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첫 국빈방문 계기로 재조명되는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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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1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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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63년 양국 수교 이후 처음으로 스위스를 국빈 방문함에 따라 영세중립국, 융프라우, 알프스 소녀 하이디 등으로 잘 알려진 스위스가 재조명되고 있다.

산악지대가 대부분인 스위스는 국토 면적이 한국의 절반도 안 되고 인구 역시 약 800만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은행 비밀주의를 기반으로 한 금융산업을 비롯해 노바티스 등 세계적 제약회사, 롤렉스·오메가 등 수십 개의 고급 시계 제조업체, 정밀기계 산업, 알프스산맥을 기반으로 한 관광산업 등으로 1인당 GDP가 2012년 7만 8천881달러로 세계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잘사는 강소국(强小國)이다.

영세중립국인 스위스는 또 지난 1953년 7월 27일 서명된 한국전쟁 정전협정에 따라 설립된 중립국 감독위원회에 한국 측 대표로 참가해 60년이 넘도록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지켜보고 있을 정도로 한국과 끈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중 하나인 스위스도 역사를 살펴보면 바티칸에 스위스 근위대 전통이 남아 있는 정도로 가난 때문에 여기저기 용병으로 차출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시기를 거쳤고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었다.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위스 산악지방 방언인 로망슈어 등 4개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스위스는 지역적으로 서로 다른 언어 장벽을 뛰어넘어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것 자체도 큰 숙제였다.

스위스의 정식 명칭은 스위스 연방이며 라틴어로 `Confederatio Helvetica'라고 표기한다. 스위스에서 통용되는 화폐 `프랑'을 CHF로 표기하는 것도 스위스 연방의 첫 글자를 딴 CH와 프랑의 첫 글자인 F를 합친 것이다.

지난 1848년 새 민주 헌법 제정과 함께 태어난 스위스 연방은 22개 주(칸톤)로 구성됐으며 연방정부는 외교와 국방, 경제를 담당하고 주 정부는 세금과 교육 등에서 자치권을 갖고 있다. 스위스 연방 대통령은 1년 임기로 각 주가 돌아가면서 맡기 때문에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외국 귀빈을 상대하는 의전적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

의회는 각 주에서 두 명씩 선출해 구성되는 상원과 각 주의 인구에 따라 의원 수를 달리한 하원 등 양원제로 운영된다. 의회민주주의를 하고 있지만, 인구 10만 명 이상의 서명이 있으면 국민투표라는 직접 민주주의 방식이 가능한 것도 스위스만의 특징이다.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이라는 국제적 지위를 충분히 활용해 유엔의 중요한 기구나 국제기구들을 유치해 나라 자체를 세계적인 회의나 협상의 장소로 만들었다.

스위스 제네바에는 유럽 유엔본부를 비롯 유엔 난민기구(UNHCR), 유럽경제위원회(ECE),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국제노동기구(ILO), 세계보건기구(WHO), 세계기상기구(WMO), 세계무역기구(WTO),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국제의원연맹(IPU) 등 수많은 국제기구가 있다.

또 스위스 베른에는 만국우편연합(UPU), 로잔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이 자리 잡고 있는 등 스위스에는 수많은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단체 등이 몰려 있다.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를 찾는 전 세계 방문객들이 뿌리는 외화만 해도 엄청난 규모이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초 스위스 산악지대에 있는 조그만 마을 다보스에서 개최하는 `다보스 포럼' 역시 이곳에 참가해야만 세계 경제 흐름을 알고 앞서갈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해 각국 국가원수와 경제계 주요 인물들이 너도나도 참가하려고 경쟁하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의 하나이다.

이와 함께 세계 각국의 독재자나 권력자가 몰래 맡긴 이른바 비자금이나 돈세탁이 필요한 검은 돈이 영세 중립국이라 전쟁위험이 없고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질 우려가 없는 스위스 금융권으로 몰려드는 것도 스위스만의 독특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재정난에 처한 미국과 유럽이 자국민들의 세금회피를 차단하고 스위스 은행금고에 숨져진 돈을 찾기 위해 스위스 금융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과거보다는 여건이 좋지 않지만, 보관료까지 내면서 스위스 금융권에 돈을 맡기려는 수요는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한국과 스위스가 지리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고 처한 여건이 서로 다르지만 작은 국토를 가진 나라로서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주권을 유지하고 경제적 번영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이런 측면에서 창조경제를 바탕으로 한국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추진하는 박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은 스위스가 각종 국제 연구기관의 창조력 지수 평가에서 매년 1, 2위를 차지하고, 혁신을 중요시하는 나라라는 점에서 양국 모두에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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