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시론] 공기업 낙하산 인사, 창조경제 본질 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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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 등으로 건재를 과시해 온 이석채 KT회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시민단체들이 고발한 배임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참여연대와 전국언론노조 등에 의해 고발 당한 이석채 회장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 정도로 매각해 회사와 투자자에 최대 86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의 수사는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에 일단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검찰은 KT사옥과 임직원들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관련자료 확보에 나섰다.

KT 회장의 사퇴는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반복되는 한국형 인사(人事) 파동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민영화이후 첫 수장이 된 이용경 전 사장은 연임을 시도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무산됐다. 두 번째 수장인 남중수 사장이 들어서면서 KT 사장 자리는 정치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남 전 사장의 연임시도는 2008년 11월 뇌물죄로 구속되면서 결국 낙마로 막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 당시 이석채 사장이 취임해 KT를 이끌어 왔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도 정치 바람은 여전해 교체설이 끊이질 않았다. 검찰의 수사 중임에도 벌써부터 정치권과 기업체 등에서 KT회장으로 하마평이 거론되고 있다. KT뿐만 아니라 포스코, 국민은행 등도 마찬가지다.

이제 민간기업 KT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선도적으로 내세우면서 KT 새 회장을 낙하산 형식으로 인선한다면 창조경제는 본질을 흐린다. 창조경제를 이끌어 가려면 인사도 창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민간기업 KT가 과거 공기업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것도 절대 안 된다. 정부는 민간기업 KT에 낙하산으로 정권 주변 인사를 앉힐 생각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는 IT기업은 이제 다섯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로 좁혀져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선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고 KT와 SK가 뒤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KT의 미래를 담보하고 창의적인 지식을 겸비한 전문가를 후임으로 인선할 수 있도록 해서 IT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정립시켜야 한다. 한국의 IT산업을 이끌어갈 유능한 인물을 선임은 사업의 계속성을 유지하고 5년 뒤 또 다른 정치적 파란을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 KT의 최고경영자 선임과정에서 후진적인 정권이 개입한 인사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이유다.

권주만 (CBS 해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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