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CBS법조팀이 단독 보도한 "참고인인 문재인 의원은 공개적으로 소환조사하고 NLL 불법유출과 관련해 고발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는 서면조사 했다"는 것과 관련해 야당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서면조사는 검찰이 기소하지 않을 사안이거나 참고인의 경우 어쩔 수 없는 경우에 조사하는 방법이었지만 언젠가 부터는 힘센 피의자를 봐줄 때 사용하는 조사방식이 되었다.
검찰은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아들이나 친형을 비롯한 권력핵심부와 관련해 서면조사를 남발하면서 '약자에는 강하고 강자에는 약한' 정치검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는 조사방식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서면조사 - 검찰의 불행한 역사 되풀이 왜?"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참고인인 문재인 의원을 소환조사하면서 피고발인인 김무성 의원을 서면조사한다는 건 뭔가 형평에 맞지 않는 것이냐?
2007년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의혹과 관련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재인 의원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참고인 조사를 마친 후 취재진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윤성호기자
= 그렇다. 당연히 형평에 어긋나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두 갈래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서 '대화록 불법 유출사건'을 수사하고 있고 공안2부에서 '대화록 폐기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그런데 공안1부에서 수사하는 대화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권영세 주중대사를 서면조사하고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에 대해서도 서면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과 권 대사는 국가정보원이 2급 국가기밀로 보관 중이던 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을 입수해 지난해 대선 당시 활용한 혐의로 민주당에 의해 고발된 피고발인들이다.
공안2부에서 수사하는 대화록 '폐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참여정부 관련자 20여명이 소환조사를 받았고 마지막으로 민주당 문재인 의원을 참고인으로 공개 소환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그래서 '편파수사'라거나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은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14일 부산 서면 합동유세 때 정상회담 회의록 원문 중 일부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문구를 읽었다. 국가기밀서류인 대화록을 불법으로 입수했다는 명백한 정황인 것이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권영세 주중 대사도 정상회담 대화록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라며 새누리당이 입수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국가기밀이 유출된 사건인데 핵심관련자를 서면조사한다는 건 수사의지가 없거나 봐주기 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참고인인 문재인 의원은 소환해 9시간이나 조사를 하면서 피고발인으로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김무성 의원이나 권영세 대사를 서면조사한 것은 수사의 ABC도 지키지 않는 것이라는 그런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대화록 발췌본을 공개한 새누리당 정보위원들도 서면조사했다던데?= 검찰은 지난 6월 대화록 발췌본을 단독 열람해 고발된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도 최근 서면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누리당 정보위원은 서상기 정보위원장과 조원진, 정문헌, 윤재옥, 조명철 의원 등인데
이들은 지난 6월 20일 국정원으로부터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한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포기 취지의 발언을 직접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지난 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검찰의 대화록 수사와 관련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소환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자료사진
민주당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특위' 및 당 소속 법제사법위원들은 다음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 위원장과 윤재옥 정문헌 조명철 조원진 의원 등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및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때까지는 대화록이 기밀서류였기 때문에 열람자체가 불법이다. 그런데 검찰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소환조사를 하지 않고 서면조사를 한 것이다.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은 "국정원 발췌본을 열람한 의원들에게 모두 (우편질의서를) 보낸 것 같다. '비밀서약을 쓰고 왜 기밀 내용을 유출했느냐'는 정도를 묻더라"고 전했다.
대화록 불법유출 문제를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서는 명백한 불법을 불사하고 대화록을
열람한 새누리당 의원들 중 최소한 위원장과 여당간사는 조사해야 한다. 어떻게 불법열람을 하게 됐는지를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그 직후에 비밀등급을 해제하긴 했지만 명백한 불법열람에 대해 수사하는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7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차례에 걸쳐 국가정보원에 보관 중이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전문 대출' 형태로 열람했다는 사실을 국정원으로부터 대면보고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신 의원은 "2009년 후반기 청와대의 요청으로 전문이 (청와대에) 대출됐는데 신청자는 외교안보(수석)실"이었고 "이어 2010년에도 청와대에 전문이 대출됐고, 2011년 말에는 천영우 당시 외교안보수석 요청으로 전문이 대출됐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2009년 5월에는 (국정원의) 해당 부서에서 보고서(발췌본)를 작성해 지휘계통을 통해 청와대에 보고하기 위해 국정원 자체적으로 대화록을 열람했다"고 말했다.
신경민 의원이 국정원의 대면보고를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정상회담 대화록은 청와대가 3차례 전문대출하고, 국정원이 1차례 자체 열람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출이 됐거나 대선직전인 지난해 10월쯤 정문헌 의원이 대화록을 언급했으니까 유출경위에 대해
검찰이 의지가 있다면 수사하지 못할게 없어 보인다.
▶검찰이 서면조사 사실을 감추고 거짓 해명을 했다는 건 무슨 얘기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등에 대해 서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실을 감추고 거짓해명을 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자료사진
대화록 관련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와 공안2부를 지휘하는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서면 조사서를 김무성 의원 측에 이미 보내놓고도 CBS노컷뉴스의 보도와 관련해 "김무성 의원은 아직 조사 방법 결정하지 않았다. 서면 조사 안했다"고 해명했다. 거짓 해명을 한 것이다.
이진한 차장의 해명은 김무성 의원 측에서 "지난달 중순 '우편진술서'를 송부 받아 답변을 작성 중이며, 이르면 이번 주 검찰에 답변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한시간여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검사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검사와 기자들과의 일종의 불문율이었는데 요즘은 대놓고 거짓해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진한 차장은 "거짓말은 아니었다"며 "서면 조사 답변이 안 왔는데 서면 조사했다고 할 수도 없고, 서면 조사 진행 중이라고 공개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추가로 해명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법조취재기자들은 이진한 차장이 대놓고 거짓말을 한다며 믿을 수 없는 검사라는 평가들을 하고 있다.
▶서면조사가 왜 문제가 되는 거냐?= '서면조사'는 통상 일반적인 수사에서 반드시 필요한 참고인이 국내에 없거나 도저히 출석할 상황이 아니거나 불가피한 상황일 때 받는 것이다.
어제(7일)가 수능시험일 이었는데 수능시험을 보는데 다른 모든 수험생은 고사장에서 시험 감독의 감독 아래 시험을 치러야 한다. 참고자료를 보거나 조언을 들으면 부정행위로 시험자체가 무효가 된다.
그런데 서면조사는 수능시험을 집에서 편안히 보면서 참고서도 보고 전문가의 조언도 듣고 기출문제도 보면서 모범답안을 내면 되는 것이다. 조사대상자가 답변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인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검찰에서 서면조사 질문이 오면 법률가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사건과 관련된 다른
사람들의 진술서 등등을 참고해 모범답안을 작성해서 제출하면 되는 것이다. 검찰이 소환조사를 하면 포토라인에 서야하고 카메라와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시달리면서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것과는 천양지차이다.
조사대상자가 모범답안을 냈으니 검찰은 조사하고자 하는 의도와 아귀가 잘 맞을 것이다. 그러면 무혐의를 하거나 처벌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특히 피고발인이나 피의자의 경우 서면조사를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당연히 범죄의 의심이 가는 사람에게 서면조사를 할 경우 수사정보를 흘려줄 우려가 있고, 또는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서면조사를 하는 경우는 앞서 설명한 대로 불가피하거나 기소하지 않을 경우 서류의 완결성이나 조사절차 등을 고려해서 하는 것이지 범죄혐의를 밝히려고 하면 당연히 소환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해가 잘 안 된다"면서 "봐줄 거면 그럴수록 조사를 더 세게 해야 하는데 왜 그렇게 했는지 납득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도 서면조사 때문에 검찰이 따가운 비판을 받지 않았나?= 그렇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검찰이 민감한 권력핵심부와 관련된 수사 때마다 서면조사라는 이빨 빠진 칼을 휘둘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내곡동 사저의 부지매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8개월여 동안 수사하면서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에 단 한차례 서면조사하고는 무혐의 처분을 했다.
검찰은 이시형씨 뿐만 아니라 정정길 전 청와대 실장과 임태희 전 청와대 실장에 대해서도 서면진술서를 받는 것으로 조사를 마쳤다.
물론 이시형씨는 그 뒤 내곡동 특검에서 공개소환 됐지만 검찰의 대표적인 권력 눈치 보기와 봐주기 수사의 전형이었다.
내곡동 사저 사건은 지난 9월 27일 대법원은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김태환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징역 1년 6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고 심형보 전 경호처 시설관리부장도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내곡동 사저 사건에 연루된 김종인 경호처장과 김태환 청와대 행정관 심형보 경호처 시설관리부장이 대법원에서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등의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는 것은 당시 검찰수사가 얼마나 형편없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검찰은 또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실의 여비서 계좌에서 수억원이 발견된 것과 관련, 검찰이 이상득 의원에 대해 서면조사를 실시했다.
▶그동안 검찰의 서면조사 역사를 보면 봐주기 수사를 위한 명분 쌓기였다던데?= 서면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1995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다. 검찰은 (서울지검 공안1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한 뒤 12.12 사건은 명백한 군사반란 행위로 규정하고서도 기소할 경우 불필요한 국력소모가 우려된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5.18 광주학살에 대한 고발사건과 관련해서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려 죄는 인정하지만 벌은 줄 수 없다는 이상한 결정을 한 사건이다.
그 뒤 김영삼 대통령이 5.18 특별법 제정을 천명한 뒤 두 전직 대통령은 구속 기소되고 1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선고되고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22년 6월)형이 선고됐다. (항소심에서는 全 前 대통령에 대해 무기징역을, 盧 前 대통령은 징역 17년으로 각각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는 조사를 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였지만 검찰 스스로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하는 창피스런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외환위기와 관련해 검찰의 서면조사를 받았다. 강경식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직무유기로 불구속기소됐지만 무죄가 확정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서면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서면조사를 기획하다가 여론에 밀려 소환조사를 한 사례도 있다. 대전법조비리와 관련해 검찰은 당초 검사 24명에 대해 서면조사 후 선별소환 방침을 세웠다가 따가운 여론의 질책에 밀려 24명을 전원 소환조사했다.
물론 참여정부시절인 2007년에도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의전비서관이던 정윤재 비서관이 업자와 부사지방국세청장을 소개해준 사실을 확인하고도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가 여론의 따가운 비판에 밀려 결국 수사를 확대해서 전군표 국세청장까지 구속하게 된다. 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다 정권에 더 큰 부담을 안겨준 것이다.
검찰의 서면조사 역사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렵지만 검찰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고 권력의 편에 서서 적당하게 어물쩍 넘어가려다가 오히려 사건이 커지거나 청와대에 더 큰 부담을 안겨준 사건들이 적지 않다.
▶서면조사를 한다는 건 봐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 얘기냐?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 자료사진
= 반드시 그런건 아니지만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건 사실이다.
검찰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소환조사에 앞서서 서면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검찰이 소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소환시기도 조절하는 용도로
서면조사를 했다.
수사의 방식이기도 한 것인데 이번 대화록 관련해서도 검찰에서는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밝히고 있다. 이진한 차장은 "수사가 상당부분 진행 중에 있다. 조금만 지켜봐 달라. 결과를 보면 중간 단계에서 있을 수 있는 오해나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거듭 해명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도 논란이 되자 7일 "검찰이 부르면 언제든 출두해 조사 받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면서 검찰은 김 의원과 권영세 대사는 소환조사 할 수 있는 실리를 얻게 됐다.
그렇지만 이번 '서면조사' 논란을 빚으면서 검찰은 '대화록 유출의혹'에 대해서는 수사의지가 없다는 속내를 드러냄으로서 모양새를 구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내부에서도 '서면조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서면조사를 한다는 건 수사할 생각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면조사는 그냥 '진술서나 한장 내주십시오'라는 뜻"이라면서 "피고발인이니까 조사를 하지 않을 수는 없고 형식적으로 구색을 갖추려고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