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주의자들 때문에' 번번히 발목 잡히는 진보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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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정의당, 진보 가장한 종북과 확실히 선 긋고 제자리 찾아야"

내란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와 맞은편 오병윤 의원실로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국내 진보정치가 진보의 탈을 쓴 종북주의자들에 의해 번번히 발목을 잡히고 있다. 따라서 진보정치가 종북주의와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사전구속영장에 따르면 이 의원은 RO(Revolution organization 일명 산악회) 조직원들의 국회의원 당선을 “교두보의 확보”라고 표현했다.

이 의원은 또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장악해 정치적 합법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혁명의 진출”이라고 봤다.

◈ '종북=진보' 착시 유발, 진보정치 전체에 부담

이 의원은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이른바 ‘종북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착시가 발생한다. 종북의 혐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 명칭에서 보듯 ‘진보’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종북=진보”라는 착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합진보당은 강령에서 “우리나라와 세계진보운동의 이상과 역사적 성과를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다양한 진보적 가치를 구현하는 새로운 대안사회를 지향하는 진보정당”이라고 진보를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강령에서는 “한반도 비핵 평화체제를 실현한다“고 명시했으나 이석기 의원은 지난 5월 12일 모임에서 ”북은 핵보유 강국이 됐다“고 말하는 등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즉, 통합진보당은 겉으로는 진보를 가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주장을 여과없이 수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종북=진보“ 프레임이 국내 진보정치 진영 전체를 종북으로 묶어버리면서 진보정치의 전진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31일 오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앞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 공안탄압 규탄대회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 때문에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2일 “공당의 간부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피해서는 안 된다”며 “사법적 판단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적 책임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라고 통합진보당과 선을 그었다.

앞서 같은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전날 "국민들은 헌법 밖의 진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며 “이석기 의원은 수사에 당당히 임하라“고 촉구했다.

한 때 진보정당을 함께 했던 이들의 반응은 민주공화국을 부인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석기 의원 등의 혐의 때문에 진보진영 전체가 매도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2001년부터 국회 등 합법적 정치공간 진출 모색

종북 문제를 둘러싼 진보진영 내의 갈등은 연원이 매우 길다.

지난해 9월 통합진보당 분당 때도 표면적인 계기는 이석기 의원의 비례대표 부정경선이었지만 종북문제를 둘러싼 당권파와 심상정 의원 등 탈당파의 견해 차이가 자리잡고 있었다.

따라서 당권파 뿐 아니라 심상정 노회찬 등 탈당파, 유시민 등 국민참여당 계열까지 화학적인 결합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통합진보당의 이름으로 뭉친 것은 지난해 총선 승리를 위해 종북문제를 잠시 유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같은 이합집산은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 이른바 ‘일심회’ 사건이 불거졌던 지난 2008년에도 있었다.

일심회 사건은 당시 총책이었던 장민호 등이 각종 국내정보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사건으로 당시 민주노동당 최기영 사무부총장은 주요 현안에 대한 당 내 계파별 성향과 동향을 분석한 자료를 북한 공작원에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8년 2월 임시 당대회를 열고 혁신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당 내 다수를 점하고 있는 당권파에 의해 부결됐고 일심회 제명처분안도 폐기됐다.

결국 심상정 노회찬 등은 당권파를 종북주의자로 규정하고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하는 등 종북과 거리를 두었으나 통합진보당으로 다시 모이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민족해방(NL) 계열 인사 700여명은 지난 2001년 9월 충북 괴산군 칠성면 군자산 보람연수원에서 이른바 ‘군자산 약속’이라고 불리는 활동가 모임을 열었다.

이들은 이 모임에서 “3년 안에 광범위한 대중 조직화를 통해 ‘민족민주정당’을 건설하고 10년 내에 ‘자주적 민주정부 및 연방통일조국’을 건설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들은 지난 2000년 창당한 민주노동당에 대거 입당하며 지역·직능별로 당을 장악해 2004년 무렵에는 당권을 장악했다. 그리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0석을 확보하는 눈부신 전과를 올렸다.

이석기 의원이 주장했다는 통합진보당 당권 장악을 통한 정치적 합법공간 확보가 최소한 10여년 이상 기획된 전술이라는 뜻이다.

◈ 선거 승리 위해 통합진보당과 손잡고 야권연대

통합진보당의 합법공간 진출 성공에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지난해 4·11총선을 앞두고 야권 승리를 위해 야권연대를 했다는 점에서도 비판의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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