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도행역시'(倒行逆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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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출현 이후 역사의 수레바퀴 퇴행.후퇴 경계"

 

전국 교수들이 올 한해를 돌아보는 사자성어로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를 꼽았다.

교수신문은 지난 6∼15일 전국의 교수 62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도행역시'가 32.7%(204명)의 지지로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됐다고 22일 밝혔다.

도행역시는 '사기'에 실린 고사성어로 춘추시대의 오자서가 그의 친구에게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고 말한 데에서 유래했다.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오자서는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가 초평왕에게 살해되자 오(吳)나라로 망명해 오왕 합려의 신하가 돼 초나라를 공격했다.

승리한 오자서는 원수를 갚고자 이미 죽은 초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그의 시체를 꺼내 채찍으로 300번 때렸다.

이에 친구 신포서가 오자서의 행위를 질책하자, 오자서는 "이미 날이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어서(吾日暮道遠)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지만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吾故倒行而逆施之)"고 말했다.

'도행역시'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출현 이후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며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도행역시가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주문하는 국민의 여망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과거 회귀적인 모습을 보이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지적이라는 것이다.

육 교수는 "지금 우리의 시대풍경은 프랑스 혁명 이후의 왕정복고기와 어느 정도 닮은꼴"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초반 행보는 '유신체제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려는 억압적인 국가권력과 심화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동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재규 인제대 법학과 교수는 "경제민주주의를 통한 복지사회의 구현이라는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공약들은 파기되고 민주주의 후퇴, 공안통치, 양극화 심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행역시에 이어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는 격'이란 뜻의 '와각지쟁'(蝸角之爭)'이 22.5%(140명)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힌다'는 의미의 '이가난진'(以假亂眞)도 19.4%(121명)의 지지로 3위를 차지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선정은 전공과 세대, 지역을 안배해 선정된 추천위원단이 사자성어 43개를 추천한 뒤, 교수신문의 필진과 명예교수가 5개를 추려내 전국의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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