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박사 "SNS 소통은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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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강신주 박사

 

- 소통은 비우는 것이 핵심. 나를 비워서 다른 사람을 담아내는 것이 진정한 소통
- 진짜 사랑하면 자신을 비울 수 있는데, 소통이 없다는 것은 애정이 없다는 것.
- 더 강한 사람이 비워야 소통할 수 있어.. 우리 사회 불통은 대통령 책임이 가장 커.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1월 9일 (목)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강신주 (철학박사)

◇ 정관용> 우리 사회 요즘의 화두는 역시 소통입니다. 소통이 필요하다는 말이 너무 나오니까 좀 지겨워하는 분까지 계실 정도인데. 요즘 강단을 넘어서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주목받는 철학자가 있습니다. ‘돌직구 철학자, 거리의 철학자’라는 별명을 갖고 계신 강신주 박사 함께 만나서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죠. 어서 오십시오.

◆ 강신주>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돌직구 철학자’라는 별명은 왜 붙었죠?

◆ 강신주> 그저 정직하게 얘기해서 그래요. 제가 판단했던 대로 정직하게. 그러니까 학자들이 대개는요. 자기 멋있어 보이려고 얘기하잖아요.

◇ 정관용> 에둘러서 말하고.

◆ 강신주> 에둘러서 얘기하고. 그런데 저는 그냥 제가 판단을 내려서 이게 옳다라고 생각하면 바로 어려운 얘기 안하고 바로 전달해 주니까 상대방들은 돌직구다, 그렇게 얘기하나 봐요.

◇ 정관용> 조금 심하게 말하면 강연 중에 욕도 하신다면서요?

◆ 강신주> 욕이 사람들의 정서를 자극시키는데 제일 좋아요.

◇ 정관용> (웃음)

◆ 강신주> 사람들을 일단 흔들어놔야지. 제 얘기가 그 사이에 들어가거든요. 허영이 많기 때문에 욕을 한번 확 하면 ‘야, 이게 개판인 것 같다. 막 얘기해도 되겠다’ 해서 편해지고. 그러니까 굉장히 친근해진 느낌이 들죠. 그래서 친한 친구끼리 지나치게 욕하는 건 안 좋지만, 욕도 섞어하던 친구가 어느 날 정색하고 존댓말을 하면 거리가 멀어진 것 같잖아요.

◇ 정관용> 맞아요.

◆ 강신주> 그래서 그걸 하나의 방법처럼 제가 쓰기 시작을 했는데, 이제 문제는 욕을 계속하게 돼요. (웃음) 하다 보니까, 편하게.

◇ 정관용> 학자들은 말을 좀 에둘러서 멋있게 하려고 한다. 특히 철학하시는 분들이 좀 그런 경향이 더 있었어요.

◆ 강신주> 심하게 있죠. 그거는 제가 판단하기는 잘 몰라서 그래요. 잘 모르면 개념의 성곽 속에 숨어요. 그런데 이제 그게 정확한 판단이다라고 생각을 한다면 성곽 속에 숨을 필요는 없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리고 ‘거리의 철학자’라는 별명은 전국을 다니면서 강연을 굉장히 많이 하시죠. 한 달에 보통 몇 회 정도를 하시는 것 같아요?

◆ 강신주> 지금은 좀 줄인 편인데, 한 7년 정도 된 것 같은데 평균적으로 한 2.5회? 하루.

◇ 정관용> 하루에 2.5회?

◆ 강신주> 네. 그렇게 됐어요. 지금은 좀 많이 줄였는데.

◇ 정관용> 많이 줄였더라도 평균 하루에 한 건 이상은 하세요?

◆ 강신주> 한 건 이상은 돼요.

◇ 정관용> 그래요?

◆ 강신주> 네, 그래서 작년에 위경련도 오고 그래서.

◇ 정관용> 그렇게 부르는 곳이 많습니까?

◆ 강신주> 많죠.

◇ 정관용> 어디든 부르면 간다, 이런 겁니까?

◆ 강신주> 웬만하면 가는데 몸이 한 개인지라. (웃음) 전라도에서 불렀는데 경상도에서 같은 날 부르면 못 가죠.

◇ 정관용> 못 가죠.

◆ 강신주> 그런 경우를 빼놓고라면 작년까지는.

◇ 정관용> 그러면 한 7년 전부터 작심하신 거예요? ‘아, 나는 거리로 가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해야 되겠다’ 이렇게?

◆ 강신주> 저는 철학하고 말하고 글 쓰는 사람이라 사람들이 부르면 가야죠. 그러니까 저자는 사람들한테 연애편지 쓰는 사람들이잖아요. ‘내 말 좀 들어줘’ 그리고 그쪽 편에서 책도 보고 이래가지고 ‘그래, 말 좀 하자’ 이러는데 안 갈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건 하나의 예의 같은 거 같아요.

◇ 정관용> 어떤 분들은 그래도 나는 글로만 나를 드러내겠다하는 분들도 있어요.

◆ 강신주> 그런데 그건 좀 잘못된 게 제가 좋은 철학자나 위대한 인물학자 책들을 볼 때 제일 안타까웠던 게 뭐냐 하면 ‘이 사람이 살아 있었다면 한 번 보고 싶다’ 저도 사실 그런 게 있었거든요.

◇ 정관용> 직접 들어보고 싶다?

◆ 강신주> 네, 직접. 그냥 강의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차 마시는지도 보고 싶다’ 그러니까 독자들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요. 직접 보고 싶은 거죠. 이 사람의 육성이 어떤지.

◇ 정관용> 그렇군요. 그렇군요. 그 요구에 부응을 해야 한다? 그건 의무다?

◆ 강신주> 아니, 제가 프러포즈를 했는데. (웃음) 만나자고 그랬는데 안 만나면 그거는 도리가 아니죠.

◇ 정관용> 그런 게 사실상 독자와의 진짜 소통이다. 그렇게 보시는 거죠?

◆ 강신주> 제가 시작했으니까요. 얘기하자라고 시작했으니 내 손 잡고서 내려와라 그러면 웬만하면 가야되는 거죠. 힘들더라도.

◇ 정관용> 그래서 ‘돌직구 철학자’ ‘거리의 철학자’라는 별명 말씀까지 들었고. 박사논문이 ‘장자 철학에서의 소통의 논리’입니다. 장자는 소통을 뭐라고 했습니까?

◆ 강신주> 소통이라는 거를 우리 소통이 유행하기 전에 쓴 논문인데. 그 소통에서 소 자가 틀 소(疏)고 통이 연결하다라는 통(通). 그러니까 우리가 보면 간통 그러잖아요. 불법적인 연결, 남녀관계 통. 소라는 게 비운다라는 소리인데요. 장자한테 있어서 재미있는 게 뭐냐 하면 소가 포인트가 돼요.

◇ 정관용> 통이 아니라?

◆ 강신주> 네. 비워야지 통한다라는 거죠. 그래서 비유를 든다면 저라는 사람이 예를 들면 잔이에요, 잔. 어떤 물잔 같은. 물을 가득 채우고 있으면요. 다른 사람을 지금 포도주라고 생각하면 제가 그 사람을 못 담잖아요. 저를 비워야 되잖아요, 이렇게.

◇ 정관용> 내 그릇 안에.

◆ 강신주> 내 안에 있는 소주를 비워내야죠.

◇ 정관용> 다른 사람의 술을 담아낼 수 없죠.

◆ 강신주> 담아낼 수 없죠. 그 사람은 포도주를 가지고 있고 저는 소주를 이렇게 가지고 있다면 제가 이렇게 소주를 비워 내야 그 사람이 저한테 이렇게 쏟죠. 쏟을 수 있죠. 그러니까 장자가 강조했던 건 소라는 글자고요. 그래서 장자 철학이나 이런 게 보면 마음을 비운다는 허, 그런 글자가 도가 철학, 노자·장자에 많이 나오잖아요. 이 사람들은 그런 거죠. 그래서 노자에도 그런 말 많이 나오죠. 대양, 아주 깊이 파여져 있는 낮은 곳에 가야 물결들이 이렇게 몰려서 들어온다.

◇ 정관용> 그렇죠.

◆ 강신주> 이런 비유들처럼 막 이렇게 억지로 대화하자 소통하자 이런 게 아니라 조용히 비우고 기다리는 거예요. 그런데 상대방은요. 옛날에 소주가 차였던 놈이라 함부로 안 부어요. 의심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비운채로 계속 기다려야 돼요. 그러면 이제 상대방이 어느 날 ‘어, 얘 비어 있네’ 하고 비웠다고 그래서 바로 소통이 되지 않아요. 장자는요. 비워놓으면 상대방은 불신할 수 있거든요. ‘저 놈이 10년간 소주를 채우고 있었는데 지금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나중에 계속 보는 거예요. 차 있나, 안 있나. 그러다가 한 번 한 1, 2년 지나서 포도주를 찔끔 붓죠. 그러니까 사실은 소통이 좀 뭔가 안 된다. 이런 느낌이 드시는 분들은 바로 마음을 비우고 ‘나는 욕심 없어’ 이게 안 되고요. 비어놔도 기다려야 돼요, 계속. 상대방을 또 포도주를 강제로 가져와서 따를 수는 없는 거고. 그래서 비운 다음에 기다리는 것. 이게 장자가 보통 장자 철학의 핵심이죠, 그게.

◇ 정관용> 그러니까 남과 통하고 싶으면 먼저 나를 비워라?

◆ 강신주> 네, 비우고 기다려야 돼요.

◇ 정관용> 또 내가 비웠음을, 비어있다는 것을 상대방이 알 때까지 기다려라?

◆ 강신주> 기다려야 돼요. 그거 굉장히 인내죠.

◇ 정관용> 그냥 다가가면 안 됩니까?

◆ 강신주> 무섭죠.

◇ 정관용> 무서워요?

◆ 강신주> 상대방이 무섭죠. 왜냐하면 소통을 해야 되는 사람들은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어야 돼요. 왜냐하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의 속내를 잘 몰라요. 반면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높은 자리 사람한테 눈치를 보기 때문에 속내를 알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본다라고 그러면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비워서 낮은 데로 가야 되는 거죠. 높은 데로 이렇게 기득권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고. 또 비웠다고 그래도 해도 상대방이 무서워하죠. 우리 직장에서 야자타임 하죠? 사장이 야자타임 하자라고 딱 그럴 때 함부로 야자타임 못하잖아요. 무서운 거죠.

◇ 정관용> 했다가 나중에 인사상의 불이익을 당할까봐.

◆ 강신주> 불이익도 당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나는 너희들과 얘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해서 야자타임 하자 그러면 회식을 한 100번 정도해야 야자타임이 나올 거예요. 그때까지 기다려야 되지 또 갑자기 화내면서 ‘야자타임 하자고 그랬잖아!’ 이러면 문제가 벌어지죠. 그래서 자기 자신이 가득 차 있고 옳다라고 생각하는 것, 자기의 욕망 이런 걸 비우고요. 더 힘든 거는 기다리는 거예요. 그게 힘들죠.

◇ 정관용> 일단 비운다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만 그걸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의 소통이라고 전제한다면 자기 생각을 비운다? 그 얘기는 자기 생각을 언제든 바꿀 수 있다라는 것 아닐까요?

◆ 강신주> 그런데 그 기본 전제가 있는데요. 제가 소통 강의를 하다 보니 어떤 강연을 할 때 어떤 분이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다 세계와 소통하려는 게 화두가 됐는데 소통하려는 사람은 정해져 있는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만. 제가 농담 삼아 그랬죠. 길을 가는데 성추행범이 자기 몸을 탐할 때, 겁탈하려고 그럴 때 소통하면 안 되죠.

◇ 정관용> 그렇죠. 그건 맞서 싸워야죠.

◆ 강신주> 싸워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사랑의 관계에 있었을 때 소통이라는 건 의미가 있는 거죠. 그런데 아까 얘기하셨잖아요. 내 생각과 저 사람의 생각이 다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우리는 같이 가야 된다라는 애정이 있다면, 만약에 내가 그 애정이 크다면 내가 먼저 비워야 되겠죠. 그런데 둘 사이에 애정이 없다면 사실 이건 아무 의미가 없는 거예요.

◇ 정관용> 하려고 해도 안 되는 거죠.

◆ 강신주> 안 되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가 예를 들면 좋아하는 아가씨를 진짜 사랑하게 되면 내 음식을 포기할 수도 있잖아요, 이런 것처럼. 그러니까 소통을 안 되는 거는요. 사랑의 강도가 약해서 그런 거예요. 많이 진짜 사랑하면 그 사람이 없으면 못 살 정도로 사랑하면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다 해요, 자기가. 그러니까 때때로 정치권이나 이런 데서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거나 대통령서부터 이런 사람들이 못했을 때 전 묻고 싶죠. 애정이 있는가. 애정이 있으면요. 저절로 소통이 돼요.

◇ 정관용> 그러니까 지금의 여야 관계에 있어서 소통이 없다는 얘기는...

◆ 강신주> 애정이 없는 거예요.

◇ 정관용> 같이 갈 생각이 없다는 거죠.

◆ 강신주> 없어요, 없어요.

◇ 정관용> 그냥 싸워 이기려고만 한다는 얘기죠.

◆ 강신주> 싸워 이기려는 거죠. 그러니까 상대방이, 물론 서로는 상대방이 성추행범이라고 규정을 할 거예요. (웃음)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렇죠.

◆ 강신주> 그러니까 이렇게 해서부터 된다라고 그러면 이거는 의미도 없는 거고. 사실은 좀 분리를 시켜놓는 게 더 낫죠.

◇ 정관용> 그럼 시작부터 얘기를 해 보자면 어쨌든 여야는 동반자 관계다. 같이 가야만 한다라는 인식부터 생겨야 되겠군요.

◆ 강신주> 애정이 없으면 안돼요. 그거 지금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봤을 때. 갈 때까지 계속한번 가보는 것 같아요. (웃음)

◇ 정관용> 우리의 여야 관계를 흔히 ‘적대적 공존 관계’ 이렇게 부르지 않습니까?

◆ 강신주> 네.

◇ 정관용> 그게 서로 상대방을 욕하고 비판하고 이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바로 적대적 공존 관계거든요.

◆ 강신주> 그러니까요. 한쪽이 사실 적이지만 한쪽이 또 허물어지면 자기도 허물어지기 때문에 아주 안 좋은 상태로 계속 유지되는 거고. 제가 옛날에 칼럼 하나를 썼는데 그런 얘기를 했죠. 지금 여야가 통합이 돼서 여권으로 통합이 돼야 진보세력이 나올 것 같다는 얘기를 드렸던 게, 사실은 여러 가지 정책 면에서 그닥 전 큰 차이를 못 느끼는데도 계속 싸워요. (웃음) 제가 받은 느낌은 그런 식으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죠. 특히 이제 야권 쪽 같은 경우, 제가 받은 느낌은 항상 그래요. 여러 가지 정책이나 이런 면들에 있어서 여권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오히려 야권이 항상 진보적이다라는 포지셔닝을 취하면서 진보적인 사람들이 안 나오게 만드는. 그러니까 서로 공존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4.19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4.19때부터.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좀 그게 필요한 것 같고. 아까도 얘기했지만 근본적인 건 애정이죠. 애정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소통을 항상 ‘네가 비워라’는 식으로 돼요.

◇ 정관용> 애정까지는 안 바라더라도 서로 같이 살아야 한다는 인식과 존중.

◆ 강신주> 그거는 의미는 없고요. 국민들을 봐야죠. 서로, 저는 정치인들이 서로 사는 게 더 무서워요. 국민들을 봐야 되거든요. 서로 살면 안돼요. 그거 사실 더 위험할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대표자들이라고 뽑힌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그 대표자들이 일단 기본적으로는 국민들이 지금 이렇게 싸우는 것들에 대해서 좋아하지 않잖아요.

◇ 정관용> 염증내고 싫어하죠.

◆ 강신주> 국민들을 사랑 안 하는 거예요, 양쪽 다. 신경을 안 써요. 이미 됐으니까. 몇 년간은 계속 갈 거예요, 이런 식으로. 그게 국민들을 어떻게 무시하고 사랑하지 않는가. 사실 철학자의 입장에서 이렇게 보여요.

◇ 정관용> 청와대에서 금년 초가 되면서 원칙을 지키는 불통은 자랑스러운 불통이다, 이런 말이 나왔거든요. 무슨 얘기냐 하면, 원칙에 어긋나게 타협하고 이러는 건 그건 소통이 아니다, 이런 인식에서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불통하는 것은 그건 불통이 아니다라는 말이에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강신주> 완전 궤변이죠. 우리 이성복이라는 시인이 이런 얘기를 해요. 방법을 가진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 정관용> 뭐요?

◆ 강신주> 방법을 가진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 정관용> 방법?

◆ 강신주> 네. 그 ‘방법’ 대신 ‘원칙’을 넣어도 돼요. 내가 아까 얘기했듯이 내 소주잔은 유지하겠다라고 한다. 그게 무슨 사랑이에요. 그래서 제가 비유를 이렇게 들죠.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자장면이면 아버님이 돌아가시면 제사상에 자장면을 올려야 돼요. 그런데 만약에 홍동백서를 계속 올리면 자기는 멋있게 제사 지낸다는 거예요.

◇ 정관용> 아버지는 싫어한다.

◆ 강신주> 아버지는 싫어하는 거예요. 그래서 방법이라는 게 사랑이 있으면 방법이 바뀌고 사람이 바뀔 수 있어요. 그런데 자기의 원칙을 가지고 가겠다. 그러면서 이거를 유지해야 소통이다. 그건 제가 처음에 모두에 말씀드렸던 것 있잖아요. 소주잔을 가득 소주를 담아놓고서.

◇ 정관용> 자기는 안 달라지겠다는 거죠.

◆ 강신주> 안 달라지겠다. 네가 소주를 받아라. 이건 사실은 거의 겁탈에 가까운 거죠, 뭐.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이에요. 그래서 그 방법을 가진 사랑, 원칙을 가진 사랑, 이게 옳은 거야라는 사랑, 이건 사랑은 아니에요. 그런데 그거를...

◇ 정관용> 폭력이겠네요.

◆ 강신주> 폭력이죠. 엄청난 폭력이죠. 더더군다나 그게 권력을 가지고 있는 청와대에서 그 얘기가 나온다고 하면 굉장히 고압적인 자세고. 시민들이 굉장히 흥분해야 되죠. 이거 뭐야, 이렇게 화를 내도 될 문제죠. 도전이죠, 도전.

◇ 정관용> 글자로만 이렇게 써놓으면 원칙이 있는 불통은 불통이 아니다. 왠지 멋있어 보이기는 해요.

◆ 강신주> 그런데 예를 들면 아버지가 아들이랑 얘기했을 때 아버지가 자기 원칙을 안 바꾸는데 아들이랑 어떻게 대화를 해요. 그거 뻔한 얘긴데, 그걸 가지고 그렇게 얘기하면 아들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대화야. 아버지의 원칙을 받아들일 때까지 나는 계속 떠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아들이 나중에 집에 안 들어올 거예요. 지금 그 모습이 최악의 불통의 모습을 청와대 쪽에서 하고 있다라고 보여지죠. 자기 원칙을 지키겠다.

◇ 정관용> 그 문장 하나에서.

◆ 강신주> 네. 의지가 보이고요. 왜 이렇게 대화를 안 하려고 하지.

◇ 정관용> 그렇군요. 해석해 보니까 소통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군요.

◆ 강신주> 네, 그렇죠. (웃음)

◇ 정관용> 그것도 아주 확고하게.

◆ 강신주> 확고하게. 굉장히 무서운 거예요.

◇ 정관용> 장자가 말하기를, 비워라.

◆ 강신주> 비워라.

◇ 정관용> 그 말은 내 생각을 바꿀 수 있다.

◆ 강신주> 원칙을 바꿀 수 있다.

◇ 정관용> 바꿀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내 생각과 내 원칙도 틀릴 수 있다.

◆ 강신주> 민주주의 사회는요, 국민들에 따라서 법을 개정하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예요. 원칙과 법은 바뀌어요. 그런데 그 원칙을 고수한다, 이거는 스스로 굉장히 강한 보수성일수도 있고요. 굉장히 강한 옹고집일 수도 있고요. 국민 입장에서는 무섭죠. 제가 아까 비유 드렸잖아요. 아버지가 원칙을 안 바꾼다고 그러는데 대화하겠다고 자식을 부를 때 자식들이 얼마나 무서워요.

◇ 정관용> 그러니까 중간에 그런 말씀하셨습니다마는, 특히 권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 뭐 회사 사장얘기도 하셨습니다마는. 그 속에서의 소통의 시작은 위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죠?

◆ 강신주> 위로부터 시작해야죠. 불행하지만 가장 약자나 힘이 없는 사람들은요. 지금 ‘우리 사장이 오늘 기분이 안 좋은데’ 다 읽어내요. 그런데 사장이 진짜로 직원들, 저 말단직원 얼굴을 못 읽는 게 사장이 무서우니 얼굴을 다른 표정을 한다고요. 어제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안 돌아가신 척 해야 될 거고. 시련을 당했어도. 그러니까 읽기가 힘들어요, 그게. 그러니까 아랫사람한테 소통을 요구하면 안돼요. 소통은 아랫사람은 다 하고 있어요. ‘우리 사장님 오늘 기분이 안 좋다’ 다 본다고요. 그러니까 그런 상태로 본다고 그러면 소통은 국민들한테 하라고 얘기하면 안 되고요. 무조건 자식에 대해서 아버지가, 대통령이 국민에 대해서 대통령이 해야 돼요. 사단장이.

◇ 정관용> 부하들한테.

◆ 강신주> 부하들 앞에서 자기가 해야 돼요.

◇ 정관용> 사장이 직원한테.

◆ 강신주> 직원한테. 그래서 소통이라는 이런 덕목이 동양에서 발달한 이유가 제왕의 통치술이라는 말이에요. 제왕이 그렇게 해야 된다라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거를 한번 생각을 해 봐야 되고 갑자기 어린 애들이나 후배들이나 약한 사람을 불러서 ‘소통하자’ 이러지 마세요. 제일 무서운 거예요.

◇ 정관용> 그러지 말고 그냥 자기를 비워라.

◆ 강신주> 비우면 보여요.

◇ 정관용> 힘 있는 사람이 힘을 버려라.

◆ 강신주> 네. 그걸 버리고서 원칙을 버리고서 ‘난 저 사람들을 품고 가겠어. 저들이 원하는 게 뭐지?’라는 걸 보면 비어 있으니까 국민들이나 그 아랫사람들의 그게 포도주처럼 내 빈 잔으로 밀려들어오죠.

◇ 정관용> 가만 그 말씀을 듣다보니까 어린 아이들은요. 난생 처음 보는 애들도 10분만 붙여놓으면 금방 친해지고 놀잖아요. 그만큼 소통이 잘 돼요.

◆ 강신주> 잘 되죠.

◇ 정관용> 나이를 들면 들수록 소통이 어렵죠.

◆ 강신주> 네. (웃음)

◇ 정관용> 그 이유는 자기 안에 뭐가 자꾸 차기 때문 아닐까요?

◆ 강신주> 쌓여져서 그렇죠. 쌓고, 쌓고. 우리가 이사 갈 때도 보이지만 집에다가 짐을 계속 쌓아놓잖아요. 그런 것처럼 나이가 든다라는 건, 뭐 그게 소중한지 켜켜이 마음속에 쌓아놓는 거거든요.

◇ 정관용> 결국은 고연령화될 수록 보수화된다는 그 말이군요.

◆ 강신주> 보수화되죠. 왜냐하면 그걸 버린다는 건 자기의 경력과 연륜 같은 걸 다 부정하는 거니까. 믿을 수 있는 건 자기가 쌓였던 것. 그것만 가지고 얘기하니까요.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그런 할아버지가 손주와 얘기하려면 ‘나는 옛날에는 이렇게 놀았어’라고 손주한테 얘기하면 안 되고. 그걸 비우고요. 손주랑 같이 떼굴떼굴 구르고 노시면 손주랑 친해지세요. 방법은 그거밖에 없어요. 어른이니까요, 할아버지가.

◇ 정관용> 우리의 권력관계로 보면 청와대 대통령부터 그래야한다는 말씀 하셨고.

◆ 강신주> 소통의 책임을 가장 크게 져야 할 분이 대통령, 그다음에 순위대로 내려오면 돼요.

◇ 정관용> 여당. 야당은 잘하고 있습니까?

◆ 강신주> 일단은 잘하고의 문제는 아니죠. 일단 제일 큰 책임은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되느냐라는 건데. 가장 권력이 세면 셀수록 비우는 양이 커져야 되니까. 저 위가 안 버리는데 야당한테 적게 버린다, 이거는 굉장히... (웃음)

◇ 정관용> 야당이 먼저 양보할 수는 없는 건가요?

◆ 강신주> 안 돼요, 그건. 그건 안 되죠. 왜냐하면 사실은 야당은 지금 여당이나 대통령 눈치를 볼 거예요. 뭘 생각하는지 알 거예요. 그런데 이쪽에서는 안 읽는 거거든요. 똑같은 구조니까.

◇ 정관용> 알겠습니다. 또 회의할 때 입 딱 벌어지게 하품하는 사람이 있는, 그런 사람이 있어야 좋은 사회다라는 표현을 쓰신 바가 있는데. 이 얘기를 마지막으로 여쭤보죠. 무슨 얘기입니까, 이건?

◆ 강신주> 이게 뭐냐 하면, 좋은 사회다라는 기준은요. 어떻게 되냐면 자기 속내를 겉으로 표현하더라도 그게 인정을 받아야 돼요. 헌법에 나오는 표현의 자유가 별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회가 되면 너무 좋은 사회, 회의가 진정한 회의는 뭐냐면요. 후배들이나 밑에 있는 사람이 자기 의견을 피력하고 그 중에 좋은 거 선택해야 되는데, 하품도 못하게 하는 권위적인 구조다. 그리고 긴장하고 있다. 그리고 저 상급자가 뭐라고 얘기하는지 들으려고만 한다. 그러니까 하품을 해도 된다는 얘기는 그만큼.

◇ 정관용> 자유롭다.

◆ 강신주> 자유롭다는 얘기죠. 그 정도가 돼야 회의도 진행하고. 진짜 열 사람이 모이면 열사람이 티격태격해서 하나를 결정했을 때 더 세잖아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회사라든가 권력관계에서나 다 보면 한 사람이 다 결정하고 나머지 거수기처럼 움직이고 있고, 경직돼 있고.

◇ 정관용> 그만큼 자유로워야 한다.

◆ 강신주> 자유로워야 돼요.

◇ 정관용> 의사표현과 의견개진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말씀이고. 추가로 말하면 그냥 활발하게 말하는 회의라기보다 하품을 했다는 거는 지루하다는 자기의 감정을 드러낸 거잖아요.

◆ 강신주> 드러내기도 하고요.

◇ 정관용> 감정까지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 말인가요?

◆ 강신주> 거기까지 가면 더 좋은 거죠. 그러면 그걸 보고서 만약에 후배들을 사랑하는 사장이거나 선배면 ‘야, 회의 이제 그만하자’ 이럴 수 있으니까. ‘너, 어디서 하품을 해’ 이러면 아주 나쁜 사회가 되겠죠.

◇ 정관용> 그런데 그렇게 감정까지 막 너도나도 다 드러내면 오히려 충돌과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요?

◆ 강신주> 그렇지는 않죠. 제가 봤을 때는 가장 큰 문제가 민주주의 사회가 강한 이유는요. 독재자라든가 이런 한 사람이 죽으면요, 그런 사회는 다 무너져요 한꺼번에. 그런데 민주주의사회는 누구나 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한두 사람이 없어져도 또 되거든요. 그래서 이게 그 소란은요, 그 사회의 안정성을 위해서 계속 필요하죠.

◇ 정관용> 요즘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는 소통 그러면 SNS, 페이스북, 트위터 그런 얘기하는데.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세요?

◆ 강신주> 가짜소통. 가짜소통이에요. 그러니까 그거를 게임기 조정하듯이 운전하는 거죠. 소통됐다라는 착시효과를 주는 것. 그래서 제가 페이스북이나 이런 거 하는 건 오케이, 찬성하거든요. 세계가 더 많이 열리는 거니까. 수단으로만 쓰셔야 돼요. 거기서 봤던 정보를 여러분들이 몸으로 가서 가거나 그 사람을 만나보는 장소로 써야 되지, 깨작깨작 댓글 올렸다고 소통했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있는 세상이 되거든요. 굉장히 위험한 세상이 돼요.

◇ 정관용> 소통에 능한 사람, 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 있습니까?

◆ 강신주> 모델로 삼을 사람이요? 지금 우리 시대는 없는 것 같아요. 좀 서구적이어서...

◇ 정관용> 역사 속에서라도.

◆ 강신주> 제가 아까도 얘기했지만 장자 같은 사람이죠. 장자 같은 사람, 그런 사람들도 있었고. 역대 우리가 딱 보면 좋은 정치가라고 하는 사람들은요, 다 소통의 달인이에요. 그래서 이런 게 있거든요. 관리가 물러날 때 창고에 곡식 하나 없어야 돼요. 그 사람들한테 다 나눠줘서. 만약에 관리가 나갈 때 곡식이 남아 있다. 그럼 나쁜 관리라고 얘기하거든요. 청빈이라는 개념이 그래서 나온 거 같아요. 맑은 가난함.

◇ 정관용> 알겠습니다. 비워라. 생각을 내가 먼저 바꿔라.

◆ 강신주> 그리고 기다리셔야 돼요.

◇ 정관용> 조금씩이라도 비우도록 저도 노력을 하겠습니다.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강신주>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강신주 박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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