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이 14일 단독 처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야당이 특검을 고르는 위헌적 성격이 있고, 이미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점 등을 볼 때 수용할 수 없다는 게 대통령실 논리다.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세 번째로, 여론 악화 고조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표결이 이뤄진다면 여당 내 '이탈표'도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특별감찰관' 추천을 고리로 여당이 '단일대오'를 형성한 점은 대통령실 입장에선 유리한 국면이다. 다만 지지율 하락세가 심화될 경우 안심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국 반전의 관건이 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에 용산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尹, 野 단독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전망
대통령실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단독 처리한 것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에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화된 기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특검법 관련 질문에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법률로는 뭐든지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선 "(지난 정부에서) 이미 2년 넘도록 수백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서 김건희를 기소할 만한 혐의가 나올 때까지 수사했는데 기소를 못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점, 야당이 사실상 특검을 고를 수 있는 점, 여야 합의 없는 법안은 거부권을 행사해왔던 전례 등을 들어 특검법을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이 통과된 직후 거부권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당론으로 건의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양보했다며 '수정안'을 내놨지만 '노림수'가 있다는 게 대통령실 시각이다. 민주당은 이번 특검법에서 수사 범위를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 관련 의혹으로 한정하고,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이 중 2명을 최종 후보자로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제3자 추천' 형식을 갖췄다. 다만 대법원장 추천 특검 후보에 대해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도 함께 담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야당이 결국 특검을 좌우하는 것 아니냐"며 "말만 수정안이지 '꼼수'이자, 위헌적 성격은 여전하다"라고 지적했다.
거부권 시한은 법안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이고, 윤 대통령이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남미 순방을 떠난 점 등을 감안하면 거부권 행사는 다소 시간을 두고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윤 대통령 취임 후 25번째 법안이자, 김 여사 특검법으로는 세 번째가 된다. 앞서 야당이 두 차례 단독 처리한 김 여사 특검법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국회에서 재의결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됐다. 다만 이번 거부권은 여론 악화 상황을 감안할 때 대통령실 입장에선 더욱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했고, 부정 평가 이유 1위는 김 여사가 차지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최근 회견에서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대구·경북(TK) 지역 지지율만 살짝 반등하는 등 효과가 미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지율 하락, 여론 악화, 與 '이탈표' 등 부담…李 선고에 '촉각'
거부권 행사 이후 향후 이뤄질 국회 재표결에서 여당의 '이탈표'도 변수다. 재표결에선 재적 의원(300명) 과반이 출석해 출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가결된다. 국민의힘(108석)에서 이탈표 '8표 이상'이 나오면 가결이 이뤄지는 것이다.
여당은 '단일대오'를 내세우고 있다. 의원총회를 통해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진행', '김 여사 특검법 거부권 건의 및 재의결 저지' 등을 당론으로 정해 놓은 상태다. 대통령실로선 유리한 국면이다.
특히 대통령 가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에 있어 대통령실은 앞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연계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당에 결정을 위임하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주장을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한 대표는 그동안 김 여사 관련 문제 해결을 주장하며 조건 없는 특별감찰관 신속 추진을 주장해왔다. 특별감찰관을 고리로 갈등이 잠재했던 당정 및 여당 내부 결속을 강화하게 된 셈이다. 다만 지지율 하락세가 심화된다면 여권의 '단일대오' 기조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정국 상황이 녹록지 않은 대통령실은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결과에 따라 정국 흐름이 반전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순수 법리로만 따지면 유죄 가능성이 있지만, 정무적 판단이 작용한다면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1심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 받으면 대법원 확정 시 향후 5년 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파장이 거셀 전망이다. 100만 원 미만의 벌금형이나 무죄를 받을 경우 야권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지만, 이달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등 추가 판결이 남은 만큼 상황은 계속 주시해야 할 전망이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예단할 순 없지만, 이 대표가 피선거권이 박탈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유죄가 나오면 그게 시작"이라며 "다만, 당에서는 '이재명 리스크'를 집중 공략하더라도, 대통령실은 개각을 하면서 민주당과 소통할 수 있을 만한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는 모습을 함께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