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때부터 '일제고사' 준비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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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교육청이 성과 강요"…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대책 마련 취지"

 

대전지역 일부 학교가 겨울방학 때부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이른바 '일제고사' 대비에 들어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현장의 교사들은 지난해 평가에서 지역의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소폭 오르면서 성적을 끌어올리라는 대전시교육청의 '엄명'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대전 A고등학교는 방학 때 진행하는 보충수업과 별개로 새 학기부터 2학년이 되는 학생들 중 일부를 모아놓고 국·영·수 '나머지 공부'에 들어갔다.

고등학교 2학년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대상. 매년 6월이면 전국의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평가를 치른다.

올해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을 따로 지도하는 것인데, 교사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했다.

앞서 대전시교육청은 각 학교에 겨울방학 중 기초학력 향상 지도계획과 함께 업무담당자의 인적사항, 휴대전화 번호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A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시교육청이 지난달 교감 연수 자리에서 성적이 안 좋은 학교는 실명을 거론하며 면박을 줬다"며 "방학 때도 장학사가 학교에 점검을 온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당장 다음 학업성취도평가 때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을 줄이려면 수업 방향은 기본기를 키워주기보단 단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문제풀이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솔직히 학생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대전 B중학교 역시 올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대상인 '예비 3학년' 가운데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만 불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교사는 "원래도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학업성취도평가에 대비하느라 학교마다 난리인데 올해는 더 앞당겨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제고사 대비와 관련해 학교마다 팔을 걷어붙여야 될 정도로 지역 기초학력 미달 실태가 심각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대전의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은 중학교 3.1%, 고등학교 1.7%로, 전년보다 0.5% 오르긴 했지만 전국 평균(3.3%, 3.4%)을 밑도는 수준이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 증가는 전국적인 현상이었는데, 교육부에서도 "미달 비율이 내려갈 만큼 내려간 상태로, 1% 안팎의 오르내림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학교 간 지나친 경쟁과 줄 세우기, 단기간 성적 올리기를 위한 정규수업 파행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해마다 폐지 주장이 불거지기도 했다.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민감한 시교육청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업성취도평가는 말 그대로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보기 위한 도구"라며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어떻게 보장하고 향상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각 학교에 마련하라고 한 것이지, 다가오는 평가에 대비하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학교가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 같다"며 "장학지도를 통해 현장에서 잘못 이뤄지고 있는 교육에 대해서는 바로잡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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