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그림을 보관하던 경기도 오산의 별장을 지난 2007년 갑자기 허물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납 추징금 환수를 피해 서둘러 별장을 없앤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찾은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가 땅을 팔아 수천억원을 거머쥔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독산산성 인근 마을.
마을 주민으로부터 전씨 일가 소유의 별장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주민의 안내에 따라 좁고 구불구불한 샛길을 올라 별장 터에 다다랐다.
30여년 전 "이 별장에 나무 심기 등 작업을 하러 다녔다"는 박모(62) 씨는 "이 곳에 100평 정도의 별장과 격납고 모양의 천장이 둥근 창고가 있었다"며 "집 앞에 연못도 있었고 그 시절엔 양옥 집으로 최고로 잘 지은 집이었다"고 회상했다.
박 씨는 "별장에서 150m 떨어진 창고에 그림들을 두었다"며 "별장 관리인이 어차피 지금 빼앗길 거, 그 때 그림 하나 챙겼으면 떼돈 버는건데 하고 아쉬워하는 소리도 했다"고 전했다.
경기도 오산은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지난달 국회에서 전재국 씨가 천문학적 액수의 명화를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지목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 1976년 세워진 전 씨 일가 별장은 그러나 6년 전인 지난 2007년 갑자기 폐기처분됐다.
10여년 동안 전 씨 일가 별장을 관리해 온 김모 씨는 "6년 전 일을 그만두면서 시에 신고해 별장을 허물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이와 관련해 이창석 씨의 지인은 "전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별장으로 사용했던 곳"이라며 "전 전 대통령이 세간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 이규동 씨(이창석씨 부친) 명의로 땅을 사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별장 인근 주차장이 당시에는 헬기장으로 사용됐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전씨 일가가 미납 추징금 환수를 피하기 위해 별장을 허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자료사진)
전씨 일가 소유의 별장은 이곳의 땅이 이창석 씨가 아닌 전씨 일가의 땅일 것이라는 소문을 뒷받침해 줄 수 있다. 주민들도 "해당 땅은 표면상 이 씨가 소유했지만 실상은 이 씨가 아닌 전 씨의 땅"이라고 입을 모았다.
별장 주인에 대해 "그 사람들" "높은 사람들"이라고 칭한 김 씨는 그림의 행방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CBS노컷뉴스 정영철 · 조혜령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