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양극화…"중견 대기업도 안정 성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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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설' 기업을 진단한다] ① 삼성 현대차 약진이 던지는 과제

경제 양극화 현상이 대기업 그룹 내부로도 확산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국내 전체 법인 영업이익의 20퍼센트를 올릴 정도로 잘 나가지만,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대기업 그룹 중에는 좌초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미 웅진, STX, 동양 그룹이 연달아 무너졌고 이런 흐름이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동성 위기설이 나오는 중견 대기업 그룹의 동향이 올해 우리 경제의 주요 관건이 되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CBS 산업부는 현대 한진 동부 두산그룹 등 유동성 위기설이 제기됐던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편집자 주]


2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송은석 기자)

 

◈삼성 현대차의 약진이 우리 경제에 던지는 과제?◈

우리 경제에서 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차지하는 위상은 막강하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 스코어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삼성과 현대차 그룹의 영업이익은 43조 천억 원으로 국내 전체 법인 영업이익 합계 192조 천억 원의 22.4%를 차지한다.

두 그룹의 당기 순이익도 전체 법인의 35%나 된다. 세수에서도 두 그룹이 압도적이다. 두 그룹의 법인세 비용이 20%를 넘는다.

두 그룹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법인세 비중이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과 비교할 때 2-3배 가량 증가했다는 점에서 이런 쏠림 현상은 지금도 계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두 그룹의 약진은 분명히 우리 경제의 ‘하이라이트’로, 향후에도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다져야 하겠지만, 동시에 한국 경제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도 던지고 있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두 기업으로의 쏠림 현상은 우리 산업계의 포토 폴리오 구성이 균형을 잃었음을 의미한다”며 “삼성전자의 주력 상품인 휴대폰의 글로벌 판매가 약화되거나, 세계 경기 침체와 환율 변동 등으로 자동차의 판매세가 꺾인다면 그 즉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 부총리가 최근 “삼성과 현대차의 경제 집중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경제력 집중에 따른 리스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다.

이에 따라 두 그룹의 약진 속에 다른 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나머지 중간 그룹의 대기업은?◈

사실 삼성과 현대차 그룹으로의 쏠림 현상은 2008년 이후 심화되고 있는 대기업 내부의 양극화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올 4월 공정위의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에 따르면 1-6위는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로 5년 전인 2008년과 순위 변화가 전혀 없었다. 적어도 이들 6대 기업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두 배의 자산 증가율을 보이는 등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6대 대기업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어떤가?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 국내적으로 구조조정 리스크와 오너 리스크 등이 겹치면서 경영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의 주요 기업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인력과 사업 재편 등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경쟁력을 확보해나갔지만, 우리 기업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전경련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국내 30대 그룹 중 절반 이상이 무너졌으나,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망한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며 “금융위기를 계기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을 충분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금융 당국의 각종 지원 속에 구조조정 대신 고용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당장의 금융위기 파고는 넘겼지만 그 후과가 시간차를 두고 우리 경제에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금융위기로 촉발된 저성장 기조가 5년 이상 지속되면서, 브랜드 가치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을 중심으로 한계 점을 맞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최근 1-2년 동안 연달아 좌초한 웅진, STX, 동양의 사례이다. 하나같이 건설 해운 조선 등 해당 업종의 불황 속에서도 확장 투자전략을 쓰다가 수익성이 악화되고, 결국 구조조정 시점까지 놓쳐 시장의 신뢰를 잃고 무너진 것이다.

'2013 코리아 나이트'행사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존 피스 스탠다드차타드 회장과 건배하고 있다.

 

◈올해 경제의 관건, 유동성 위기설 기업◈

특히 이런 구조적 흐름이 올해에도 지속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미 웅진, STX, 동양이 무너진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좌초하는 대기업이 한 두 곳 생긴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실제적 심리적 영향은 상상 이상일 것으로 우려된다.

하이투자증권 김익상 연구원은 “대기업 중 추가적으로 무너지는 기업이 생긴다면, 외환위기 때처럼 연쇄 도산과 같은 시스템적 위기로 확산되지야 않겠지만, 실물 경제나 경제 심리 측면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 한진, 동부, 두산그룹 등 유동성 위기설이 나온 적이 있는 대기업 그룹의 동향이 올해 우리 경제의 주요 관건이 되는 이유이다.

물론 이들 기업들은 지난해 채권단과의 협의 하에 핵심 자산 매각 등 각종 구조조정으로 수 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자구계획안에는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등 금융사를 매각하고, 대한항공이 에쓰오일 지분을 팔며, 동부그룹이 반도체 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의 강력한 조치도 포함되어 있다. 구조조정의 때를 놓치지 않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풀이된다.

문제는 연초부터 주가 하락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이들 기업의 자구 계획 실현 조건이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 하락 속에 핵심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당초 계획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김익상 연구원은 “올 상반기 도래하는 24조 9천억원의 회사채 물량 중 13조원 가량이 올 2분기에 몰려 있다”며 “유동성 압박을 받는 기업들이 자구 계획안과 금융 당국의 각종 지원 및 관리로 상황을 그럭저럭 넘겨도 내년이나 후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무엇보다 업황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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