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의 회생의지, 위기를 성장의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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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설' 기업을 진단한다] ⑤ 동부그룹, 위기 극복의 저력 재현 노력!

경제 양극화 현상이 대기업 그룹 내부로도 확산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국내 전체 법인 영업이익의 20퍼센트를 올릴 정도로 잘 나가지만,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대기업 그룹중에는 좌초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미 웅진, STX, 동양 그룹이 연달아 무너졌고 이런 흐름이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동성 위기설이 나오는 중견 대기업 그룹의 동향이 올해 우리 경제의 주요 관건이 되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CBS 산업부는 현대 한진 동부 두산 그룹 등 유동성 위기설이 나오는 기업들을 집중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편집자 주)

 

◈동부그룹, “창업 이래 유례없는 어려움”◈

유동성 위기설이 나온 동부그룹의 자구계획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비상한 ‘생존 의지’이다.

웅진 STX 동양이 지난해 연쇄적으로 무너지면서 그 다음 기업은 과연 어디냐는 시장의 우려가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자구 계획안을 발표한 곳이 바로 동부그룹이다.

시장의 우려를 선제적으로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채권단의 요구를 전격 수용해 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한 3조원대의 자구 계획안이 나온 것이다.

동부 그룹 김준기 회장은 올해 초 밝힌 신년사에서 현 시기를 명백히 ‘위기’로 규정했다.

“향후 3-4년간은 기업 간 경쟁이 날로 격화돼 한치 앞의 미래도 내다볼 수 없는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동부 역시 창업 이래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는 것이다.

김준기 회장은 “금융권의 요구로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하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며 “이번 구조조정을 계기로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내실을 강화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동부 하이텍의 ‘때 늦은’ 영업이익◈

동부 그룹이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은 지난 97년 동부전자로 출범한 시스템 반도체 업체 동부 하이텍과 관련이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로도 불리는 시스템 반도체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와 멀티미디어 반도체, 휴대전화 칩 등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을 생산한다.

김준기 회장이 다른 기업은 가지 않은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개척하며 16년 동안이나 골몰했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10년 이상 적자를 내다 지난해 3분기 결국 6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빛이 살아나지 못했다.

동부 건설과 동부 제철 등 다른 주력 업종도 극심한 불황을 겪는 상황 속에 반도체 사업에 과연 앞으로 얼마를 더 투자해야 하냐는 시장의 의심이 급기야 동부그룹 전체의 유동설 위기설로 확대되기에 이른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일정 기간에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시간 계산에 실패한 셈이다.

동부 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지분매각 등 반도체 철강 건설 사업 중심으로 동부그룹의 자구 계획안이 짜여진 이유이다.

동부그룹은 3조원대의 자구계획안 실현을 통해 270%의 그룹 부채비율을 170% 수준으로 낮춰 내년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에서 졸업한다는 방침이다.

김준기 회장이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요구를 수용해 숙원 사업이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하고, 또 자신의 동부화재 지분(5%) 등 사재를 출연하기로 한 것은 동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시장에 받아들여졌다.

◈STX 동양의 실기, 원천 차단한다◈

특히 동부그룹과 산업은행은 STX와 동양그룹처럼 자산 매각을 차일피일 미루다 시장의 신뢰를 잃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자산을 패키지로 묶어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을 모아, 이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사모펀드의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여기에 동부 그룹이 내놓은 자산을 넘겨 일괄 매각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산업은행과의 협의 하에 매각 대상의 자산 가치를 산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데, 이르면 다음 달 안에 SPC를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SPC가 일단 설립되면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서서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면 그 즉시 재무적 투자자들의 자금이 동부그룹에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 한다”며 “조속한 자산 유동화로 시장의 우려는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매각 대상 자산의 가격이다. SPC에 넘길 자산의 가치 산정을 둘러싸고 동부그룹과 산업은행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되며, 별도 매각 대상 자산도 가격이 제일 중요한 변수이다.

하나대투증권 신승현 연구원은 “동부의 자구안은 대체로 핵심 자산의 매각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다른 기업에 비해 실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인수 합병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 있다고 해도 가격이 맞지 않으면 불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 하이텍의 경우 LG, SK, 삼성, 현대차 그룹 등의 입질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포스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자료사진)

 

◈유동성 위기 해소 이후는?◈

동부그룹의 자구안 실행으로 유동성 압박이 해소된다고 해도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동부그룹의 주력 업종인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업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이다.

동부제철은 2009년 당진공장에 30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공장을 완공해 열연강판에서 각종 냉연강판까지 생산하는 일관 종합제철회사로 거듭 났지만, 5년이나 지난 지금도 투자에 걸 맞는 성과는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2011년 4조 2595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213억원, 2012년 3조 9341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169억원, 2013년 3분기(누적) 2조 8262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143억원 등으로 영업이익율이 0.5% 안팎이다. 반면 2013년 상반기 3조 6888억원의 부채로 금융비용만 1433억원이나 된다.

물론 동부그룹은 2012년 말부터 전기로의 원료가 되는 고철 대신 철원대체재를 활용해 생산원가를 크게 낮추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만큼 앞으로는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국 발 공급 과잉으로 철강은 넘쳐나지만 건설과 조선 등 각 분야의 수요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2년부터 철원대체재를 활용해 원가를 크게 낮췄다고는 하나 경영실적으로 검증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동부제철 전기로 제철 사업의 기술적 안정화가 매우 더딘 편”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포스코에 이어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 등으로 철강업계 2강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4위인 동부제철의 위상이 더 축소되는 상황이다.

시공능력 22위인 동부건설도 건설업 불황으로 지난해 3분기에만 57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576%의 부채비율 등 취약한 재무구조로 신용등급도 BBB-로 하락한 상황이다.

자구안 실행으로 유동성 압박이 해소돼도 주력 업종의 업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다는 얘기이다.

◈위기를 성장의 계기로 바꾸는 저력 재현되나!◈

김준기 회장은 신년사에서 “동부는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어려움들이 닥칠 때마다 하나하나 극복해 성장의 계기로 바꾸는 저력을 발휘했다”며 “누구의 도움도 기대하거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호소했다.

IMF 외환위기와 세계 금융위기처럼 이번의 유동성 위기도 성장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 철강, 전자, 농업 바이오 등 4개 주력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한다는 동부그룹의 비전이 앞으로 어떻게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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