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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 청년 채용박람회에는 최악의 청년 고용 실태를 증명하듯 많은 취업 준비생들로 인산인해였다. 채용에 나선 기업들의 부스 앞에는 이력서가 든 노란 봉투를 든 취업준비생들이 길게 늘어섰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부터 정장을 차려 입은 30대 청년층까지 다양했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줄을 선 청년들의 눈빛은 간절했다
◈수백장 지원서 '밀어넣기'에 번번이 좌절...스펙은 올리고 눈은 낮추고검은색 정장에 보라색 넥타이로 단정하게 차려입은 김 모(30)씨는 유난히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김 씨는 노란 봉투에서 여러번 이력서를 '넣었다 뺏다'를 반복했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김 씨는 가고 싶은 회사에 여러차례 지원했지만 번번이 쓴 맛을 봐야했다. 높은 영어 점수와 고학점 등 나름 취업 준비를 탄탄하게 했다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2~3년 실패를 맛 본 김 씨는 결국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고 대학원 졸업 후 다시 나선 취업 시장은 더욱 치열해져 있었다. 소위 '광클'을 하며 공고가 뜰 때마다 되는대로 지원서를 밀어넣었지만 성과는 없었고 마음의 상처만 쌓여갔다.
"솔직히 제가 가고 싶은데는 예전에 포기를 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그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니까 억울하기도 하지만...지금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으니까 날 받아주는 곳이면 어디든 가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전공을 살리려는 김 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10년 동안 '사랑'해 온 음악 포기... 현실과 타협취업을 위해 10여년 동안 해 온 음악을 포기한 이 모(27)씨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막막하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이 씨는 채용 박람회가 매우 낯설게 느껴진다.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지만 정을 둘 곳을 찾지 못했다.
흔히들 갖춘 토익 점수, 어학연수, 봉사활동 등의 이력이 없는 이 씨는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랑'해 온 음악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음악으로만 먹고 살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생각한 이 씨는 일반 기업에 취업을 결심 하고 박람회를 찾았다.
"제가 전공한게 음악이다 보니까 일반 사회 나와서 할 수 있는 지식을 배운 게 아니잖아요.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음악으로 살기에는 벅찬게 시류니까 제대로 된 직업 갖고 있으면서 음악 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높은 '학력 벽'에 고졸 이하 취업은 더욱 어려워취업 박람회를 찾은 고등학생들도 취업의 어려움을 성토하기는 마찬가지다. 박람회를 찾은 고 3학생들은 '학력'을 고졸 취업의 1순위 장애물로 꼽았다.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회계를 전공한 권 모(18)양은 여러번 취업 낙방의 쓴 맛을 봤다. 권 양이 관련 분야에 딴 자격증은 8개정도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권 양은 채용 공고 때 뜨는 자격 요건에 상처 받을 때가 많다. '초대졸', '토익 점수 요함' 등의 요건을 볼 때마다 '고졸 취업 준비생은 아예 기회조차 주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체념하게 된다.
박람회를 찾은 일선 공업 고등학교의 한 선생님은 "고졸자 취업이 쉽지는 않다. 대졸자도 취업하기 힘든데 업체에서 굳이 고졸자들을 원하지 않는다. 학력 경쟁에서 밀리다보니까 원하는 취업처 구하는 것도 힘든게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고등학교 취업 준비생들은 학력 외에 마에스터고와 특성화고 구분에 따른 차별도 느끼고 있었다. 용접을 전공하는 박 모(18)군은 "마에스터고 학생과 저랑 실력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은데도 회사에서는 마에스터고 학생들을 선호하다 보니까 취업시장에서 느끼는 차별이 크다"고 말했다.
◈취준생 갈증 해소하기에는 아쉬운 '채용 박람회'취업준비생에게 기업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채용의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채용 박람회에 대한 호응은 높았다.
하지만 '청년'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박람회가 진행되다 보니 준비생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대학생인 김 모(26)씨는 "고등학생 위주의 채용 박람회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 왔는데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