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는 201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소득세를 매기지 않던 공공기관의 해외근무수당에 대해 과세형평상 소득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경우 해외근무수당, 특수지근무수당 등 수당으로만
직원(국내 근무자 포함) 1인당 평균 1,364만원(2013년 예산 기준)을 받고 있다.
그러자 회사를 관두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 회사의 한 간부는 "해외 근무직원들 중 45%가 수당에 과세되면 이직을 고려하겠다는 내부 설문조사가 있었다"며 "최하급직원은 연간 600만원 추가로 내고, 애 셋 있는 직원의 경우 연간 470만원 세금으로 내야한다"고 전했다.
공사 쪽 이야기만 들어보면 세금 부과가 과한 것 같지만 일반직장인들은 이미 국외근로수당 일부에 대해 세금을 내고 있다.
◈ 불합리한 사업 축소에 반발...낙하산 인사도 "예산 잘 따오면 환영"그런가하면 중소기업을 상대로 불필요한 교육을 관행적으로 시행해오던 한 공공기관의 사업을 정부가 개선하려 하자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의무교육에서 선택교육으로 바꾸기로 한 결정에 대해 직원들이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해당 공공기관 간부는 "중소기업사장들이 교육을 잘 받지 않는다. 강제적 조항으로 해서 시켜야 하는데 지금 장관이 ‘요즘 시대에 무슨 강제로 교육을 시키냐’고 하고 기관장이 이를 받아들여 해당 교육이 법정 교육에서 선택 교육을 바뀌었다"며 "그런 부분이 폐지되니깐 회사 운영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여론의 질타를 받아온 낙하산 인사를 환영하는 공공기관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한 준정부기관인 A공단에는 최근 관련 경험이 전무한 기획재정부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기관장으로 왔다.
그러나 해당 공단의 간부는 "지금 이사장은 회사 내부에서 평판조사를 하면 굉장히 인기가 높다"며 "기재부 출신이기도 하고, 증원이나 예산을 잘 따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관 이기주의는 다른 공공기관에도 만연해 있다.
공공기관 내부 구성원들을 상대로 다양한 연구용역을 진행했던 이민호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공공기관에서 예산만 따주고 조직만 늘려주면 괜찮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당장 힘 있는 사람이 내려오면 예산 많이 따줄 수 있는데 그것이 기관 전체 경영 방향에 바람직한 것이냐가 문제인데 그건 노사 모두 모른 척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도덕적 해이는 공공기관이 내실보다는 조직 키우기에 집중하게 하고 부채급증 등 방만 경영을 초래한 또 다른 주범이다.
◈ 25년 사이 3배된 농어촌공사, ‘조직논리로’ 비고유사업 벌여295개 공공기관을 총괄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기구인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던 이유정 변호사는 "조직은 조직의 논리가 있다. 한 번 만들어지면 성장시켜야 하고,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 불필요한 사업벌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경우 1989년만해도 임직원이 1800여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200명에 이른다.
여러 차례 조직통합과 새만금 사업 등 신사업 추진 등으로 25년만에 조직이 3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물론 이 회사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긴 했지만 비대해진 조직을 가지고 도로건설 같은 불필요한 사업이나, 산업단지 조성 같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진행하다가 외부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관련 기사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농어촌공사의 새만금 매립지 내 산업단지 개발사업에 대해 "사업을 할 수는 있지만 농어촌공사의 본래 설립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이렇게 정부투자기관 간에 사업 영역에 대한 경쟁과 중복이 심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조직이 확대돼야 자리가 많아지고, 그래야 자리보전이나 승진기회가 많아진다.
공기업의 방만경영은 직원들에게도 이런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기에 향유해 온 측면이 있다.
이런 비판에서는 노동조합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특히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양산에 대해서 노조는 눈감기도 했다.
따라서 공기업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사를 떠나 기관 내부의 통렬한 자기반성부터 선행돼야 한다.
[공기업 개혁 기획보도] 관련 기사
○ [단독] 공기업 금융부채, 71%는 정부 책임 (2014-01-20)
☞ 바로 가기 ○ 그린벨트에 제2의 분당 짓겠다더니…날탕 정부정책에 망가진 기업들 (2014-01-20)
☞ 바로 가기○ 대기업은 왕, 국민은 봉…기막힌 공공요금 인상 (2014-01-21)
☞ 바로 가기○ 신의 직장에 前공무원들 우글우글…도대체 왜? (2014-01-22)
☞ 바로 가기○ 거수기로 전락한 ‘공기업 컨트롤타워’ (2014-01-23)
☞ 바로 가기○ 족집게 과외, 마크맨까지…공기업 경영평가가 뭐기에? (2014-01-24)
☞ 바로 가기○ “소수점으로 천당지옥” 수능보다 잔인한 공기업 경영평가 (2014-01-24)
☞ 바로 가기○ 朴 "신의직장, 정보공개 하라" 지시 묵살됐다 (2014-01-27)
☞ 바로 가기○ '하루승객은 15명, 역무원은 17명' 쌍용역 기사의 진실 (2014-01-28)
☞ 바로 가기○ 28km구간에 KTX역만 4개…'KTX야? 전철이야?' (2014-02-03)
☞ 바로 가기○ 경영진 전원이 낙하산, '한국낙하산공사'를 아시나요? (2014-02-04)
☞ 바로 가기 ○ "CEO 아들공연 단체관람에 북한식 자아비판까지..." (2014-02-05)
☞ 바로 가기 ○ "소문돌면 끝"…묻지마 낙하산 인사의 비밀 (2014-02-06)
☞ 바로 가기 ○ 공기업 ‘神의복지’ 알고 보니 쥐꼬리, 어떻게 된 ‘거지’? (2014-02-07)
☞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