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합동 유세를 펼치고 있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 송은석기자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지난 대선 때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공개하면서 두 진영 사이에 진실 공방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홍 의원은 31일 후보단일화를 포함해 지난 대선 이야기를 담은 책 ‘비망록’을 출간했다.
‘비망록’은 지난해 민주당의 총선 패배에서부터 시작해 문재인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서게 되는 과정, 후보단일화와 대선 패배에 이르는 경과 등을 싣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있었던 비화이다. 경우에 따라 두 진영의 진실공방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먼저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두 후보의 단독회동에서 안 후보가 했다는 제안의 전말을 설명했다.
제안의 내용은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했으나 문 후보가 거절해 성사가 안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대선 당시 후보 비서실장이었던 노영민 의원의 설명을 빌어 그같은 말이 “낭설 중의 하나”라고 일축했다.
노 의원이 “당일 문 후보에게 물어봤는데 그랜드힐튼에서 안 후보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또 “안 후보는 민주당을 포함한 기존정당을 청산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많은 지지율을 얻었다”며 “그런 안 후보가 입당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노 의원의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23일 안 후보가 후보사퇴 기자회견을 연 이유에 대해 홍 의원은 이미 승부가 기울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와 관련해 “당 자체 여론조사를 돌렸고 오차 범위 이상으로 이기는 결과를 받았다는 것도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며 “그런 정황을 종합해볼 때 안 후보가 전격사퇴한 이유를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노 의원의 설명을 인용했다.
안 후보 측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후보단일화 방법을 통하더라도 민주당 자체 조사 결과 문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결론이 나오자 안 후보가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위해 알아서 사퇴했다는 것이다.
안 후보가 후보를 사퇴한 뒤 문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조건으로 자신을 ‘미래 대통령’으로 요구했다는 부분도 논란이 됐다.
홍 의원에 따르면 안 후보 측은 지난 12월 2일쯤 “안 전 후보는 미래의 대통령”이고 “안 전 후보가 새로운 정치 정당 쇄신의 전권을 갖고 정치개혁을 앞장서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제안했다.
홍 의원은 “이런 제안을 접한 우리 캠프는 발칵 뒤집혔다"며 그 이유는 ”국정 운영의 파트너십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의 미래 대통령이 언급됐을 뿐 아니라 합의되지 못한 정치 정당 개혁과제까지 언급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의원 측은 ‘미래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3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때 안 의원이 ‘그런 실익도 없는 요구를 하는 바보같은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며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안 의원 측은 이어 안 의원의 입당 제안에 대해서도 “배석자 없이 두 후보가 단독 회동을 한 것인데 홍 의원이 어떻게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후보단일화 여론조사와 가상대결에서 질 것 같으니 미리 사퇴를 했다는 홍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 자체 조사에서 지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사퇴한 것도 아니고 민주당 조사 결과를 근거로 안 후보가 사퇴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안 의원 측은 그러면서 “후보단일화 과정에 얽힌 두 후보의 이야기는 이를테면 정상회담 대화록과 같은 것인데 이렇게 근거도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BS노컷뉴스 조근호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