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민주당, "단기적인 해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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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민주당 ②]

민주당이 위기이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 이어 올해 두 차례의 재보선에서 모두 패하는 등 2년째 승전보를 전하지 못하면서 당 지지도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위기에서 벗어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민주당 위기의 원인은 어디에서 비롯됐고, 해법은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 주]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대선에 패했기 때문에 올해는 뭘 해도 안된다”며 “그래도 지지율 20%는 나온다. 결국 우리 지지자들은 선거 때가 되면 다시 모일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위기인 것도 맞고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옳지만 위기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론은 민주당은 총체적인 위기이고 “단기적인 처방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 당직자는 “백약이 무효”라고 진단했다.

“민주당의 위기는 상당 기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민주당의 장·단기 과제를 제시하는 의견은 적지 않다. 이를테면 시의적절한 의제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지난달 말 정치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나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자 덮어버린 일이 있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주었느냐’는 물음에 “영향을 주었다”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답이 47.4% 대 47.1%로 거의 비슷하게 나온 것이다.

또 ‘대선이 공정했느냐’는 질문에는 “공정했다”는 응답이 52.1%, “불공정했다”는 응답이 40.3%으로 공정했다는 판단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기초연금 공약파기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초 사이에 실시한 여론조사전문업체의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국민들의 관심은 정치현안보다는 민생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이런 결과에 대해 한 3선 의원은 “민생 관련 정책을 앞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실은 생활정치라는 말을 하면서도 민생에 와닿는 것을 잘 못하고 있다”고 자성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의제는 단순하고 신선해야 한다”며 “국정원 사건은 복잡할 뿐 아니라 1년 가까이 돼 국민들이 지쳤다. 박근혜정부의 취약점은 공약파기”라고 주장했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정확한 의제설정은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한 재선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흥행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방선거까지 이어갈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당 안팎에서는 무상급식을 핵심의제로 삼아 승리를 이끌었던 지난 2010년 지방선거의 경험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말이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민주주의 자체의 위기일 뿐 아니라 국정원 등 국가기관에 의한 정치개입을 이번에 바로 잡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선거를 해도 이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민주당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7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한 초선의원은 비공개회의를 통해 당이 제대로 위치를 잡지 못해 스스로 지지자들의 외면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보면 진보, 보수면 보수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전통적인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는 것 아니냐”고 따진 것이다.

우선 자신의 지지층을 다진 뒤 중원을 공략해야 하는데 반대로 중간층의 지지를 먼저 고려하다 보니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당의 간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안철수 의원과 견줄만한 스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안철수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고 있는 배경에는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것과 함께 안 의원 개인의 상품성도 적지 않은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 때 젊고 참신한 인재의 영입을 추진한 결과 신기남 추미애 의원과 정동영 천정배 전 의원 등 젊은 피를 수혈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현재 여당의 중추로 성장한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등을 영입해 당의 외연을 확대했다.

따라서 민주당 역시 당 내 인사이든 외부인사이든 능력 있고 참신한 인물을 당의 간판스타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백가쟁명식 해법이 제출되는 가운데 공통적인 의견은 정치적인 이벤트나 정치공학을 통해 위기를 넘길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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