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제분 사모님 특종기자 "나도 고소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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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혜 父, 취재 힘든 상황보며 '애쓰지마라'…오히려 위로"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임미현 기자 (김현정 앵커의 휴가로 대신 진행)
■ 대담 : 임소정 MBC 2580 기자 (방송대상 수상)

청취자 여러분, '여대생 공기총 살해사건'을 기억하십니까? 한 중견 기업 대표의 부인인 윤 모씨가 사위의 불륜을 의심하면서 그 상대로 사위의 이종사촌이었던 한 무고한 여대생을 살해 청부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 윤 모씨가 재판을 받고 감옥에 수감 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병원에서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당시 저희 뉴스쇼에서도 고 하지혜 양의 아버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죠.

그리고 얼마 전 윤 모씨의 호화생활을 위해서 허위 진단서를 내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주치의, 그 주치의에게 돈을 준 혐의로 윤 모씨의 남편인 영남제분 회장이 결국 구속됐습니다. 여기까지는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가 있어서 오늘 다시 한 번 이 사안을 다뤄볼까 합니다. 제일 먼저 윤 모씨의 특혜성 형집행정지를 보도한 분입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의 임소정 기자, 연결이 돼 있습니다.

◇ 임미현> 얼마 전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TV시사보도 부문’ 작품상을 받으셨어요. 이른바 ‘영남제분 사모님의 특혜성 형집행정지’ 제일 먼저 보도를 했는데요. 어떻게 취재를 시작한 건가요?

◆ 임소정> 저희 2580으로 고 하지혜 양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셔서 ‘윤 모씨가 당시 감형이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는데, 지금 감옥에도 없고 밖에 나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그 제보를 보고 제가 아버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 임미현> 그럼 취재는 어떻게 한 건가요? 사실 윤 모씨나 병원, 영남제분 측에서 순순히 취재를 허락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 임소정> 행방을 일단 먼저 찾는 게 우선이었고. 수소문 끝에 ‘일산에 있는 병원에 입원을 해 있다.’ 그래서 병실도 알아내서 가서 확인을 해 보니까 제가 본 얼굴과 똑같은 사람이 정말 입원을 해 있더라고요.

◇ 임미현> 윤 모씨를 직접 만났다, 이 말씀이죠?

◆ 임소정> 네. 일단 저희가 먼저 만나기 전에 그 주치의 소견서에 적힌 대로 윤 모씨 상태가 정말 좋지 않은지를 확인 해야 됐기 때문에 그 상태의 촬영을 어떻게 해야 되나, 이게 사실 가장 어려웠습니다.

◇ 임미현>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 임소정> 이제 저희 스태프를 입원 시켰습니다. 그 병원의 같은 층, 다른 특실에 입원을 해서 아침저녁으로 가서 계속 체크를 하고요. 카메라를 적당한 위치에 부착을 해서 한 일주일 넘게 우리가 봤던 상황을 촬영 했습니다. 사실 2~3주정도 지켜봤을 때도 굉장히 상태가 괜찮아 보였거든요.

◇ 임미현> 구체적으로 어땠어요?

◆ 임소정> 그 소견서에 적힌 것에는 ‘단독 보행이 불가능하고, 거의 누워만 있기 때문에 음식도 넘길 수 없는 연하장애가 우려된다.’

◇ 임미현> 중환자에 가깝다?

◆ 임소정> 네. 중환자에 가깝다고 했는데요. 링거도 안 꽂고 다니고, 전혀. 또 물리치료 받을 때도 스스로 몸을 돌리는 운동을 하기도 하고, 굉장히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간병인하고 이야기도 잘하고 텔레비전도 잘 보고 밥도 잘 먹는 것 같고요.

故 하지혜 양 (자료사진)

 

◇ 임미현>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이 없을 정도로 보였다는 말씀인가요?

◆ 임소정> 네. 그래서 일단 그것을 포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잘 포착이 됐고. 암 환자도 사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제 정말로 이 의료기록을 살펴봐야 이 사람이 진짜 중환자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다. 그런데 의료기록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러다가 운 좋게 의료기록을 확보를 했고요. 주치의 소견서랑 비교를 해보니까 상당히 차이가 있었어요, 그 전문의들이 적은 것들이.

◇ 임미현> 어떤 차이가 있었습니까?

◆ 임소정> 거의 한 10여 개 과에 걸쳐서 모든 진료를 받았는데요. 주치의 소견서에는 ‘단독보행도 어렵고, 흡인성 폐렴으로 인한 연하장애가 우려 되고, 눈도 잘 안보이고.’ 이런데...

◇ 임미현> 온갖 군데가 다 아프다, 이 말이군요?

◆ 임소정> 네. 그렇게 되어 있는데요. 나중에 정신과 협진을 의뢰 했는데 정신과 협진도 그렇게 적혀 있어요. ‘환자가 수면장애를 호소하는데, 환자가 호소하는 것과 환자의 진짜상태는 좀 신뢰성이 떨어져 보인다. 차이가 있다.’

◇ 임미현> 결국 환자의 주장은 많이 아프다 인데, 이걸 실제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게 의료기록에 나와 있었군요?

◆ 임소정> 네.

◇ 임미현> 임 기자가 윤 모씨도 직접 만났죠?

◆ 임소정> 네. 만났습니다.

◇ 임미현> 뭐라고 하던가요, 그때?

◆ 임소정> ‘아프시지 않은 데 입원해있다는 말씀이 있다. 저희도 좀 확인을 하고 방송에 나가야 되니까 그래서 여쭤보는 겁니다.’ 라고 했더니 '아니, 어떤 사람이 아프지도 않은데 이렇게 힘들게 병원에 갇혀 가지고 지내겠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시면서 ‘언론에다가 함부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그렇게 하지 마시라. 전신이 다 아프다. 본인은 평소에 부축 없이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그런데 이미 저희는 촬영을 다 하고 들어 간 상태였거든요.

◇ 임미현> 그동안 지켜봤을 때는 충분히 거동이 자유로웠는데, 막상 물어보니까 나 아파 죽겠다 이렇게 말을 했다는 거죠?

◆ 임소정> 네. 그리고 별로 흥분도 안 하시고, 굉장히 차분하게 이야기를 잘 하시더라고요.

◇ 임미현> 주치의 박 모 씨가 지금 영남제분 회장과 함께 구속 됐습니다. 혹시 취재과정에서 직접 만났나요?

◆ 임소정> 굉장히 화를 내면서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냐.’ 거의 도망가듯 그냥 가셔 가지고, 사실 그렇게 긴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 임미현>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방송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임 기자도 ‘영남제분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혐의가 적용 된 건가요?

◆ 임소정> 혐의가 3가지더라고요. 의료법하고, 주거침입. 그리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이렇게 3가지로 걸었더라고요.

◇ 임미현> 의료법이라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걸린 건가요?

◆ 임소정> 윤 모씨의 의료기록, 그러니까 간호 기록지와 주치의 소견서 이런 것들을 제가 비교분석해서 방송에 공개 했다. 그 부분은 개인의 개인적인 정보인데 그거를 마음대로 공개한 부분에 있어서. 그리고 통신비밀보호법은 몰래카메라로 본인의 행동이나 목소리 이런 것을 전부 녹음 해서 방송을 했다. 주거침입은 병실에 본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들어왔다.

◇ 임미현> 최근 영남제분 회장, 그리고 주치의가 구속 됐습니다. 당시 심경이 어땠어요?

◆ 임소정> 많이 복잡했죠. 정말 구속까지 돼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과정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그리고 대검찰청도 4월 30일에 ‘형집행정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 그랬는데도 5월 23일, 윤 모씨가 다시 재수감되기 전에도 다른 병원 응급실에 또 입원을 시도하고 그랬거든요. 그걸 거의 방치하고 있었던 거죠, 그때까지도.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검찰이 이렇게까지 해서 구속시킬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 임미현> 그렇다면 앞으로 검찰이 밝혀내야 할 것들, 어떤 게 있을까요?

◆ 임소정> 일단은 검찰이 금품 수수 부분이라든지, 이 허위 진단서가 어떻게 작성이 됐는지. 그리고 이게 정말로 박 모 교수 혼자만의 일로 이루어진 건지, 병원에서 다른 사람들이 이것에 의해서 같이 개입한 건 없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검찰이 도대체 왜 이렇게 이례적으로.. 형집행정지가 아무리 아파도 3개월 정도까지밖에 연장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6개월씩 연장을 해 주고 이렇게 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 자체조사 하는 것이 저는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임미현> 누구보다도 고 하지혜 양의 가족과 참 많이 접촉을 했을 것 같은데요. 유족들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어땠습니까?

◆ 임소정> 같이 인터뷰하다 울기도 하고요. 방송 나가고 나서 아버님하고 1인 시위 할 때는 속이 막 상해가지고 같이 울먹거리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사실 영남제분 회장하고 박 모 교수가 구속됐을 때, 고 하지혜 양 친오빠와 같이 있었어요. 그 소식을 같이 그 자리에서 들었는데요. 다들 여러가지로 참.. ‘결국 구속이 됐구나,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앞으로 법원 판결까지 가서 또 싸울 길이 멀다.’

◇ 임미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람이라든지 이런 것들도 느꼈죠?

◆ 임소정> 네. 사실 저도 처음에 이거를 받았을 때 제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근데 하지혜 양 아버님이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해 주셨거든요. ‘너무 애쓰지 말라고. 그러니까 본인이 참 나이가 들고 보니까 세상에는 애써도 안 되는 일이 있더라고. 본인이 딸을 잃고 난 다음에 그걸 깨달으셨다고. 그러니까 너무 애쓰지 말고, 안 돼도 괜찮으니까.’ 그런 말씀을 하셨거든요. 그런 말씀이 생각 많이 나죠. 애쓰면 되는 일도 있구나. (웃음)

◇ 임미현>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뭐였어요?

◆ 임소정> 사실 지금까지도 영남제분 회장이나 윤 모씨가 본인들의 잘못이 없고. 그런 것을 주장하고 있는 점이 굉장히 안타깝고, 박 모 교수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사실 그 때 당시에 담당했던 검찰. 제대로 조사해 보지도 않고 그냥 무마하려고 했던 것들, 그런 것들 생각하면 참 화가 나기도 하고요. 사실 2000년대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굉장히 충격이잖아요. 그런 부분이 여러 가지로 많이 안타깝습니다.

◇ 임미현>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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