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기업 금융부채, 71%는 정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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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부채 원인, 朴대통령의 진단과 배치…실패한 공기업 개혁 전철 밟나

박근혜 정부가 새해 들어 공기업 개혁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각 부처 장관들이 산하 공기업 사장들을 불러모아놓고 호통 치는 모습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흡사 부처(장관)는 포청천, 공기업(사장)은 죄인 같다. 그러나 공기업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수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공기업이 망가진 것은 상당부분 정부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뇌사 상태인 환자의 손발만 수술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공기업 수술이 성공하려면 진단부터 옳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기업 개혁은 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 CBS노컷뉴스는 공기업 개혁의 올바른 방향과 방식을 제시하는 기획보도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박 대통령은 새해연두 기자회견에서 국정 최우선 과제로 국가부채 보다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공공부문에 대한 개혁을 꼽았다.

그는 공기업의 부채가 "기업만의 잘못이 아니라 정부정책을 떠맡아서 늘어난 부분도 있다"고 했지만 방점은 공기업의 '잘못'에 찍혀 있다.

박 대통령은 "공기업 자체의 방만 편법 경영도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잘못된 관행들을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공기업 부채의 원인은 대부분 공기업 내부의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는 것이 박 대통령의 인식인 셈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부채가 많은 12개 공기업의 부채는 2007년 186.9조 원에서 2012년 412.3조 원으로 225.5조 원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금융부채는 같은 기간 136조 원에서 305.2조 원으로 169.2조 원이 증가했다.

금융부채는 이자가 발생하는 외부차입금으로, 정기적으로 상환날짜가 도래하므로 국가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 있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부채다.

문제는 이 금융부채 증가분 가운데 71%는 공기업 자체사업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 주요 9개 공기업 금융부채 증가 원인 분석결과 29%만 자체사업 탓

CBS노컷뉴스와 사회공공연구소가 지난해 6월 발표된 감사원의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분석해 보니 2007년에서 2011년 사이 증가한 9개 공기업의 금융부채 115.2조 원 가운데 자체사업으로 인해 늘어난 금융부채는 33.4조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81.8조 원(71%)은 정부정책 사업수행(42.9조), 공공요금 분야(17.1조), 해외사업(12.8조) 등을 하다가 늘어난 액수다.

공공사회연구소 김철 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자체 사업을 추진한 데 따른 부채의 증가 책임은 공공기관이 져야하겠지만, 공공기관 부채의 상당부분은 지난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던 주요 국책사업의 실패와 정부의 책임 불이행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공공기관에만 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기업의 금융부채가 국책사업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또 다른 자료도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가 지난해 12월 펴낸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과 대책’을 보면 최근 5년간 12개 공공기관에서 증가한 금융부채 167.3조 원 가운데 78.5%(131.4조 원)는 10개 주요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돼 있다.

이들 10개 주요사업은 4대강사업, 보금자리주택사업, 해외석유개발사업 등 국가 정책과 관련된 사업들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허경선 부연구위원은 “지난정부에서 공기업을 국가정책에 굉장히 많이 활용했다. 예산, 재정으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공기업에서 차입해서 쉽게 재원을 마련해 정부사업을 진행 했다”며 “뭐를 팔고 줄이는 방식으로 공기업 개혁이 될 게 아니라서 정부 부처랑 같이 조정하는 그런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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