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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촛불집회의 도화선이 됐던 수입산 쇠고기 논란이 재 점화되는 양상이다.
쇠고기 수출입 교역과 관련해 국제기준을 따르지 않고 독자행보를 취했던 미국이 갑자기 국제기준을 따르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소는 지난 1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도자료를 통해 “광우병 관련 쇠고기 수입규제를 현대화하고, 국제수역기구(OIE)가 정하는 기준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국제사회에 천명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국제수역기구 기준에 따라 앞으로는 월령 30개월 이상 뼈 없는 쇠고기도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미국의 이러한 행보가 한국과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사전 포석의 성격이 짙다는데 있다.
이미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월령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수입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농림축산식품부 이동필 장관...“수용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긴장하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8년 촛불집회의 도화선이 됐던 미국 산 쇠고기가 쟁점으로 다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미국이 앞으로 어떤 구체적인 요구를 해 올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지난 2008년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한미 양국이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합의한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광우병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은 어렵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고, (이동필) 장관도 이미 강조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동필 장관의 이 같은 입장은, 이는 한미 양국이 쇠고기 월령 문제를 놓고 이미 논의가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농식품부의 한 고위 간부는 “미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다고 해서, 우리 정부도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허용할 수는 없다”며 “이 같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미국산 쇠고기...국내 시장에선 어림 없다.
미국이 국제 쇠고기 교역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쇠고기 시장에서는 여전히 맥을 못 추며 한계상황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는 국내에 들어 온 수입 쇠고기 21만1,000톤 가운데 미국산은 7만5,000톤으로 35.4%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입 쇠고기 25만4,000톤 가운데 미국산이 10만톤으로 39.6%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미국산 비중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산 쇠고기 수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시장에서는 더 이상 물량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우리의 한우 가격이 안정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BS노컷뉴스 박상용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