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꼼수'에 韓 대응책 막막…"미국 카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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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가을 제사 기간을 맞아 직접 참배하지 않고 공물을 보냈다. 직접 참배는 보류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성의'를 보였다는 의견도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한일 관계의 안정화'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 정부의 평가다.

아베 총리는 17일부터 시작된 가을 제사 기간에 직접 참배를 보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년 12월 총리가 된 뒤 올해 봄 제사, 8월15일 그리고 가을 제사까지 세 차례 주요 참배일에 모두 공물을 봉납한 것이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한 처사지만, 동시에 정치인들의 '자유의사'는 존중한다는 아베의 입장은 '참배를 한 것도 안 한 것도 아닌 꼼수'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의 대체적 입장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또 다시 공물을 보낸데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의 정치인들은 역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반성을 기초로 주변국들과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쌓아나갈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과거 외교부가 우익 정치인을 '외교적 서지컬 스트라이크(외과수술하듯 문제 부분을 도려내는)' 차원에서 '일부' 정치인들을 겨냥해 입장을 냈다면, 아베 총리가 주도하는 일본의 우경화를 염두해 '일부'라는 단어를 거두고 그냥 '일본 정치인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실제로 각료 중에는 아소 부총리와 신도 총무상, 후루야 공안위원장이 참배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 본인도 신사 참배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근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미일 안보동맹을 생각해서라도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일본의 이같은 행보에 정부의 선택지는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일 정상차원이 아니면 손 대기 어려울 정도로 양국 관계가 꼬여 버렸지만,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하는 일본의 손을 잡아주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외교부는 지금까지 한일 사이에 정상회담 논의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안보가 중요하긴 하지만, 역사 문제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태로 협력하는 한일 안보는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라며 "원칙을 강하게 밝혀놓은 상황이라 여기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는, 집단적자위권 추진에 대한 지지세력으로서 미국은 물론 호주와 일본까지 확보한 일본을 제어할 카드를 만들고 있지 못하게 됐다. 다만 정부는 일본 내 상황을 주시하면서 미국으로 하여금 일본의 드라이브를 제어하게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지금으로썬 일본 우경화를 제어할 수단이 "미국 카드 뿐(정부 당국자)"이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반발 등 동북아 안보 불안을 야기할 정도로 일본이 집단적자위권을 추구하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도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을 만나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직접적으로 얘기해도, 미 측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며 "이는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굉장히 오래 전부터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며 이런 기조 위에서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수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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