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신임회장의 일본군 위안부 망언에 이어 회장을 선출한 NHK경영위원회 구성원들의 문제 언행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5일 NHK 경영위원인 하세가와 미치코(67·長谷川三千子) 사이타마(埼玉)대 명예교수가 자살한 우익단체 인사를 예찬하는 글을 썼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하세가와 교수는 작년 10월 우익인사 노무라 슈스케(野村秋介·사망 당시 58세)의 20주기를 맞아 추도문집에 실은 글에서 "인간이 자신의 죽음으로 신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도 믿지 않는 자들의 눈앞에서 노무라 씨는 신에게 죽음을 바쳤다"고 적었다.
자신이 이끌던 정치단체 '바람회'를 야유하는 내용의 '주간 아사히' 삽화에 불만을 품은 노무라 씨는 1993년 10월20일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를 항의 방문, 신문사 고위인사들과 면담한 뒤 '천황(일왕) 번영'을 세 차례 외치고는 권총으로 자살했다. 언론사 건물에 총기를 반입한 행위 등은 언론에 대한 일종의 테러로도 볼 수 있었지만 일부 우익인사들은 그의 기일마다 추모행사나 강연회 등을 개최하며 고인을 영웅시해왔다.
하세가와 교수는 문제의 글에서 노무라 씨가 '일왕 번영'을 외쳤을 때 "우리나라의 폐하(일왕)는 다시 현세에 살아있는 신이 됐다"고 적었다. 또 아사히 신문에 대해서는 "그들(아사히 신문 관계자들) 만큼 사람의 죽음을 받을 자격에 미달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부연했다.
과거 일본 군국주의의 토대인 '일왕 신격화'를 공공연히 언급한 것도 문제지만 공영 언론사의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인사로서 언론사에 대한 극단적 형태의 항의 행위를 예찬한 것은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여성인 하세가와 교수는 또 지난달 6일 우익매체인 산케이 신문에 게재한 칼럼에서 "여자가 집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남자가 아내와 자식을 부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여성의 사회진출을 촉진하는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을 비판해 논란을 일으켰다.
아울러 또 다른 NHK 경영위원인 작가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 씨는 지난 3일 도쿄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타모가미 토시오(田母神俊雄) 전 항공막료장의 지원연설을 하면서 난징(南京)대학살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가까운 극우성향 인사인 하세가와 씨와 햐쿠타 씨는 작년 11월 친(親) 아베 성향의 NHK 경영위원 4명이 새로 선임됐을 때 경영위에 진입했다.
NHK 경영위는 NHK의 사업계획과 예산의 의결, 회장의 임명·파면 등 권한을 가진 NHK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중·참의원의 동의를 얻어 총리가 임명하는 위원 12명(임기 3년)으로 구성돼 있다.
NHK 측은 비상근직인 경영위원이 자신의 사상과 신조에 근거해 행동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5일 "경영위원이 자신의 사상, 신념을 표현하는 것은 방송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옹호하는 한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평론가"라며 하세가와 교수를 높이 평가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하세가와씨가 쓴 추도글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며 피해갔다.
정부의 옹호에도 불구, 망언을 한 경영위원들이 임명에 관여한 모미이 가쓰토(인<米+刃>井勝人) NHK 신임 회장이 지난달 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쟁지역에는 어디나 위안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문제있는 인사들이 문제있는 회장을 뽑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양상이다.
또 하세가와 씨와 햐쿠타 씨가 아베 총리를 적극 지지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들을 경영위원으로 임명한 아베 총리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