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양건 감사원장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황진환기자
민주당은 25일 양건 감사원장의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는 감사원에 대한 인사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의 도를 넘은 논공행상식 인사개입을 양건 감사원장이 거부하자 교체로 이어졌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청와대가 공석인 감사위원으로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장훈 중앙대 교수를 양건 원장이 제청해주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양건 원장과 감사원 내부의 친박 성향 고위직간의 내부 갈등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장훈 중앙대 교수를 지난 6월 임기를 남기고 중도 사퇴한 김인철 전 감사위원 후임으로 제청해달라고 했지만 양건 원장은 정치권 출신 인사가 독립기관인 감사원의 감사위원으로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다. 양건 원장이 감사위원 직에 다른 교수들을 추천해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말도 있다.
민주당 법사위원인 서영교 의원은 "감사위원 선임에 청와대의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한 것 같다"며 "감사원장이 내부 인사를 하려면 사사건건 막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감사원장이 '내가 이렇게 해서 감사원장을 할 수 있겠나'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은진수 감사위원을 정치적으로 임명함으로써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결국 국가 최고 감사기관의 기능을 상실하게 만들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며 청와대의 제청 압력설에 대해 비판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4대강 감사결과 발표’를 둘러싼 박근혜정부와 이명박정부의 정치적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감사원장을 토사구팽으로 삼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친이계가 양건 원장을 국회 본회의에 출석시켜 면박과 창피를 주겠다는 으름장을 놨다는 설도 꺼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국회 국정조사와 정기국회를 앞두고 감사원장을 교체한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감사원 스스로 인정한 4대강 사업의 진실을 덮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법사위원인 박지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를 이용하여 다른 오랑캐를 다스림)하고 토사구팽하는 것도 문제지만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헌법을 어기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며 헌법에 보장된 감사원장의 임기(4년)를 또다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첫 작품’이라는 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첫 작품인지 마지막 작품인지는 모르겠다. 이번 작품은 실패”라고 답했다.
CBS노컷뉴스 최인수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