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타격' 왕재산 사건 판결로 본 이석기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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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재산 '이적단체 구성' 무죄...이석기 사건은 음성·동영상이 관건

내란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황진환 기자)

 

"결정적 시기에 인천 주요 기관 및 기간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조직원들에게 대상목표별로 임무를 부여했다" (공안당국 공소사실)

올해 7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왕재산 사건은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과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

왕재산 사건은 국정원이 중심이 된 공안당국이 북한 지령을 받아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고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김모씨 등을 재판에 넘긴 사건이다.

이 두 사건은 우선 국정원이 주도적으로 사건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국정원은 왕재산 사건을 수사하면서 100명이 넘는 사람을 소환 조사했고, 200명 넘는 이들의 금융계좌을 추적했다.

이석기 의원 사건 역시 검찰이 사건내막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지 못할 정도로 국정원이 수사의 '키'를 쥐고 있다.

또 하나는 국가반란이나 내란을 목표로 조직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산 부분도 그렇다.

왕재산 사건은 반국가단체를 조직한 혐의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국정원과 검찰은 왕재산 총책인 김씨가 "인천지역과 서울지역에 지하당 조직을 건설하라'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월미도'(인천조직)와 '인왕산'(서울조직)을 결정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특히 왕재산은 결정적인 시기에 타격할 주요시설을 구체적으로 지정했다는 증거 서류를 국정원이 찾아냈다. 여기에는 인천시청, 주안공업단지, 인천항, 제17보병사단 102연대.공공연대, 제9공수특수여단, 각 경찰서.파출소 등이 포함됐다.

이는 이석기 의원이 조직했다는 RO도 국정원이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국가 기간시설을 파괴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왕재산 사건의 수사 내용과 흡사하다.

지난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M수도회 교육관에서 이뤄지 모임에서는 통신, 철도, 가스, 유류시설 등이 목표물로 지목됐다. 구체적으로는 혜화전화국, 분당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평택 유류저장고 등이 거론됐다고 한다.

차이점은 왕재산 사건은 증거 자료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조직관련 서류이고, 이석기 의원 사건은 발언내용을 담은 녹취록이 확보됐다는 점이다. 국정원은 음성과 동영상 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국가시설 타격에 대해 왕재산 사건에서는 '서류'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석기 의원 사건에서는 녹취록을 어떻게 판단할 지 주목된다.

또 주목할 점은 왕재산 사건은 국내정보를 수집해 북에 넘긴 간첩혐의 등에 대해선 유죄가 인정됐지만,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서류 증거물에 있지만 피고인들이 부인하고 있어 증거로 채택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은 1심에서 최종심까지 이어졌다.

국정원이 반국가단체로 보고 있는 RO에 대해서도 성격이 어떻게 규정될지가 핵심 사항이다.

통합진보당 측은 RO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문제의 모임은 경기도당에서 이 의원를 초정해 이뤄진 강연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석기 의원도 지난 달 3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당시 '강연'에 대해 "전쟁이 벌어진다면 민족의 공멸을 맞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평화를 실현하자는 취지였다"며 "전쟁이 예고되면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군사행동이 본격화됐을때 구경만 할 것인가 물어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 기간시설 파괴 지시에 대해선 "총기 운운한 적 없고, 강연만 했을뿐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왜곡을 넘어선 허구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 시작된 전쟁은 끝장을 내자. 어떻게? 빈손으로?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군사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물질, 기술적 준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등의 이 의원의 발언이 나온다.

이 의원 해명과 국정원의 녹취록 사이에는 발언의 취지뿐아니라 내용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진실 공방은 음성이나 동영상 파일을 공개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녹취록 왜곡.조작 여부는 원본 성격의 음성. 동영상 파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공안검사는 "녹취록이 있다면 당연히 원본인 음성파일이 있다는 것이고, 공판과정에서 음성파일이 제출되면 녹취록 내용의 금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음성 등의 편집.짜깁기 역시 디지털 포렌식으로 확인이 가능해서 조작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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