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벼랑끝에서 합의..다행
-朴 원칙주의 성과? 잘못된 해석
-北만 책임지라 말고 지혜 발휘해야
-靑에 휘둘린 통일부, 존재 이유 없어■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前 통일부 장관)
어제 하루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남북이 긴박하게 움직였습니다. 일단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들에게 경협보험금 지급하겠다.’ 폐쇄 순서의 첫 단계에 들어가겠다는 중대조치를 발표했죠. 그러자 1시간 반 만에 북한이 ‘7차 회담을 갖자.’ 제안을 했고요. 우리 정부가 이 제안에 바로 화답을 하면서 끊어졌던 대화의 끈이 다시 이어지게 됐습니다.
물론 파국까지 가는 건 막고 대화 테이블에 다시 앉는 것까지는 성사가 됐습니다만, 이대로 정상화냐? 그건 장담 못하죠. 미리 예측해 보겠습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지금 연결이 돼 있네요.
◇ 김현정> 어제 하루 상황에 대한 총평이랄까요. 어떻게 보셨어요?
◆ 정동영> 남북 양측이 벼랑 끝에서 돌아선 거죠.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벼랑 끝에서 양쪽이 돌아섰다. 사실 우리가 마지막 제안이라고 하면서 대화 제안한 게 열흘 전 일이거든요. 어제 우리가 기업들한테 보상금 지급하겠다고 하니까 열흘 동안 묵묵부답이던 북한이 그때서야 답이 왔습니다. 왜 그런 건가요?
◆ 정동영> 그건 잘못 해석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폐쇄하겠다고 하니까 한 시간 반 만에 돌아섰다, 이렇게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고요.
◇ 김현정> 왜 그렇게 보시는 건가요?
◆ 정동영> 기본적으로는 5월 말 이후에 북은 개성공단을 어떻게 해서든지 열겠다는 것을 정리해서 쭉 그런 입장을 가져왔다고 봅니다. 그리고 남쪽은 책임을 분명히 인정하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여 왔었는데요. 이 문제와 관련해서 지난번 실무회담이 1차와 2차, 6번까지 가면서 결렬이 됐던 거죠.
◇ 김현정>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악순환 끊겠다’는 강한 원칙론을 제기하니까 다시 문이 열린 거다,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 정동영> 정부쪽에서는 그렇게 해석하고 싶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개성공단을 살리겠느냐, 그리고 닫아도 좋냐 하는 두 개의 입장, 그 가운데에 있는 것이 책임공방인 거죠. 북은 그동안 끝까지 이게 북만의 책임이냐? 남이 먼저 인질구출 운운해서 이 문제를 야기한 거다, 공동책임을 얘기했는데.
어제 제안한 것은 북남공동책임 얘기로부터 일단 한발 물러섰다고 할까요? 어쨌든 완전한 정상화를 보장하겠다는 얘기 속에, 그리고 어떤 정세 속에서도 개성공단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얘기 속에 간접적으로 책임을 인정한 부분이 들어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 김현정> 그러면 이제부터 우리가 좀 더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어떤 관건이 되겠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 정동영> 핵심은 개성공단을 살리겠다는 거냐, 닫아도 좋다는 거냐 하는 기본입장입니다. 그런데 사실 지난 몇 달 동안은 북을 압박하는 과정 속에서 여차하면 닫아도 좋다 하는 그런 배짱을 가졌던 것이 남쪽 입장인 것이고, 북은 5월 말에 최룡해 특사를 중국에 보내서 핵 문제를 양자든 6자든 거기서 어떻게든 풀겠다고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의지를 밝힌 거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에 어쨌든 내부적으로도 개성공단을 살려내기 위해서 나름대로는 고심을 쭉 해 왔던 걸로 보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사실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뭔고 하니 깨려면 깨자, 이런 각오로 강하게 밀어붙인 게 결국 통해서 지금 문이 열린 거냐, 그게 아니냐. 이 평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남북 관계, 대북 관계를 푸는 것에 있어서 이게 중요한 핵심키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시는 거예요?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자료사진)
◆ 정동영> 분명히 객관적으로는 이 개성공단 문제가 과거 10년 동안은 정치, 군사적 상황과 연계되지 않았었는데. 지난 4월 이후 넉 달 동안은 남쪽의 군사훈련, 또 북쪽의 핵실험 이후에 조성된 긴장 국면, 이것을 남과 북 둘 다 ‘개성공단이 이런 상황이면 할 필요 있겠느냐’ 하는 입장으로 개성공단이 희생양 된 겁니다. 그런데 개성공단 문제가 지난 4월 이후에 전개되는 과정을 보면 훨씬 더 북이 절실해진 겁니다, 남보다는요.
북은 이 개성공단을 닫고는 바깥으로 한 발짝도 진출할 수 없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신의주니 나진선봉 경제특구 얘기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상실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북이 노동자를 철수하고 한 것은 분명한 패착입니다. 그것을 주워서 담으려고 한 것이고요. 남은 그것을 협상전략으로 밀어붙였다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지만, 그러나 북이 끝까지 책임을 인정 안 한다면 이건 닫아도 좋다 라고 생각했다면 그 과정에서 기업과 개성공단의 값어치는 너무 아깝게 취급되는 것이죠.
◇ 김현정> 실제로 정말 닫는 것까지 갔다면 이건 악몽이었을 거다, 그 전에 해결이 된 게 다행이란 말씀이시군요?
◆ 정동영> 그런 의심이 있는 거죠.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희생해도 좋다’는 입장을 갖고 밀어붙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것은 잘못된 거라는 겁니다.
◇ 김현정> 이제 어쨌든 대화 테이블에 다시 앉긴 했습니다마는 이대로 정상화냐. 이건 또 별개의 문제 같아요. 변수가 남아 있는 거죠?
◆ 정동영> 아직 있죠. 주어 문제입니다, 주어 문제.
◇ 김현정> 주어 문제가 무슨 말씀이세요?
◆ 정동영> 그러니까 정세의 변화. 정세라는 것은 지난 핵실험이라든지, 또 한미군사연습이라든지 이런 것을 정세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이거와 상관없이 개성공단의 가동을 보장한다, 정상 운영을 보장한다는 것인데요. 이것이 북과 남이 아니라, 남과 북이 아니라 북으로 명기해라, 이런 책임인정 공방이 될 수 있는데요. 이것은 지혜를 발휘하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개성공단을 살리겠다는 양쪽의 입장만 확인이 된다면 얼마든지 길은 있다.
◇ 김현정> 일단 지금 양쪽이 다 진정성은 가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 정동영> 저는 어제 남이 신속하게 일단 ‘전향적으로 평가한다’ 이런 입장과 함께 ‘8월 14일 회담을 재개하기로’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8.15 하루 전이잖아요. 8.15는 대통령들이 그동안 8.15 경축사를 통해서 늘 한반도 남북관계와 관련한 비전, 기본 정책 이런 것들을 발표해 왔기 때문에 그 전날 이루어지는 개성회담, 이것을 파국으로 가고 8.15 얘기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또 북도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여는 명분으로 8.15에 뭔가 민족 앞에 선물을 내놓자 하는 제안을 했기 때문에 일단 전망은 긍정적으로 봅니다.
◇ 김현정>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대화가 재개되기는 했습니다마는 ‘그 과정을 보면 통일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평가를 하셨네요?
◆ 정동영> 좀 안쓰러운 점이 있어요. 통일부는 전문 부서잖아요. 그런데 자기 입장이 없었어요. 확고하게 개성공단에 대해서, 그러니까 개성공단을 만들어낸 어머니거든요. 산파잖아요. 그럼 그 옥동자가 경각에 죽느냐 사느냐에 있는데 너무 무책임했다고 봅니다. 이렇게 가면 통일부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거죠.
◇ 김현정> 그래도 대화 제안도 하고, 뭔가 압박도 하고 이러지 않았습니까?
◆ 정동영> 그러나 늘 위를 쳐다봤어요. 통일부가 나름대로 협상 전략을 마련하고 일정을 마련하고 이렇게 한 것이 아니라,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하지 않고. 또 바꾸라면 바꾸고, 입 다물라면 다물고. 그런 통일부는 국민 입장에서 보기에 실망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전문부서로서의 전문성 발휘를 못 하는 것이 안쓰럽죠.
◇ 김현정> 한마디로 청와대의 눈치 봤다, 그 말씀인가요?
◆ 정동영> 물론 정부의 부서고, 또 대통령의 참모긴 합니다마는. 그러나 개성공단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참모나 어떤 부서보다도 전문 부서가 아닙니까?
◇ 김현정> 사실 이번 월요일에 통일부 장관이 휴가를 갔거든요. 어제 소식 듣고 급거 귀경을 하기는 했습니다마는 이거에 대해서도 고운 시선이 안 간다, 이런 평가가 많은데 어떻게 보세요?
◆ 정동영> 개성공단 문제를 화급한 과제로 보지 않은 거죠. 또 하나는 통일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하는 협상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씁쓸한 점이 있죠.
◇ 김현정> 책임을 안 졌기 때문에 휴가도 통일부 장관이 갈 수 있었던 거다, 이런 말씀?
◆ 정동영> 그렇죠. 개성공단이 전적으로 통일부 문제가 아닌 거죠. 통일부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부서 위상이었기 때문에 아마 그런 것 아니었나 하는.. 그 점도 좀 그렇습니다.
◇ 김현정> 14일에 다시 테이블에 앉기로 했습니다. 만약 여기에서 꼬이면 정동영 전 장관이 북한이라도 가셔야 되는 건가요? 어떻게 하셔야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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