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동성애자 '공개결혼식'…축복 vs 비난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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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반대 남성들 단상 난입해 오물 뿌리기도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커플이 7일 오후 청계천 광통교에서 국내최초 공개 동성 결혼식을 가지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단상에 장식된 꽃다발과 진주색 리본이 하얀 예복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신나는 음악이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푸른색으로 반짝이는 조명이 사랑의 서약을 하는 부부와 하객들을 비춘다.

친구들의 조금은 어색하고 유치한 축가도, 하객들의 웃는 얼굴도 누구나 어디서 한번쯤 봤을 법한 결혼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제 새 출발 직전인 한 쌍의 모습은 여태까지 봐왔던 모습과는 분명 다르다. 두 손을 맞잡고 당당히 사람들 앞에 나선 이 부부는 둘다 '남자'다.

7일 김조광수(48·영화감독)-김승환(29·레인보우 팩토리 대표) 두 남자는 1000명이 넘는 시민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린 '첫 동성애자 부부'가 됐다.

이들의 결혼식은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이란 주제 아래 진행됐다. 이날 오후 5시쯤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위에 무대와 조명시설, 신랑들이 등장할 단상이 설치됐다.

레즈비언· 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LGBT)를 상징하는 레인보우 깃발이 주변에 장식됐다. 하객들은 결혼식 주최 측에서 나눠 준 분홍색 풍선을 들고 결혼식 시작 2시간여 전부터 미리 준비된 200여개의 객석과 인근 도로를 가득 메웠다.

경건한 음악 대신 신나는 비트의 음악이 사람들의 귀를 끌어당겼다. 고개를 흔들고 어깨를 들썩이는 사람들로 저절로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결혼식에는 민주당 진선미 의원, 노회찬 전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과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영화감독 여균동 씨 등 영화감독과 배우들, 하리수-미키정 부부 등이 참석해 축하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축사에서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면서 "가족은 경제적 이유도, 사회적 관습도 아닌 사랑과 믿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인으로서 사랑에 있어 차별이 없는 사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랑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10, 9, 8, 7, 6, 5, 4, 3, 2, 1!!!"

하객들의 힘찬 카운트 다운과 함께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노래를 부르며 등장하면서 결혼식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몰래한 사랑'을 개사해 부르며 등장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당당하게 서로를 사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하객들의 웃음을 불렀다.

이어 두 사람은 함께 "김조광수와 김승환은 서로를 평생의 반려자로 만나 영원히 사랑할 것을 서약합니다"라고 맹세했다. 흰색 레이스로 장식돼 웨딩드레스를 연상시키는 예복을 입고 보라색 부케를 든 채 다시 등장한 두 사람은 결혼생활에서의 서로의 다짐을 낭독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두 사람은 사람들의 박수와 함께 입을 맞춘 뒤 두 손을 들고 행복한 표정으로 하객들 속으로 행진했다.

결혼식을 구경하던 민모(31)씨는 "남녀간 서로 사랑하면 결혼할 수 있는 것처럼 남자끼리도 사랑하면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동성애자들도 서로 당당하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양모(50, 여)씨도 "이것은 예수님이 신의 아들로 세상에 내려와 중시했던 인권에 대한 문제"라며 "(동성애가) 기존의 상식이나 질서를 파괴한다는 것은 비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객으로 참석한 하리수 씨는 "두 분의 도전으로 인해 (다른 성소수자들이)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면서 "많은 동성애자분들이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바탕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모(20)씨는 "동성애에 대해 그리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아 조금 불편했다"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결혼식에는 동성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난입해 소동을 빚기도 했다. 중년 남성이 오물을 든 양동이를 무대에 뿌리자 김조광수 씨는 "우리는 행복하다, 동요하지 말라"고 말했다.

또 성혼선언문을 낭독할 때 '동성애자가 청계천을 더럽힌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든 활빈단 관계자가 두 사람 앞으로 끼어들어 잠시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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