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서 키스한 모로코 10대 커플 체포·기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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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에서 남녀 10대가 공공장소에서 키스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뒤 기소까지 된 사건을 둘러싸고 개인의 자유에 관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달 초 모로코 동북부 나도르시(市)에서 15살 소년과 14살 소녀 커플이 거리에서 키스한 혐의로 체포됐다.

둘의 키스 장면을 카메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16살 된 친구도 함께 체포됐다.

나도르 지역의 한 기관은 이 사실을 검찰에게 알렸고 검찰은 이들 3명을 외설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7일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이들은 현재 정식 재판을 앞두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체포 사실을 비판하며 기소를 취소하라고 촉구했고 이 사건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돼 모로코의 핫 이슈가 됐다.

앰네스티의 아프리카 담당 이사 필립 루터는 성명을 내고 "10대가 단순히 키스하고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들 젊은이는 처음부터 구금되지 말아야 했다"며 "이런 표현이 기소로 이어진 근거를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세속주의 성향의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에서는 이를 지지하는 '키스 시위'가 온·오프라인에서 열리고 있다.

수십명의 커플은 자신들의 키스 장면을 트위터 등 인터넷에 올리며 "당신은 이제 나를 체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12일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는 의회 앞에서 약 30명이 모여 집단 키스 장면을 연출하며 "사랑은 영원하리"를 외쳤다.

이 시위에 참여한 니자르 벤나마트(28)는 "법은 사회의 분쟁 해결에 도움을 주고 모로코인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청소년 처벌에 이용된 애매한 내용의 현 법률 체계를 꼬집었다.

모로코 형법 제484조와 제483조에 따르면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행위를 할 경우 2년에서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또 공공장소에서 음란 행위를 할 경우 징역 1개월에서 징역 2년이 내려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위는 "그런 시위를 하려면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라.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주장한 다른 시위대에 저지를 당하기도 했다.

모로코 탕헤르에 거주하는 바툴 시다우이(56)는 "만약 내 딸이 그런 짓을 한다면 명예 살인을 할 지도 모른다"며 "이곳은 프랑스가 아니다. 이런 짓은 우리 문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또 다른 이슬람 국가인 터키에서도 지하철역 관리자는 역내 감시카메라(CCTV)로 젊은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을 보고 도덕을 지키라는 안내방송이 발단이 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사실이 페이스북과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자 한 시민이 페이스북에 지하철 역에서 자유롭게 키스하자고 제안, 결국 '키스 시위'로 확산했다.

터키의 지하철 키스 논란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고 '애정표현이 비도덕적이냐'는 반발도 거세게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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