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윤혜 "꼬리뼈 부숴진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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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0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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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 최고참 사무장…구출 행적에 전 세계 이목 쏠려

이윤혜 승무원. (이대희 기자)

 

"꼬리뼈가 골절돼 의자에 앉기 불편해 서서 하겠습니다".

18년 경력의 (40·여) 사무장은 준비된 의자를 마다하고 이례적으로 일어서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사무장은 꼬리날개가 부러지는 충격으로 꼬리뼈가 골절된 사실을 현장에선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이 사무장은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 당시 승무원 가운데 최고참이었다.

8일 낮(한국시간) 이 사무장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한 호텔에서 다시 떠올리기 쉽지 않을 사고 당시를 차분한 표정과 침착한 어조로 설명했다.

"일반적인 착륙과 다르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랜딩 직전) 항공기가 약간 상승하는 느낌이 들다가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큰 충격이 오고 좌우로 기울어져 항공기가 정지했다. 올라갈 때 '어?'라는 느낌이 들다 '쾅' 했다".

항공기가 정지하자 이 사무장은 "오히려 머리가 명료해지면서 무슨 일을 할지 몸이 움직였다"고 증언했다. "항공기에 불이 붙었을 때도 '나 어떡하지'라는 생각 보다는 빨리 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사무장은 일단 기장 등 조종사들의 생사를 확인한 뒤 동요하는 손님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일단 자리에 착석해달라"는 기내 방송을 세 차례 했다.

기장의 비상탈출 명령이 내려지자 기내의 참상이 곧바로 두 눈에 들어왔다. 또 다른 승무원은 기내 밖으로 사출돼야 할 우측 비상탈출용 슬라이드가 안으로 사출되는 바람에 숨도 쉬지 못한 채 "살려달라"며 울부짖고 있었다.

기수 부분에 있었던 이 사무장은 승객 탈출을 최우선으로 판단, 반대쪽 문을 열고 승객들을 대피시켰다.

두 번째 문까지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꼬리 부분으로 가자 대부분 중국인인 승객들은 사고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사무장은 "고고고! 빨리 나가라"고 소리치며 대피시켰다.

마지막 세 명이 남았을 때 한 여성이 다리를 심하게 다쳐 두번째 문까지 부축해 옮겼다.

그때 10열 HJK 좌석에서 불길이 솟아 올랐다. 오른쪽 두번째 슬라이드도 바깥이 아니라 안쪽으로 사출돼 또 다른 후배 승무원의 발이 낀 상태였다.

불이 슬라이드와 만나면 더 큰 폭발 가능성이 있었다. 이런 상황은 평소 하던 훈련에도 없던 상황이었지만 이 사무장은 승객들이 사용했던 나이프와 칼로 슬라이드를 마구 찔러댔다. 마침 기장이 비상 도끼를 가져와 슬라이드를 터뜨리는 데 성공했다.

이윤혜 승무원. (이대희 기자)

 

탈출 상황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일부 승객들이 짐을 들고 탈출하자 이 사무장은 "짐을 버리고 탈출하라"고 소리쳤고 이들은 지시에 따랐다. 짐을 들고 탈출한 승객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통상 90초 안에 모든 승객들을 대피하도록 매뉴얼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사무장은 오로지 승객들을 무사히 탈출시켜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결국 이 사무장은 부기장과 슬라이드에 꼈던 승무원과 함께 사고 항공기를 가장 마지막에 탈출했다.

"오로지 생각은 승객들을 빨리 탈출시키자는 목표 하나에만 집중했다. 몇 명을 탈출시켰는지, 얼마나 걸렸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한 분이라도 더 탈출시켜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현재 승무원 2명은 여전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무장은 항공기의 꼬리 날개가 부러진 것도, 동료를 비롯한 부상자가 많았다는 것도 치료를 받은 뒤 뉴스를 보고 뒤늦게 알았다.

이 사무장은 "병원에 입원한 후배의 정확한 상태를 나도 잘 모른다"면서 "다른 동료들도 많이 기다리는 소식인데 무사하다는 말을 빨리 들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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