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시간만에 나온 남북회담 합의문...'밀당'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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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오전 개성공단정상화 논의를 위한 남북간 실무회담 수석대표인 서호 남북협력지구 지원 단장(우측)과 박철수 북한 중앙특구 개발지도 총국 부총국장(좌측) 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기자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했고 (구동존이,求同存異), 쉬운 협상부터 먼저 하고 어려운 현안은 미뤄뒀다(선이후난,先易後難).

남북이 7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날을 넘긴 협상 끝에 타결한 개성공단 실무회담 합의문은 이처럼 '협상의 기초'에 충실한 결론을 도출했다.

일단 오는 10일부터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개성공단을 방문해 설비 점검과 정비를 진행하기로 했다. 북한은 개성공단의 우선 가동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우리 측 역시 입주기업인들의 강력한 방북 요구를 계속 외면하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장마철에 앞서 설비 점검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라는 것도 중론이었다.

문제는 원부자재와 설비 반출 부분부터였는데, "공단이 재가동되면 다시 와서 일할 건데, 원부자재와 설비를 왜 빼가느냐"고 주장했던 북한이 최종 협상문에서는 한발 양보했다. 입주기업인들이 완제품은 물론 원부자재를 반출하고 절차에 따라 설비도 가지고 나올 수 있도록 남북이 합의한 것이다.

이는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최우선 의제로 삼았던 우리 정부가 10일 추가 회담을 여는 것으로 마지노선을 조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날 오전부터 진행된 회의가 날을 넘겨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것도 이 문제 때문이었다. 시설 점검, 즉 우선 가동을 최우선 순위에 놓은 북한과 재발방지 대책이 시설점검에 선행돼야 한다는 남한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벽 4시 5분쯤 도출된 합의문에는 남북한이 여기서 '밀고 당긴'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설비점검과 정비진행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 1항은 남북한의 이견이 가장 적은 것으로 우선 배치됐다.

완제품은 물론 원부자재와 설비 반출을 합의한 2항은 우리 측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10일부터 진행될 설비 점검 과정에서 우리 측 기업인들의 신변은 물론 통행·통신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3항은, 역시 대부분 우리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10일 남북 후속회담은 남북의 팽팽한 입장차이를 반영한 듯 4항에 배치됐다.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는 앞서 잠정폐쇄 사태까지 이른 책임이 어디에 있냐는 이슈와 연관돼 있는 만큼 논란의 소지가 많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조속한 정상화를 요구하고 우리도 원칙적으로는 여기에 동의하면서도, 이번 합의문이 '남과 북은 준비되는데 따라' 기업들이 재가동한다고 명시한 것은 재발방지를 조건으로 내건 우리 측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개성공단의 정상화와 관련된 핵심 의제 논의, 치열한 '진짜' 회담은 오는 10일 개성공단에서 열리는 남북 실무회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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