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청와대 행정관' 입만 의존하다가 '뒷북치기' 영장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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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이상 소환조사한 뒤 영장..."증거인멸 시간 줬다" 비판

청와대(자료사진)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 검찰이 핵심 피의자에 대해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강제수사를 늦추는 바람에 사건 실마리를 찾을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의 입에만 의존한 수사를 벌이다가 청탁의 배후 인물도 특정하지 못하고 뒤늦게 구속영장을 청구해 전형적인 '뒷북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3일 이번 사건의 키(key)를 쥐고 있는 조 행정관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법과 가족관계등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조 행정관과 함께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

조 행정관은 조 국장에게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에 대한 주민등록번호, 본적 등의 정보를 주며 해당 정보가 맞는지 확인한 인물이다.

하지만 조 행정관은 아직 누구의 부탁을 받고 채군의 정보를 수집했는지, 입을 열지 않고 있어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조 행정관은 공직기강 업무와 무관한 총무비서관실에서 근무하고 있어 채군의 정보를 수집할 동기는 거의 없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지만, 조 행정관의 입을 열지 못해 수사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 행정관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려한 이유에 대해 말을 바꾸거나 '기억이 안난다'며 진술을 거부해 수사가 답보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 행정관은 애초 김장주 중앙공무원교육원 기획부장(안전행정부 국장급)을 '배후'로 지목했지만, 검찰이 김 국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복원한 결과 채 군 관련 내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윗선의 배후인물을 보호하기 위해 조 행정관이 거짓 진술로 수사를 방해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이 조 행정관을 네번 이상 연이어 소환해 놓고도 배후를 밝히지 못한 점에 대해 청와대 눈치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감찰 결과를 발표하자 조 행정관이 배후로 지목한 김 국장에 대해선 속전속결로 압수수색을 벌였으면서도 조 행정관에 대해선 압수수색을 하지 않아 청와대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조 행정관은 정권의 '문고리 권력'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의 직속부하이기도 하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이 비서관이 조 행정관에게 지시를 했는지, 보고를 받았는지 등에 대해선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검찰 측은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압수수색 방식을 통하지 않더라도 이 사건 진행 과정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다 보고 있다. 필요한 자료는 다 갖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배후를 캘 단서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피의자가 입을 열지 않고 거짓 진술을 했다면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압박하는 게 통상의 수사 절차지만, 이번 수사에서는 네차례 이상 불러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되레 증거인멸의 시간을 줬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결국 구속을 하더라도 압수수색을 하지 않으면 '윗선'을 밝힐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시간을 많이 줘서 공범끼리 입맞출 시간을 많이 준 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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