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자 "동료 영정에 무슨 말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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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줄 알았는데 말라버린 눈물까지 쏟아져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먼저 간 동료 때문에 이겨도 웃을수 없고 져도 울수 없는
- 노동자 폭도로 모는 시간 생각하면 몸서리 쳐져
- 사측, 결단할 시점에 와 있어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2월 7일 (금)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한상균 (쌍용차 전 노조지부장)


지난해 3월 서울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농성장 강제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이 실시된 가운데 농성장 앞을 막고 있던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조합원과 참가자들이 스크럼을 짜고 중구청 관계자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정관용> 오늘 정말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죠. 지난 2009년 대량 해고 사태를 맞은 노동자들 ‘서울고등법원에서 해고 부당하다’ 무효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름 아닌 쌍용차 노동자분들입니다. 이 법원 현장, 눈물바다였다고 하는데. 직접 소감 좀 듣겠습니다. 지금 연결할 분은 지난 2009년 77일간의 파업 당시 쌍용차노조지부장으로 노조를 이끌었던 바로 당사자,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전 지부장 한상균 전 지부장입니다. 여보세요?

◆ 한상균>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축하합니다.

◆ 한상균>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오늘 그 법원 현장에 계셨죠?

◆ 한상균> 네, 있었습니다.

◇ 정관용> 판사가 그 승소 판결을 쭉 읽어나갈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한상균> 시작하자마자 많은 긴장을 하고 왔었는데요. 정말 우리들이 온몸으로 이야기했던 내용들을 한마디 한마디 토해내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때 정말 만감이 교차하고. 이 험한 시간 5년에 대한 지난 시간들이 순식간에 다 떠오르더라고요.

◇ 정관용> 그 현장이 눈물바다였다고 하는 보도를 봤는데.

◆ 한상균> 네.

◇ 정관용> 한상균 전 지부장도 눈물을 흘리셨겠어요?

◆ 한상균> 전 눈물이 다 말라버린 줄 알았어요. 그런데 또 이런 날이 올지도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런 날이 되니까 없었던 말라버린 눈물까지 다시 쏟아지더라고요.

◇ 정관용> 그 해고 당사자 분들 몇 분 정도가 오늘 법원에 계셨습니까?

◆ 한상균> 전국에서, 이제 살기 위해서 전국을 떠다니는 우리 동지들이 있습니다. 이런 조합원들이 많이 오지는 못했어요.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한상균> 그래서 오늘 한 30여 동지들만 참여했어요. 또 우리 부인들이 한 대여섯 분이 오셔 가지고 함께 하고 그랬습니다.

◇ 정관용> 그 판결이 끝나고 밖에 나와서 어떤 이야기들 나누셨습니까?

◆ 한상균> 정말 시간들을, 이 험한 시간들을 어떻게 몇 마디말로 표현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오늘 아침에 출발할 때도 버스 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가 이겨도 웃을 수 없고 져도 울 수 없는 우리의 시간들이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 판결에 임한다’ 이렇게 갔었었거든요. 그래서 이제 그 이유는 이런 좋은 소식을 들어도 들을 수 없는 영원히 불러도 올 수 없는 먼저 간 동료들이 있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한상균> 그분들을 생각하니까 그분들의 영정에 무슨 말을 올려야 할지. 다 울컥 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세상 뜨신 분들이 또 너무 여러 분이시잖아요? 그렇죠?

◆ 한상균> 그렇습니다.

◇ 정관용> 사실 1심 재판부에서는 쌍용차 사측 손을 들어줬었는데. 이렇게 고등법원에서 뒤바뀔 것이라는 거 예상하셨어요?

◆ 한상균> 여기까지 걸어온 길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 나라에는 9000명의 회계사들이 있거든요. 그러나 우리의 뜻들을 억울함들을 밝혀줄 회계사분들은 많지 않더라고요. 전국을 발품을 팔면서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했더니 거기에 동의해 줬던 정말 결단이 있던 분들이 함께 해 주셨거든요. 그런 힘들이 항소심에 모아졌어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정의의 승리이기 이전에 소중한 사람들의 승리라고 이렇게 저는 규정하고 싶습니다.

◇ 정관용> 재판부에서 그러니까 1심과 어떤 점을 판단을 달리한 겁니까? 가장 핵심적인 것만 좀 정리해 주시면?

◆ 한상균> 유동성 위기하고 해고 회피 노력, 공정성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해서 동일하게 지적이 있었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안진’이 조장했고. ‘안진’이라는 회계법인이 있습니다.

◇ 정관용> 회계법인에서?

◆ 한상균> 네, 거기에서 조작했고 삼정KMPG라는 회계법인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그 조작된 것들을 해고하기 좋은 구조로 가공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멀쩡한 회사를 파산을 할 것이냐, 해고를 선택할 것이냐. 이런 선택밖에 할 수 없는 조건으로 만들어서 결국은 기술유출에 주범인 상하이자본들이 원하는 구조대로 이 회계법인들이 범죄 행위를 저질렀던 것이죠. 그런 회계조작에 대한 분명한 문제를 재판부가 밝혀냈다라고 저는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 정관용> 그 당시 쌍용차가 그렇게 경영상 유동성 위기에 휘말리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회계법인들이 조작해서 그렇게 위기인 것처럼 만들었다. 이 점을 법원이 지적한 거네요?

◆ 한상균> 그렇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함께 살고자 요구하면서 많은 우리 스스로의 자구책을 내놓은 것들이 있거든요. 이런 부분들은 검토하지 않고 가장 손쉬운 방법의 정리해고를 선택한 현 경영진들에 대한, 그 당시의 경영진에 대한 문제 등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해고의 남발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경종을 울렸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이번에 해고 무효소송내신 분들 총 몇 분이시죠?

◆ 한상균> 총 159명이었는데요. 한 분은 돌아가셨고. 그래서 158명입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153명이 하셨는데요. 나머지 다섯 분들은 해고에 대한 미련까지도 잡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생이 피폐해져서 모든 것을 포기한 그런 분도 한 다섯 분 계셨습니다.

◇ 정관용> 그분들은 항소를 포기했군요.

◆ 한상균> 그렇습니다.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다 안고 가도록 이렇게 하겠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전체 해고자는 훨씬 많은데 왜 158명, 159명만 그 소송을 냈나요?

◆ 한상균> 아시다시피 무급자 동지들 455명이...

◇ 정관용> 무급휴직으로 처리하기로 합의가 됐던 그 분들 빠진 거고요.

◆ 한상균>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제 징계해고자도 있습니다. 그때 당시에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서 정말 억울하고 조합원들의 뜻을 모아서 투쟁을 이끌었던 지도부들이 현재 고등법원에 재판을 진행 중에 있고요. 26일날 똑같은 이 재판이 진행되는 것으로 일정이 나와 있습니다.

◇ 정관용> 한상균 전 지부장도 바로 그 징계해고자시죠?

◆ 한상균>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여기서도 해고무효소송이 1심은 패소했나요?

◆ 한상균> 네, 패소했습니다.

◇ 정관용> 그 2심 판결이 26일날 내려질 예정이다?

◆ 한상균> 네. 그래서 그 원인과 결과가 있는 싸움인데요. 1심에서는 회계조작으로 인한 부분들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래서 해고의 정당성들이 있다라고 판결을 해 버렸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그런데 오늘 이렇게 ‘해고가 정당하지 않다’라는 판결이 내려졌으니까 그 정당하지 않는 해고에 맞서 싸운 분들에 대해서도 또 역시 좋은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훨씬 커진 거네요, 그렇죠?

◆ 한상균> 그렇죠. 그 판결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에 중요한 경영에 대한 공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 주는 게 회계법인들이거든요. 이 분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도 물어야 된다고 저는 보고 있고요. 그때 당시 쌍용차 경영진이었던 최영탁 그때 당시 대표이사나 이런 분들, 지금 상하이한테 기술을 전수하는 역할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소환해서 정말 엄중하게 죄를 물어야 된다, 이런 말씀을 좀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앞으로 해야 될 과제들이 이제 그런 게 되겠고요.

◆ 한상균> 그리고 손배재판이 또 진행되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한상균> 이 천문학적인 손배를 또 국가가 했거든요. 국가가 한 부분도 사실 금감원이 회계법인에 대한 잘못된 것들을 감리하고 감독해야 되거든요. 그런 것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노동자들을 폭도로 몰고, 사회에서 격리해야 될 중범죄로 몰았던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정말 몸서리가 쳐져지는 그런 순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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