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폰 빼앗은 대통령 '심기' 경호처…법조계도 "무리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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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처, 소속도 안 밝히고 휴대전화 뺏어 삭제 시도
① 경찰은 건조물침입 혐의 적용 검토
기자가 취재한 곳은 골프장과 맞닿은 시민들 산책로
법조계 "자유롭게 출입하는 곳이라 혐의 적용 불가"
②휴대전화 촬영에 경호처 "위해 행위" 주장
법조계 "촬영이 위해 행위? 물리적 위해 방지에 국한돼야"
③소속 숨기고 휴대전화 강탈…"경호처, 강요죄 여지"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을 취재하는 CBS노컷뉴스 기자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경찰에 신고한 대통령 경호처 직원의 행동에 대해 경호처는 '대통령 경호행위'라고 해명했지만 법조계에선 "무리한 대응"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이용한 취재 활동을 대통령경호법상 '위해(危害) 행위'로 보기도 어렵고, 경찰이 적용을 검토 중인 건조물 침입 혐의도 마찬가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오히려 경호처 직원이 소속도 밝히지 않은 채 휴대전화를 빼앗고 삭제를 시도한 것에 대해 강요죄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尹골프' 취재기자에 접근…폰 뺏고 삭제 시도한 경호처 직원

2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 취재와 관련해 대통령 경호처와 경찰의 대응을 둘러싼 법적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대통령 경호처 직원이 소속도 밝히지 않은채 휴대전화를 빼앗은 행위를 '대통령 경호행위'로 볼 수 있는지, 두 번째는 경호처 신고에 따라 경찰이 해당 기자에게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앞서 CBS노컷뉴스 기자는 지난 9일 오후 1시쯤 서울 노원구 태릉체력단련장(이하 골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을 취재했다.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친 이날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으로 대국민사과를 한 날로부터 이틀 뒤였다.

윤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에 대한 취재가 이뤄지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을 앞두고 8년 만에 골프 연습에 나섰다'고 홍보했지만, 곧장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트럼프 당선은 이달 6일에 정해졌는데, 윤 대통령이 지난 2일과 지난달 12일 등 그 이전부터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특히 이 시점은 각각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대통령의 통화 육성 녹취 공개, 북한의 도발 직후였다.
취재 과정에서는 더 큰 문제가 불거졌다. 기자는 골프장 2번 홀과 맞닿은 산책로에서 윤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을 취재하고 있었다. 이곳은 평소 시민들이 산책하는 길이었고, 이날은 단풍 놀이를 즐기는 시민들이 있었다. 한 시민은 "올해 단풍은 전보다 못하다"고 기자에게 말하기도 했다.

이 산책로에서 취재 중인 기자에게 소속을 밝히지 않은 이들이 다가 오더니 동의 없이 기자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사진 삭제를 시도했다. 당시 기자는 경호처 직원에게 소속을 알려달라고 말했지만, 해당 직원은 소속을 밝히지 않은 채 "초상권을 침해당했다"고 휴대전화를 뺏었다. 이러한 내용은 기자의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녹음됐다.

이후 뒤따라 온 한 남성은 경호처 소속임을 밝히더니 골프장 내부를 촬영한 행위가 대통령에 대한 '위해'라고 주장했다. 현행 대통령경호법에서 '경호'는 경호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신체에 가해지는 위해(危害)를 방지하거나 제거하고, 특정 지역을 경계‧순찰‧방비하는 등 모든 안전 활동이라고 정하고 있다.

"골프장 촬영, 대통령 위해 아냐"…휴대폰 강탈, 강요죄 여지도

지난 9일 서울 노원구 태릉체력단련장(태릉CC) 일대 교통통제하는 경찰, 정문을 통과하는 대통령실 차량 행렬. 김세준 크리에이터 지난 9일 서울 노원구 태릉체력단련장(태릉CC) 일대 교통통제하는 경찰, 정문을 통과하는 대통령실 차량 행렬. 김세준 크리에이터 
하지만 법조계에선 당시 기자의 취재 활동을 경호 대상자에 대한 위해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대통령의 안전에 위해를 끼칠 만한 장비를 사용했다면 (경호처 직원이) 안전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휴대전화 또는 카메라가 위험한 물건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경호처의 활동은 물리적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활동에 국한돼야 하고, 대통령의 정신적인 위해를 보호하려고 활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심각한 사안으로 꼽히는 경호처 직원이 소속을 밝히지 않고 기자의 휴대전화를 빠앗고 사진 삭제를 시도한 행위에 대해선 '폭행 또는 협박으로 누군가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원곡 법률사무소의 최정규 변호사는 "기자는 휴대전화를 뺏은 사람이 일반 시민인지, 대통령 경호처 직원인지 알 수 없다"며 "소속을 밝히지 않고 휴대전화를 뺏은 행위는 형법상 강요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특별사법경찰관이라고 해서 적법한 공무집행 절차를 면제해주는 건 아니다"라며 "(불심검문 시 경찰관이 소속을 밝히도록 정한) 경찰관 직무집행법 자체가 바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불심검문 시 소속을 밝히는 것은 행정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라고 지적했다.

경호처 직원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국대학교 법학과 장철준 교수는 "공권력을 사용하려면 본인 신분을 드러내는 게 당연한 원칙"이라며 "기자가 수상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들고 있어서 수색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데도 휴대전화를 빼앗았다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원칙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기자는 해당 남성들이 뒤늦게 경호처 소속임을 밝히고 공무 집행 중임을 설명하자 이에 협조했다. 그럼에도 경호처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호처는 경호법 위반을 주장했지만 경찰은 해당법 적용은 어렵다는 취지로 말하더니 기자에게 건조물 침입 혐의로 임의동행을 요청했고 기자도 이에 따랐다.

경찰은 건조물침입죄로 내사…실제 혐의 적용 어려울 듯

대통령경호처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 김세준 크리에이터대통령경호처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 김세준 크리에이터
하지만 법조계에선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취재가 이뤄진 공간은 윤 대통령이 찾은 골프장 내부가 아닌 이곳과 맞닿은 산책로이고, 일반 시민들도 오갈 정도로 출입이 통제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기자의 취재 행위를 '건조물 침입'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한일의 김성순 변호사는 "(일반 시민들이) 출입 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이 골프장이 내밀한 사적 영역의 공간이라고도 볼 수 없다"며 "건조물침입 혐의를 구성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촬영 허가를 받지 않고 공공시설(교정시설) 내부를 촬영한 취재진에게 건조물침입 혐의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도 존재한다. 당시 재판부는 취재진이 아무런 검사나 제지 없이 교정시설 정문을 통과했다는 사실을 토대로 카메라를 지니고 교정시설 안으로 들어간 행위는 건조물침입죄에서 정하는 '침입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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