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性접대 수사…'요원해진' 수사권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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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핵심 밝혀내지 못한 채 검-경 갈등 불씨만 남겨

허영범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18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건설업자 윤중천(53)씨의 고위층 성접대 의혹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경찰이 건설업자의 성접대 등 불법로비 의혹와 관련해 18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며 4개월에 걸친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요란한 시작과는 달리 의혹의 핵심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해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 4개월에 걸친 ‘요란한’ 수사...‘성접대’로 형사처벌되는 사람은 없어

시작은 떠들썩했다. 한 언론을 통해 제기된 ‘건설업자의 별장 성접대 의혹’은 삽시간에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유력 인사’, ‘성관계 동영상’, ‘별장 파티’ 등 단어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성접대 의혹’에 큰 관심을 보였다.

경찰은 지난 3월 18일 브리핑을 자처, 이번 사건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기세등등했다. 경찰이 수사 전 단계인 내사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앞다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수사정보를 일부러 흘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별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헬리콥터까지 동원한 언론을 통해 사실상 ‘생중계’됐다.

시중에는 성접대 대상자 명단이 나돌았고 한 전직 경찰청장은 결백을 주장하며 ‘할복’을 입에 올렸다. 급기야 실명이 거론된 고위 공직자는 옷을 벗었다. 그것도 경찰을 지휘하는 고위직 검사 출신이자 새 정부에서 임명된 사정기관의 차관이었다.

그리고 4개월 만인 18일 경찰은 건설업자 윤중천(52) 씨 등 18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관심을 모은 ‘성접대’ 의혹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 경찰, 고심 끝에 ‘특수강간’ 혐의 적용...과연 검찰이 기소할까?

경찰은 대신 일부 여성들의 의사에 반한 성적 접대 행위를 강요했다는 정황을 들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윤 씨에게 옛 성폭력처벌 및 피해자보호법의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이 확보한 것은 지난 2006년 8, 9월경에 찍힌 동영상 파일과 당시 윤 씨와 김 전 차관이 사건 청탁 등의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일부 여성들의 진술뿐이었다.

하지만 뇌물이나 대가성 여부를 밝힐 다른 증거는 없었다. 게다가 뇌물수수에 적용되는 5년의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다.

결국 경찰이 고심 끝에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아니라면 어떻게든 김 전 차관을 처벌하기 위해 억지로 법을 끌어붙였다는 얘기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자충수에 그칠 여지가 있다. 공을 넘겨받은 검찰이 김 전 차관을 기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검찰은 이미 이번 사건을 지휘하던 특수부 외에 강력부에서 특수강간 혐의를 보강 수사하도록 했다.

게다가 검찰은 강제수사를 위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반려했다. 경찰이 아직은 대놓고 불만을 표출한 적이 없다. 하지만 검찰이 김 전 차관을 기소하지 않기로 한다면 그동안 쌓인 검-경 갈등의 불씨가 한꺼번에 타오를 수도 있다.

◈ 수사력 뽐낼 기회였지만 ‘국정원 수사’ 이어 오히려 한계 드러내

사실 이번 수사는 경찰 입장에서 절호의 기회였다. ‘수사의 꽃’이라고 불리는 특수ㆍ기획 수사에서 검찰에 밀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다. 초기에는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를 낙마시킨 경찰청 수사팀이 김 전 차관을 목표로 삼아 사건을 키웠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경찰관 21명이 4개월 동안 캐낸 결과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경찰 총수는 물론 수사팀의 고위 간부도 줄줄이 바뀌었다.

게다가 정권 초기 새 정부의 도덕성 문제까지 제기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청와대와의 갈등설도 흘러나온 상황. 따지면 따질수록 경찰이 이번 수사로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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