과 조롱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남녀공학 전환을 두고 학교 측과 학생 간 갈등이 고조됐던 '동덕여대 사태'는 학교 측이 공학 전환 논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하면서 소강상태에 접어 들었다. 동덕여대 대학본부는 전날 오전 11시부터 총학생회와 3시간에 걸친 면담을 진행한 뒤 "다음 주 월요일에 학교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한다는 전제로 (총학생회 측과) 본관을 제외한 강의실 봉쇄 해제, 수업 재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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