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2주기 추모식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김정일 2주기 추모식 직전 고명대신이었던 장성택을 처형함으로써 김정은 제1비서는 사실상 '탈상(脫喪)'을 했다. 장성택이라는 인물로 대표되는 '아버지 시대'의 잔상은 17일 추모식을 기점으로 완전히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집권 후 지난 2012년이 후견인들의 도움을 받아 3대 세습체제를 만드는 해였다면, 올해는 잇따른 인사조정과 장성택 처형 등을 통해 집권층을 포섭하고 정권을 안정시킨 해라고 볼 수 있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는 내년은 일반 주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적 성과에 집중하는 시기로 관측된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집권 이후 지금까지 시기가 '정치적 조정기'였다면 이제는 김정은이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경제적 조정기'"라며 "3대 세습 역사에서 지금처럼 경제 비중이 공식화된 때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장 이날 추모식 추모사에서도 "모든 부분의 산업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과학화시키겠다(장철 국가과학원장)", "마식령 속도 창조 열풍이 온 나라에 휘몰아치게 하시고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놓으신 경애하는 원수님(현상주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 위원장)" 등 경제 발전에 방점이 찍혔다.
이같은 징후는 장성택 처형과 오버랩되는 수준으로 여유를 두지 않고 터져나왔다. 처형 당일인 12일 북한은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원회 제 4차 회의 개최를 제안해왔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측이 외국인투자자 설명회를 빨리 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같은 날 우리 측이 제안한 주요 20개 국(G20) 차관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대표단의 개성공단 방문 제안도 받아들였다. 15일에는 조선개발경제협회 윤영석 대표가 평양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경제정책은 예전과 같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을 근거로 김정은 제1 비서가 북중 경협 비중을 높이는 등 유화적인 몸짓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군사적 위협 수준을 높였던 4-5월에도 경제 개발에 대한 의지를 함께 보여왔다"며 "핵-경제 병진노선의 성공가능성과는 별개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우리가 어떻게 관리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윤지나 기자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