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 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7월 25일 (목)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천호선 (정의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대표
◇ 정관용> 오늘은 며칠 전에 정의당 신임 대표로 선출된 천호선 대표를 초대했습니다. 진보정의당이었죠. 그런데 이번에 정의당으로 당명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우리 천호선 대표는 참여정부, 즉 노무현 정부 대변인 출신이고요. 국민참여당을 통해서 창당한 다음에 통합진보당으로 합쳤다가 다시 갈라진 진보정의당에 있다가 이번에 정의당으로 이름 바꾸며 대표에 당선된 셈입니다. 단독 출마했고 당대표 투표권자의 96% 지지를 받았으니까 사실상 추대된 셈인데요. 앞으로 어떤 활동, 포부를 갖고 있는지. 정의당의 천호선 대표 모셔서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천호선> 네, 반갑습니다.
◇ 정관용> 축하드립니다.
◆ 천호선> 감사합니다.
◇ 정관용> 정치활동 시작하신 게 91년이죠? 1991년.
◆ 천호선>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노무현 당시 국회의원의 비서관?
◆ 천호선> 비서관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때부터 계속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하셨던 거죠?
◆ 천호선> 때로는 정말 저는 저의 이름을 걸고 했던 일들도 있고요. 노무현 대통령 바로 옆에 계속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 정관용> 의원 비서관 하다가. 아, 국회의원 낙선하셨을 때?
◆ 천호선> 낙선하시고 난 뒤에는 또 제가 민주당 내에서 당시에 청년들과 어떤 개혁운동, 정치개혁운동 같은 것도 지속적으로 벌여 왔었었죠.
◇ 정관용> 그러다가 또 대통령이 되시면서는 바로 청와대로 함께.
◆ 천호선>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청와대 5년 내내 계셨죠?
◆ 천호선> 아니요. 제가 사실 중간에 잠깐 그만두고 나왔어요. 노무현 대통령이 워낙 정치적으로 몰려있는 상황이었는데. 제가 의전비서관을 하고 있었습니다. 두번째로. 잠깐 국정상황실장을 했다가. 의전비서관이 사실 좀 편한 자리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공방이 지속되는 이런 정국상황 속에서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와 있는 보직이에요. 그런데 두번째 맡게 돼서 다른 곳으로 갈수는 없는데 제가 너무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통령께 제가 일선의 소총수가 되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제가 스스로 그만두고 나와서 바깥에서 시민정치조직 같은 것들을 만들어서 참여정부를 한편으로 지원하고 이런 일들을 좀 추진하다가 다시 대변인으로 불려 들어갔죠.
◇ 정관용> 퇴임하실 때까지 그래서 청와대에 같이 계셨죠.
◆ 천호선> 네.
◇ 정관용> 어쨌든 잠깐잠깐 다른 활동을 하셨다 하지만 결국 크게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하신?
◆ 천호선> 그렇습니다. 시작도 그렇게 했고요.
◇ 정관용> 그 후에 국민참여당 창당에 함께 하셨죠? 유시민 전 장관과 함께. 그리고 국민참여당이 그 당시 민주노동당 등등과 합치면서 통합진보당에 합류하셨고. 다시 갈라지면서 진보정의당에 오셨고 지금 정의당으로 바뀌고. 이게 도대체 짧은 기간 사이에 당이 몇 번이나 바뀌는 겁니까?
◆ 천호선>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떤 일관된 방향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참여당을 창당했던 이유를 아주 요약해서 얘기하면 민주당이 여태껏 해온 역사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또 앞으로 그렇게 해야 된다고 보지만 민주당이 두 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었어요. 민주당 내에는 굉장히 보수적인 분들도 있고 진보적인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다 진보적인 방향을 분명히 하는 노무현 대통령도 크게 보면 진보주의자였고요. 그런 정당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하나였고. 두번째는 국민들과 정부가 너무 멀다. 국민참여형 정치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것이 두번째 목표였습니다. 이것을 통해서 당장은 아니더라고 정치판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는 좋은 정당을, 미래지향적 정당을 만들어보자라고 해서 국민참여당을 만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연장해서 좀 과감한 시도로 당시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출신들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만든 거죠. 그런데 역시 거기서 저희가 몇 가지 판단의 잘못.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의 어떤 한계 같은 것들을 드러냈던 것이고요. 진보정의당을 만든 이유는 그 과정에서 패권과 맞서면서 그것은 단지 패권에 맞서는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진보정치 10여 년의 어떤 나름대로의 성과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새로운 제2기를 시작하자. 그러려면 총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라고 해서 진보정의당을 창당을 했던 것이죠. 그런데 진보정의당을 처음에 만들 때 저희가 과도적인 정당이라고 선언을 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대선에 진보의 목소리를 내고 기여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대표를 선출하지도 못했었었고요. 그래서 노회찬, 조준호 공동대표 체제로 오다가 지금 당을 정비하고 지도부를 직접선거를 통해서 뽑고 이름도 재정비하고. 이렇게 된 거죠.
◇ 정관용> 단독 후보이고 96% 찬성이면 사실상 당의 지도부에서 암묵적으로 한 명으로 통일시킨 것 아닙니까?
◆ 천호선> 그런 교섭과 협의, 이런 건 없었습니다.
◇ 정관용> (웃음)
◆ 천호선> 사실 제가 먼저 스스로 결정을 했고요.
◇ 정관용> 출마 선언을 했고?
◆ 천호선> 출마를 마음속으로 결정을 하고 난 뒤에. 제가 예를 들면 국민참여당 출신들이지만 국민참여당 출신들끼리 모여서 회의를 해서 결정한 게 아니고. 제 나름대로 고민 속에, 제가 지금 여기서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결심을 하고 당의 여러 지도자들을 만났죠. 만나서 조준호, 노회찬 두 대표, 심상정 의원님 포함해서 다 만나고 제 의견을 말씀드렸고요. “저를 단일화해 주십시오.” 이런 얘기는 드린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다른 후보가 나오지 않은 셈이지 무슨 합의를 해서 한 사람을 밀기로 하자 이런 의사결정 과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 정관용> 뿌리로 보자면 사실 국민참여당 계열이 있을 거고 옛날 진보신당 계열이 있을 거고. 이런 거 아닙니까? 그 계열 간에 무슨 서로 짬짬이를 하신 거 아니냐?
◆ 천호선> 그런 건 아닙니다.
◇ 정관용> 그런 건 아니다?
◆ 천호선> 네.
◇ 정관용> 딱히 다른 분이, 심상정 의원 같은 경우는 왜 대표에 안 나섰을까요? 원내대표를 맡고 있어서?
◆ 천호선> 원내대표를 통해서 하실 일이 더 많다고 판단하신 걸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진보정의당에서 이름에 ‘진보’자를 뗀 거는 또 무슨 뜻이냐? 그러면서 이왕 언론에서 분석하기는 아무래도 과거 진보신당보다는 국민참여당이 조금 중도적인, 상대적으로 그렇게 분류가 됐단 말이에요. 그 출신인 천호선 대표. 그리고 진보정의당에서 ‘진보’자를 뗀다는 것도 약간은 좀 중도화. 그렇게 해석을 하던데, 제대로 된 해석입니까?
◆ 천호선> 그렇지 않습니다.
◇ 정관용> 아니에요?
◆ 천호선> 왜냐하면 ‘진보’를 뗀 이유는 오히려 정통적으로 진보정당운동을 해 오던 분들이 먼저 제기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더 문제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었고 ‘진보’를 떼자고 하셨던 겁니다. 국민참여당이 ‘진보’를 떼자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 정관용> 왜요?
◆ 천호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작은 이유를 따지자만 작년에 그런 진보정당이 보여준, 국민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렸기 때문에 진보라는 개념이 국민들에게 식상하다는 문제의식도 있었고. ‘진보’자 붙은 정당이 적어도 그 시점에서는 3개나 있었지 않습니까?
◇ 정관용>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진보신당.
◆ 천호선> 그런 것도 있었고.
◇ 정관용> 진보신당은 이번에 또 노동당으로 이름을 바꿨죠.
◆ 천호선> 네, 바꿨습니다.
◇ 정관용> 이거 뭐 외우기도 어려워요.
◆ 천호선> (웃음) 죄송합니다. 노력의 과정이라고 봐 주시고요. 그다음에 또 하나의 이유는 보수와 진보라는 것이 어떤 사회의 가치지향을 얘기하는 건 아니죠. 현상을 유지하느냐 바꾸고자하는 것이냐라는. 진보라는 개념은 사실 진보적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레드컴플렉스가 증폭되어 있는 한국사회에서 차선적인 이름이었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문제가 원래 깔려 있었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저희들이 혁신을 하면서 진보가 갖고 있는 폐쇄성, 진보가 갖고 있는 낯설음. 이런 것들을 과감하게 털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린 각오 중의 하나가 ‘진보’를 떼고 정의당으로 가는 것이고. 우리가 얘기하는 진보라는 것이 무슨 특정한, 폐쇄적이거나 이런 이념이 아니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각 분야에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과 진보가 다른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드리자는 것이었고. 제가 대표가 된 것도 그런 연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일각에서는 진보하면 또 연결되는 이른바 종북주의. 그런 거로부터 좀 국민적 인식에서 벗어나고자 그래서 상징적으로 ‘진보’란 단어를 뗀 것 아니냐.
◆ 천호선> 종북주의 자체는 별로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저희 진보정의당 시절에는 이제 저희한테 그런 질문은 안 해요. 인터뷰를 해도. “3대 세습 어떻게 생각하느냐. 북한 인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 정관용> 하긴 통합진보당하고 갈라졌으니까. 그것 때문에.
◆ 천호선> 저는 그걸 물어보는 분들의 의도가 잘못된 것이지. 이제는 저희들이, 예를 들면 행사의 의례에 있어서나 정치적 입장에서나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 또 북한의 핵보유에 대해서 우리는 할 얘기를 쭉 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그 질문은 벗어난 것이었고요. 단지 종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진보’를 뗐다? 이것은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편협한 해석이라고 봅니다.
◇ 정관용> 아니, 그러니까 진보정의당에 계시던 분들 입장에서는 벗어났다고 보지만. 그쪽에 잘 관심이 없는 분들은 ‘진보’자 붙으면 무조건 그냥 그렇게 보는 경향이 있으니까.
◆ 천호선> 그런 것도 있죠.
◇ 정관용> 거기서부터 좀 벗어나 보자, 뗀 거 아니냐.
◆ 천호선> 제가 포괄적으로 했던 진보가 갖고 있는 진보에 대한 낯설음, 폐쇄성 그다음에 독선성, 여러 가지 의문 이런 것들을 털자는 의미를 갖고 있었던 것이죠.
◇ 정관용> 우리 사회에 진보하면 나타나는 부정적 이미지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실제로 벗어나겠다?
◆ 천호선> 이미지를 벗겠다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통해서, 실천을 통해서 보여드리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다라고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정의당 대표가 되시고 나서 정의당의 국가운영 비전은 한국형 사민주의, 사회민주주의다라고 했던데 이건 무슨 얘기입니까?
◆ 천호선> 그렇게 단정해 놓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뭡니까? 보수는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수는 아니더라도 진보는 자기들이 앞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회의 비전, 국가운영의 비전을 내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여지껏 진보정의당은 대개 추상적 이념을 갖고 있거나 몇 개의 정책으로 승부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몇 개의 핵심적인 정책은 중요하지만 진짜 진보라면. 우리가 사회를 어떻게 운영하겠다, 국가를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종합적 비전을 내놓아야 된다고 보는 것이고요. 그래서 최소한 모델하우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설계도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럴 때 참고할 수 있는 게 뭐냐라고 볼 때 실제로 사민주의, 유럽의 복지국가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이루었던 복지국가가 가장 가까운 모델, 모범이죠. 그건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사민주의가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지 않습니까? 한편에서는, 굉장히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그것이 자본주의의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고 대충 타협하려는 것이다. 또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거 뭐.
◇ 정관용> 빨갱이다?
◆ 천호선> 공산주의와 같은 것 아니냐 이런 건데. 저는 그렇기 때문에 사회민주주의에서 훨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 이런 양면의 편견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그 자산을 제대로 활용 못해왔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활용하자라는 거고. 배경은 많이 틀리죠.
◇ 정관용> 예를 들면 독일이나 스웨덴의 사민당과 같은 그런 건데 그걸 한국형으로 만든 것?
◆ 천호선> 그렇죠. 그런 가치지향을 한국의 상황들, 역사적 경로. 예를 들면 노동조합의 어떤 조직률 이런 것과 굉장히 다르지 않습니까?
◇ 정관용> 다르죠.
◆ 천호선> 그걸 고려해서 가치지향을 그렇게 하고 그런 모델을 이 당이 만들어 가겠다. 지금 바로 한두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연구도 해야 하고. 여지껏 진보정치라고 내세웠던 것들이 다 재정비돼야 하고. 그래서 6개월 이상 걸리는 프로젝트로써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바로 그 6개월 이상 걸리는 혁신의 프로젝트. 그게 무엇이냐? 사실은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 이렇게 나뉘고 난 다음에 진보정의당 시절에 노회찬, 심상정 이런 분들하고도 저희가 인터뷰를 많이 했습니다만. 그분들이 주로 한 얘기가 진짜 당을 정말 새롭게 만드는데 노동자, 농민 이런 분들과의 조직적 논의도 하고 그래서 당을 한번 크게 부풀려보겠다,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 후에 움직임이 없거든요. 어떻게 된 겁니까? 그러면.
◆ 천호선> 사실 저희가 과도적 창당이라고 말씀드렸지만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기억하시겠지만 노원병 선거가 있었습니다. 당대표가 당원이 될 자격마저도 박탈당하는 상황이었고. 거물인 안철수 후보와도 경쟁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죠. 그래서 그게 끝나고 그 뒤로 저희는 당장 실천하기보다 과거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쭉 가졌습니다. 3월 이후로 쭉 내부에서 혁신과 전망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우리가 해 왔던 어떤 정치노선. 소위 노동문제에 대한 우리의 태도, 노동운동과의 관계 맺기는 올바른 것이었는가. 또 우리는 비전을 어떻게 내세우고 있었는가. 우리의 정당문화나 정치문화는 어떤 것인가 이런 것들을 쭉 점검해 왔고. 그것을 지난 6월달에 7가지의 국민에게 드리는 진보정치의 혁신으로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기본으로 해서 제가 구체적인 계획, 주로 어디에 집중하고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을 내세우면서 당대표가 된 거죠. 여지껏 자기성찰을 통한 혁신의 전제를 만들어왔다면 이제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지난 당대회 때까지고 이제는 실천과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단계로 들어갔다.
◇ 정관용> 실천 1번이 뭡니까?
◆ 천호선> 아까 조금 전에 국가의 비전을 내놓겠다라고 했습니다.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게 첫번째이지만 그다음에 그것과 관련된 정책의 혁신을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1번, 비전과 정책?
◆ 천호선> 비전과 정책의 혁신이죠.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기존의 정책들을 바꿔나가겠다. 기존의 정책들을 보면 뜻이야 가상하지만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없는 것. 공감을 얻을 수 없는 것들이죠.
◇ 정관용> 예를 들면 어떤 겁니까?
◆ 천호선>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런 거죠. 지난번 통합진보당 때 저는 그걸 지역에서, 은평에서 선거운동 뛰느라고 정책 만드는 작업에 잘 관여를 못했습니다마는. 30개의 재벌을 쪼개서 3000개를 만들겠다, 이런 것은 그 뜻은 뭔지 알겠지만 그런 게 가능하지도 않고. 한두 개의 기업을 분리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그렇지만 30개를 3000개로 쪼갠다는 것이 가능하며, 그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그것이 노동자의 권익, 경제민주화에 진짜 도움이 되는지. 이런 것들은 저는 전혀 검토된 바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정책을 내세우면 안 된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런 걸 바꾸겠다?
◆ 천호선> 국민들은 들으면 속시원해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은 뭐 말도 안 되는 정책 아니냐고 해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거죠. 정책의 혁신이고요.
◇ 정관용> 비전과 정책의 혁신.
◆ 천호선> 두번째는 일하는 방식과 문화의 혁신이라고 보는 건데.
◇ 정관용> 그건 당 내부에서?
◆ 천호선> 아니, 대외적인 걸로 하죠. 예를 들면 문화의 혁신이라는 것. 언어의 혁신도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소위 진보정당이 써왔던 표현들을 보면 정말 생경한 것들도 많고. 진보정당뿐만 아니라 소위 진보운동권들이 거리에서 집회 하나를 해도. 제가 봐도 그 뜻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도 옆에 서서 구경하기조차 불편한. 어떤 폐쇄적인 문화, 자기들끼리의 구호, 자기들끼리의 언어, 자기들끼리의 노래 이런 거죠. 사실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람은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하거든요.
◇ 정관용> 또 폭력화되는 경향도 있죠?
◆ 천호선> 글쎄요, 폭력은 저는 꼭 진보의 문제는 아니고 상호의 문제라고 보는데. 폭력성 자체가 진보의 문제였다,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그건 여러 가지 현대차 앞에서 일어난 일도 양쪽의 문제가 다 있었던 거라고 저는 보기 때문에.
◇ 정관용> 물론 양쪽의 문제가 다 있습니다만 버스 안에 준비해 가셨던 것 아니에요, 그런 것들을.
◆ 천호선> (웃음) 그건 진보정당만은 관계가 없는 것 같고요.
◇ 정관용> 어쨌든 그런 문화들.
◆ 천호선> 네, 그런 문화들이라고 보시면 되죠.
◇ 정관용> 일하는 방식과 문화의 바꿈, 그게 2번이고요. 세번째는?
◆ 천호선> 그걸 지금 쪼개면 여러 가지로 만들 수 있고요. 제가 요약해서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말씀드리면 비전과 정책의 혁신, 문화와 일하는 방식, 언어의 혁신 이런 것들이죠.
◇ 정관용> 제가 아까 질문 드렸던 우리 기존의 노동계 하면 민주노총 등등의 조직이 있지 않습니까? 농민하면 전농 등등 조직이 있잖아요. 이런 세력들과의 조직적 논의, 이런 건 없습니까?
◆ 천호선> 그런 걸 다시 해 나가야죠. 민주노총과 과거의 민주노동당은 배타적 지지관계에 있었지 않습니까? 이제 양쪽 다 흐트러지면서 해소되어 버렸죠. 저는 민주노총 중요하다고 봅니다, 노동운동에서. 그렇지만 여지껏 진보정당은 민주노총과의 관계 맺기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한국노총과의 관계는 거의 없었어요. 또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조직률이 10%밖에 안 되는데 나머지 90%를 대변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노동조합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어떤 노동조합이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게 당연하면 정치는 그것과 관계 맺기도 잘하면서 조직을 만들지도 못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수없이 많은 비정규직도 동시에 균형 있게 대변하는. 때로는 이 이익이 충돌할 수도 있거든요, 같은 노동자들 내부에서. 이게 정당의 역할인데 구조적으로 그러지는 못했죠. 그래서 저는 민주노총도 어제께 찾아갔습니다만 오늘은 한국노총을 찾아갔습니다. 진보정당에서 그렇게 공식적으로 찾아간 게 제가 알기로는 거의 없던 이례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거기에서 굉장히 환영을 받았고요. 물론 정서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이론적으로 하나의 지향에서는 민주노총이 더 가깝지만. 우리가 일을 하는 데서 차별은 없다, 이렇게 보고 양쪽의 의견을 다 들어가면서 하겠다고 했고요.
◇ 정관용> 완전히 정말 새로 시작하고 계신 거군요.
◆ 천호선> 고맙습니다. 그렇게 봐 주시면. (웃음)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천호선> 그리고 아까 말씀하셨듯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변할 것인가는 사실 쉽지 않아요. 워낙 규모도 크고 직업의 존재양태도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사례만 가지고 얘기할 수는 없죠.
◇ 정관용> 또 조직도 있지도 않고 사실.
◆ 천호선> 그래서 그걸 연구를 좀더 많이 해야 합니다.
◇ 정관용> 그렇게 각계각층과 접촉하면서 새로운 작업방식과 문화를 가지고 새로운 정책을 내면서 국민 앞에 평가받겠다, 그 말씀이신 거죠?
◆ 천호선> 네.
◇ 정관용> 당장 10월 재보선이 있을 것이고요. 그다음에 내년 지방선거가 이제 있습니다. 임기가 2년이시죠?
◆ 천호선> 그렇습니다. 지방선거 후 1년까지입니다. 총선 1년 전까지입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럼 결국 정당이라는 것은 선거를 통해 심판을 받는 건데. (웃음) 재보선도 그렇고 지방자치 선거도 그렇고 다 후보를 내시겠죠?
◆ 천호선> 네, 내겠지만 저희가 저희 정당의 역량을 벗어나게 낼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일단 제 임기는 총선 1년 전까지인데 이 당이 살 수 있느냐, 없느냐가 대외적으로 확인되는 건 최종적으로 총선이다. 2016년 총선거라고 보고요. 그 1년 전까지 총선에서 우리가 어떤 목표를 정할 것인가를 좀 더 토론을 해서 그것에 맞게 또 우리의 역량에 맞게 지방선거의 목표, 재보궐 선거. 봄, 가을 공천 재보궐선거에 목표를 맞춰나갈 생각이고요. 지방선거는 저는 기본적으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이미 현역 의원인 분들도 있고 현역 단체장인 분들도 있습니다. 인천에도, 부천에도 두 분이 계시고. 그런데 그분들 말고 새로운 분들 같은 경우에는 정말 당은 작지만 좋은 후보를 내세웠구나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제가 지금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당 내에서 단지 투표를 통해서 공직후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지방자치면 지방자치든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에게만 공천자격을 주겠다는 것이 제 공약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준비되고 훈련된 사람을 내보내고 떨어지더라도 지역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는.
◇ 정관용> 어쨌든 목표는 중장기, 중기라고 할 수 있는 2016년 총선을 앞에 놓고. 전략적 배치를 통해서 선거에 참여한다.
◆ 천호선>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럴 때 선거 참여하면 당장 나타나는 질문이 다른 당들과의 관계입니다. 민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이냐. 서로 갈라지기는 했지만 통합진보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이냐. 또 지금 무시 못할 안철수 세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건 어떻게 하실 겁니까?
◆ 천호선> 혁신을 해서 굳건히 서보겠다는 정당에게 자꾸 연대를 물어보면 저희가 흐트러지는데. (웃음)
◇ 정관용> 저는 연대라는 단어 안 썼습니다. (웃음) 어떻게 할 거냐, 그 관계를.
◆ 천호선> 저희는 저희 당 독자적으로 준비하고 다른 당과 당을 합친다, 이런 것들은 구상해 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연대라는 것도 과거에 야권 단일후보 만드는 것들을 관성적으로 하면. 국민들이 그렇게 호응이 높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는 저희들의 가치를 내세우고 최선을 다한다, 독자적으로 간다라는 각오와 전략을 세우되. 그런데 연대라는 건 국민이 요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너희들 합쳐라. 후보 단일화해라, 이런 요구가 있을 수도 있고.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박근혜 정부가 굉장히 실정을 많이 해서 일단 다른 것을 다 떠나서 판을 뒤집는 게 필요하다. 이런 절박한 정치적 상황이 생길 수도 있죠. 그럴 경우에는 정책의 차이를 뛰어넘는 연대, 이런 것들은 열려 있다고 봅니다. 이런 것은 제가 함부로 전망하기 어려운 것이고. 그래서 그런 입장에서 볼 때 저희는 안철수 의원의 세력이나 민주당의 세력이나 저희들이 항상 쓰는 표현이지만 같은 입장이다, 등거리다. 전략적으로 같은 거리에 있다, 누구와도 차별 없이 연합한다 이런 것은 있습니다. 다만 저희들이 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극복하자라는 어떤 기조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즉, 양당구조를 극복하는데 안철수 후보가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주시기를 기대하고 그렇다면 더 협력할 게 넓어질 수도 있죠. 그렇지 못한다면 그럴 것도 없어지겠죠.
◇ 정관용> 안철수 의원 쪽에서 나온 얘기와 우리 진보정의당 시절 심상정 의원이 맞받아치고 한 얘기 등등이 이른바 대통령 결선투표제라든지 아니면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라든지. 이런 등등에 대해서는 꽤 조금 합의할 수 있는 대목도 생기는 것 아닌가요?
◆ 천호선> 그것에 대해서 실천의지가 강하다면 저는 연대할 수 있다고 보고요. 그런데 거꾸로 얘기하면 민주당이 꼭 그것에 반대할 것이냐. 민주당 내부에도 두 가지 의견이 있겠습니다마는 그렇기 때문에 폭이 넓을 수 있는 것 또한 열어놔야 한다고 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제 막 대표가 되셨는데. 다른 당과의 관계까지 여쭤보니까 답은 결국 교과서적으로 나오는군요. (웃음)
◆ 천호선>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 정관용> 혼자 열심히 해 보겠다.
◆ 천호선> 네.
◇ 정관용>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모든 것은 열려 있다, 거기까지. 사실 천호선 대표 머릿속에도 지금은 거기까지밖에 정리가 안 돼 있을 거예요.
◆ 천호선> 그 이상 생각하고 있다는 거는 능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죠.
◇ 정관용> (웃음) 한 몇 개월, 6개월 이상 걸리는 혁신이라고 그러셨는데. 6개월쯤 지나면 국민의 반응이 온다고 보십니까?
◆ 천호선> 저는 6개월은 아까 얘기했던 국가비전을 만드는 것을 6개월 내 1차 버전 1.0을 내놓겠다는 말씀을 드린 거고요. 혁신의 과정은 2년 내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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