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급했나…'근로시간 단축안'에 노사 모두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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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대화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와 여당만 '합의'

(자료사진)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최대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정부와 여당이 합의했다. 그러나 고용률 70% 공약 달성에 급급해 사회적 합의과정이 생략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정은 7일 국회에서 정책협의회를 열어 2016년부터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행 근로시간은 주40시간을 원칙으로 하되, 평일 연장 근로 12시간에 휴일 근로 16시간을 포함해 최대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입법화 되면 휴일, 연장 근로를 모두 포함한 초과근로 가능시간이 12시간으로 제한된다.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지면 장시간 근로 관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노동시간이 줄면서 생기는 임금 감소분의 문제,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 등의 문제가 예상된다.

◈ 근로시간 단축에 노동계, 재계 양측 모두 '싸늘'

정부와 새누리당이 당정 협의로 근로시간 단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로 합의한 데 대해 재계뿐 아니라 노동계도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계는 우선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영자총연합회 김동욱 본부장은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서는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이 휴일 연장 근로였는데 연장근로가 제한되면 생산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 근로자의 경우 연장근로수당이 줄어들면서 임금을 보전하는 문제 등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반면, 근로시간 단축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노동계는 우선은 반기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당정 협의가 성급했다는 점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노사정 합의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정만 합의?

고용노동부는 여러 차례 "'고용률 70% 로드맵'을 통해 법정 근로시간 단축 뿐 아니라 국민들의 인식 변화를 통해 현장에서 장시간 근로가 해소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를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근로시간 단축 합의도 고용률 70% 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이미 야당의원과 여당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야당과의 논의 없이 정부가 성급하게 근로시간 단축안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 본부장은 "여야가 낸 입법안이 차이가 나고 노동계와 사용자 단체 이견이 있는 만큼 충분히 논의하고 심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당정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노사와 여야가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놓은 당정합의안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안은 지난해 7월 한정애 민주당 의원, 지난해 9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지난 5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근로시간 단축법을 이미 대표 발의해놓은 상태다.

또 단순히 고용률 높이기 차원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비는 자리를 시간제 일자리로 채우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 목표는 정규직 일자리 나누기로 나아가야 한다"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비는 일자리에 시간제 일자리로 채워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을 둔 현행법이 있는데도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내놓아 68시간 장시간 근로를 용인해 온 고용노동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민주노총 김은기 정책국장은 "현행 법대로만 해도 실은 장시간 노동을 막을 수 있는데 고용부가 지금까지 유권해석을 잘못 내놓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겨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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