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9200억 계산 어떻게...한국이 '잃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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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량적 아닌 정무적 계산...반대급부에 주목해야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이 12일 오전 서울 외교부청사 브리핑실에서 "한미 양국이 9천 2백억원을 총액으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으로 한국이 부담할 한 돈이 9200억원으로 최종 결론났다. 유효기간 5년과, 이 기간 소비자 물가 반영 인상률을 고려하면 분담금 1조 원은 곧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12일 협상결과를 발표한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이 액수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 없이, 제도적 문제를 개선했다는 데 강조점을 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차피 금액 자체가 막대한 만큼, 총액 협상은 국내적으로 '잘해야 본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총액 면에서 협상 결과를 면밀히 평가할 방법은 없을까. 9200억원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일단 정답은 "계산이 불가능하다"가 맞다. 협상장에서 미측은 "어느 사업에 얼마가 들고 총합은 얼마이니, 여기서 한국이 반을 부담하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미측은 한국에 공평 부담을 요구하지만 주한미군이 실제로 사용하는 돈이 얼마인지는 협상 과정에서 언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은 대북 억지력이라는 목적 외에 전략기동군이라는 이름의 전지구적 목적도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한국을 위한 비용이고 어디부터는 미국을 위한 비용인지 선을 긋기가 애매하다.

이 부분에서 '총액형'이 아닌 '소요형', 즉 구체적인 소요항목에 따라 분담금을 결정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예측불가능한 북한 위협에 따라 부담금 규모가 오히려 늘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꺼린다. 실제로 소요형을 취하는 일본은 우리보다 방위비 분담금 약 3배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분담금 논의는 '전 협정에서 얼만큼 인상해야 한국 여론을 건드리지 않을 것인가', '한국의 안보적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냐' 등의 정무적 판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외교부 관계자는 "어떤 공식이 있어서 이렇게 계산하면 이런 숫자 나오고 하는 식의 협상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정무적 협상"이라며 "더하기 빼기 어떻게 했냐고 물으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도 한국이 1조원 이상의 분담을 요구하는 미측에게 구사한 방어 논리는 "인상률이 급격하면 한국 여론과 국회 비준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측은 효순이 미선이 사건과 쇠고기 촛불시위 등 미국 관련 국내 움직임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한다.

여기서 해소되지 않는 의문은 미측이 최초 제시액에서 후퇴한 결정적 이유는 어디 있냐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어느 때보다 공세적으로 한국의 분담금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산적해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정부 지출 예산이 자동으로 깎이는 시퀘스터 상황이라 동맹국에 군사비 요구 유인이 매우 컸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등 지난 협상 때보다 북한의 위협은 증가해 명분도 충분했다. 무엇보다 한국이 2015년 돌려받기로 했던 전시작전권을 '또 다시' 환수 연기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미국의 협조를 얻어야 상황이다.

두 차례의 전작권 재연기가 상징하는 한국의 미군 의존적 방위 분위기에서, 정작 방위비 분담금은 적게 내고 싶다는 '소망'은 한미동맹의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엄연한 현실외교 차원에서 볼때 불가능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발언을 빌리자면 "공짜점심은 없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방위비분담협상이라는 틀보다, 다른 방식을 통해 미측의 요구가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미사일방어(MD)체계 참여요구나 미국산 무기구매 압력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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