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정원장도 사찰했던 국정원, 일탈의 끝 가늠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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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시 여당 대표도 사찰...국내정치 백화점식 개입 실태 보니 '충격'

16일 오전 국회에서 국정원 개혁 특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 방안에 대한 공청회'에 여당과 야당 추천 위원들이 배석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좌측부터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 이광철 민변 변호사, 참여연대 장유식 변호사, 한희원 동국대 법학과 교수) 사진=윤창원 기자

 

16일 열린 국회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공청회에서는 국정원이 지난 날 일삼아온 충격적인 일탈 행위들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 국정원 개혁 특위가 마련한 이날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 방안에 대한 공청회'에 참여한 이광철 변호사는 국정원의 탈정치화, 탈국내화를 주장하며 과거 국정원의 민낯을 낱낱을 공개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이후 국정원이 국내 정치 개입 목적으로 정치인, 기자, 법조인, 종교인, 시민단체 등을 사찰하거나 압박을 가해 왔다며 관련 예를 적시했다.

국정원은 박원순 제압 문건으로 알려진 것처럼 야당 정치인에 대한 사찰 뿐 아니라 여당 정치인도 가리지 않고 뒤를 밟았다.

그가 제시한 사례 가운데는 국정원이 2009년 4월 당시 여당 당수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사찰한 것이 눈에 띈다.

당시 국정원은 이모 팀장의 지휘 아래 4개월간 20명으로 된 팀을 꾸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박 위원장을 사찰했다는 것이다.

이어 2010년 여름에는 국정원이 정태근 당시 여당 국회의원의 부인을 사찰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을 던지기도 했다.

국정원은 심지어 국정원장을 사찰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청와대로 파견된 국정원 직원 이창화 행정관이 김성호 국정원장과 국정원 고위간부 부인 등을 사찰했다는 2010년 11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폭로를 소개했다.

이명박 정권 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해찬 국무총리 시절에도 이강진 전 총리실 공보수석과 그 부인에 대한 광범위한 감청이 이루어진 사례도 거론됐다.

국정원은 또 법원과 검찰에 압력을 행사하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2008년 8월 국정원 요원이 이명박 대통령이 한겨레신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맡은 판사에게 전화해 재판사항을 확인하고, 재판을 참관하다 판사에게 적발됐다.

그런가하면 비슷한 시기 당시 국정원 제2차장인 김회선 현 새누리당 의원은 KBS 후임 사장 논의를 비롯한 언론대책논의를 위한 조찬모임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 김성호 당시 국정원장이 사과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또 탈북자 출신 기자로 다수의 특종 기사를 써왔던 연합뉴스 최 모 씨를 사찰하기도 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2010년 1월에는 국정원 직원이 조계사에 ‘압력’을 행사해 조계사 경내에서 열릴 예정이던 ‘바보들 사랑을 쌓다’ 행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2012년 3월에는 대통령을 풍자한 작품 전시회를 허가한 광주시측에 국정원이 사실상의 압력을 가해 광주시가 행사 주최 단체에 철거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정원은 국제기구 외교관을 미행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2010년 5월에는 프랑크 라 뤼 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을 미행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그런가하면 국정원은 국회의원에게 정보를 제공한 공공기관에 색출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2009년 7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천성관 검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천후보자의 부부동반 해외 골프여행 출입국 기록, 후보자 부인의 명품 구매목록 등을 폭로한 것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과 국정원이 관세청 직원들을 상대로 제보자 색출 작업을 벌였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 밖에도 시민단체에 후원한 기업을 압박하거나 시민단체 활동가나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교수모임을 사찰하기도 했다.

이광철 변호사는 “국정원이 국정원으로서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게 하는, 정명(正名)의 첫걸음은 바로 국내문제에서 손떼게 하는 것”이라며 “국외에서 대북, 해외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하여 헌신하는 무명용사들을 위하여서도 국정원은 국내문제에서 손떼고 비권력기관, 비정치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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