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할인 실입주금 1억 OK' 수도권 아파트의 추락이 끝이 없다. 미분양 땡처리는 물론 아파트 유치권을 둘러싸고 조폭까지 동원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분양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CBS노컷뉴스는 3회에 걸쳐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실태와 분양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은 없는지 대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글 싣는 순서]
① 조폭까지 동원되는 미분양 아파트 부작용 실태② 소가족화 트랜드 반영 못한 실패한 주택정책
③ 침체된 분양시장 탈출구는 없나
자료사진
'조폭 아파트'
경기도 용인시 공세동 S 아파트에 사는 주민 A(52)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를 이렇게 불렀다.
10억 원을 호가하던 아파트가 시공사 부도로 경매에 넘어가면서 이권을 주장하는 이들 간 극심한 분쟁이 발생한 것.
급기야 이권단체가 고용한 용역들 사이 심야 패싸움까지 벌어져 8명이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아파트 미분양으로 인한 부작용은 비단 조폭 아파트 뿐만은 아니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곳곳에서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면서 땡처리 아파트는 물론, 교육비와 대출이자까지 내주며 입주자를 모집하는 반값 전세까지 기존 시장질서를 파괴하는 기묘한 분양이 판을 치고 있다.
◈ "살아보고 결정하세요" 프리 리빙, 알고 보면 대출 돌려막기?
경기도 용인의 A 아파트는 지난 5월 전용면적 156~214㎡ 1,502가구를 대상으로 '프리 리빙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최초 분양가 10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1억8천만 원만 내고 2년 동안 거주한 뒤 구매를 결정하는 파격적인 조건.
프리 리빙제란 전세금액보다 저렴한 입주금으로 입주자가 2~3년 아파트에 거주한 뒤 분양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시중 전세 가격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가격에 입주할 수 있어 반값 전세라고도 불리며 주로 미분양 세대가 있는 수도권 아파트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반값 전세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데는 대형 평수 아파트의 미분양 사태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초 분양가의 40~50%까지 가격을 내린 땡처리 아파트로도 분양이 이뤄지지 않자 부도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분양수법인 셈.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파격 할인 분양을 하면 원래 가격으로 분양 받은 사람들이 난리가 나기 때문에 스마트 리빙 등 반값 전세라는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값 전세는 지금 당장 많은 돈이 들어가지 않는 대신 매매가격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출받아야 하기 때문에 2년 이후 분양결정 포기 시 은행대출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부담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고안해 낸 게 전세 분양"이라며 "일부에서는 대출이자와 교육비까지 얹어주며 분양자를 모집하지만 말만 반값이지 결국 제 값 다 주고 들어가는 꼴"이라고 귀띔했다.
◈ 절반가까지 떨어진 땡처리 아파트, 분양사기에 이용되기도
모델하우스 할인 등 음성적인 거래를 통해 이뤄져 왔던 분양가 할인 마케팅도 미분양 사태 악화로 인해 점차 과감해지는 양상이다.
2013년 6월 현재 수도권지역의 신규 아파트 공급원인 경기도의 미분양 물량은 모두 2만4511가구. 이 가운데 대다수가 중·대형 아파트들이다.
최근 서울 은평 뉴타운 등에서 분양했던 중·대형 아파트들은 울론 수원, 고양, 파주, 김포 등 신도시와 재개발단지에서 중·대형 아파트들은 대부분 땡처리 시장에 나와 있는 상황이다.
땡처리 아파트가 난립하다보니 미분양 아파트가 땡처리 분양 사기에 이용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달 용인시 보정동 A 주상복합아파트 분양대행업체 사장 김모(41)씨는 "계약금을 내고 입주하면 최대 55%까지 분양가를 할인해주겠다"고 속여 15가구로부터 5,000만 원을 계약금 명목으로 받아 챙겨 구속되기도 했다.
CBS노컷뉴스 김양수 조혜령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