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정연설에 '특검·특위' 없을 듯, 경색정국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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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4번째 직접 시정연설...야당들 일단 "예우하겠다" 입장 내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16일 오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3자 회담을 마치고 국회 사랑재를 나서며 함께 걷고 있다. 윤창원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한다. 야당이 '예우하겠다'고 한 만큼 '국회 소란' 등의 해프닝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박 대통령이 야당의 기대에 부응할 연설을 내놓을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경색정국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정기국회에서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을 행한 것은 1988년(노태우), 2003년(노무현), 2008년(이명박) 3차례 밖에 없었는데, 하나같이 야당의 외면을 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양심수 석방'에 소극적이란 이유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측근비리' 등의 빌미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굴욕적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문제 탓에 연설 내내 '야당의 박수'를 단 한번도 못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야당의 피켓시위마저 목도해야 했다.

현 상황에 비춰보면 박 대통령 역시, 여당의원들로부터의 편향적 갈채만 받다가 국회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시정연설에 야당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않을 것이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국가정보원·국군사이버사 선거개입 사건의 특검,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회 특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시정연설에도 관련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야당 요구에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박 대통령도 별도의 입장 표명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은 "(시정연설 제도의 취지대로) 예산편성 방향, 국정운영 철학, 예산·법안 처리에 대한 여야 협조 부탁 등이 연설될 것"이라며 "야당이 대통령에게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것은 '국회 무기력화'이고,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놓겠다는 구태정치"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일단 '예우'는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정연설 직전에 최종 방침을 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집단퇴장 등 강경대응의 여지가 없지 않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국회를 방문하는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로 했다"며 "특검, 국정원 개혁특위, 민생공약 이행 등에 대한 대통령의 분명한 언급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엄포를 놨다.

정의당과 통합진보당도 각각 일단 예우를 갖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다만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존중받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바람에 부응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 본인에게 달렸다"고 경고했다. 통진당 오병윤 원내대표도 "본회의장을 반드시 지켜,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시정연설에서 대통령과 여당의 '후퇴'가 없는 이상, 경색정국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미 '특검·특위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투쟁에 나선다'는 입장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다른 야당은 물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나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등 우군을 확보했기 때문에, 투쟁동력도 갖춘 상황이다.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 등 중대현안이 산적한 연말정국에서, 집권 새누리당이 마냥 야당만 비난하며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는 '현실' 역시 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긴급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정연설이 또 다시 일방통행식 연설이 된다면, 정국을 풀어야 할 당사자가 오히려 정국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국민적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정국의 문제를 야당 탓으로 돌린다면 책임전가, 국면호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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