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수원지검 특수부 검사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A 폐기물업체 회장 이 모(44) 씨의 변호인이라고 밝힌 남성은 "회장님이 검찰 수사에 협조할 뜻을 보이셨다며 "조만간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뜻밖의 조건을 제시했다. 회장 이 씨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해 달라는 것.
당시 전현직 세무공무원에게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인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이 씨측은 "공무원 이름을 밝힐테니 나를 불구속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측은 "죗값을 받는 게 먼저"라며 거절했지만 그 이후로도 '은밀한 제안'은 여러번 이어졌다.
A 업체가 세무공무원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회장 이 씨와 이 씨의 동생(40)이 계열사 등을 동원해 회삿돈 1천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이 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검찰은 이 씨를 붙잡아 조사하기 위해 수차례 이 씨의 집 근처 등에서 잠복하고 변호사를 통해 압력도 넣었지만 현재 이 씨와 이 씨 동생의 행방은 묘연하다.
이 씨에게 지명수배를 내린 검찰은 "이 씨가 8,90년대 철거용역사업으로 부를 축적한 후에 도시개발사업에 진출했다"며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실패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재개발 사업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 철거용역업체 대부 이 씨, 회사 이름 바꾸고 재개발사업 뛰어들어회장 이 씨는 지난 1980년대 철거용역사의 시초인 (주)입산에서 분화돼 나온 (주)적준을 승계해 현재의 A 업체를 세웠다.
한때 국내 철거시장의 80%를 점유했던 A 업체는 1991년부터 1998년까지 서울 등 철거현장 31곳에서 철거민을 상태로 폭력을 저질렀다.
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