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자살률 추이 (통계청)
해마다 우울한 기록을 경신하던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지난해에 전년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2006년 이후 꾸준하게 증가하던 자살률이 6년만에 하락반전 한 것.
이같은 자살률 감소에는 자살에 많이 사용된 제초제 '그라목손'의 제조.유통이 중단되고,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 소식이 거의 없었던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2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만 명 당 자살 사망률은 28.1명으로, 1년 전인 2011년의 31.7명에 비해 3.6명(11.8%) 감소했다.
또 2011년에는 하루 평균 43명 이상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목숨을 잃은데 반해,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 수가 38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구 10만 명 당 자살 사망률은 지난 2006년 21.8명으로 잠시 떨어졌다가, 2007년(24.8명)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고 2009년에는 30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2011년에는 자살률이 31.7명까지 증가해 최고조에 달했다.
◈ 자살 막아라...생명존중법 시행되고 그라목손도 폐기자살률이 고공행진하자 정부는 지난해 3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이른바 '생명존중법'을 제정, 시행했다. 자살예방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자살예방센터등 인프라도 구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살률 예방의 일등공신은 바로 맹독성 제초제 '그라목손'의 제조와 유통 중단조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라목손은 탁월한 제초효과를 갖고 있지만, 소량만 복용해도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독성 때문에 자살용 농약으로 자주 사용됐다.
그라목손은 2011년 11월에 생산이 중단됐고, 지난해 11월에는 보관판매도 금지돼 더 이상 시중에 유통되지 않게 됐다. 통계청 이재원 인구동향과장은 "지난해 농약으로 인한 중독 사망사고가 477명 줄어, 그라목손 폐기가 전체 자살 사망자 감소의 27% 정도를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이 거의 없어, 유명인의 자살에 이은 베르테르 효과가 발생하지 않은 점도 자살률 감소에 상당향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자살 사망률이 하락반전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상태다.
◈ 자살률 1위 국가 오명은 여전...OECD 국가간 연령구조를 표준화한 뒤 산출한 평균 자살률은 12.5명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29.1명(OECD방식 산출)으로 여전히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전체 사망원인 가운데서도 자살은 암과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에 이어 4위를 차지해,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또 10대와 20대 30대에서는 자살이 여전히 사망원인 1순위로 기록됐다.
한편, 지난해에는 뇌혈관질환보다 심장질환의 사망률이 더 높아져, 두 질환이 서로 순위바꿈을 했고, 지난해 2월 이상 한파의 영향으로 폐렴과 만성하기도(기관지 등) 질환의 사망률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