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국회에서 여야 정보위원들에게 배포한 지난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문. 황진환기자
국가기록원에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보관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을 앞두고 회의록 내용의 공개 방식이 주목되고 있다.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에서 공개를 결정했지만 열람이 아닌 공개의 위법 논란은 여전히 부담이 되고 있다. 현행법상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내용을 누설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돼있다.
여야 모두 회의록 열람.공개를 강제당론으로 정했음에도 이탈자들이 나왔다. 새누리당에선 이인제, 신성범, 김영우, 하태경 의원이 "좋지않은 선례(이인제)", "엉터리 국회(하태경)"라고 비판하며 본회의 표결에 불참했고 민주당도 김성곤, 김승남, 박지원, 추미애 의원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에 따라 여야 지도부는 면책특권을 '최소한'으로 활용해 '최소한'으로 공개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이뤄가고 있다.
여야 동수의 소수 의원이 회의록과 필요한 자료를 열람한 뒤 국정원이 공개한 본과 국가기록원 본의 차이점 유무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여부, 저자세 논란 등의 실체적 진실을 확인해 국민에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면책특권의 활용 여부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특권(헌법 제45조)이다.
이른바 '안기부 X파일'에 나온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해 지난 2월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도 국회에서의 발언이 아니라 인터넷상에 내용을 공개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그동안 여야는 "면책특권을 활용한 공개는 편법"이라며 면책특권에 기대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면책특권을 활용하지 않는 적법한 공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궁여지책으로 '최소한 활용'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법 위반만 안 된다면 전체를 공개하는 것은 찬성이다. 그런데 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면책특권의 허용 범위 내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고민하는 과정에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안이고, NLL 논란 종식을 위해선 면책특권을 이용해 국민에게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지 않느냐"라고 양해를 구했다.
또 면책특권의 허용 범위에 대해선 "노트북을 가져와 메모를 해 일부분을 발췌할 수 있게끔 하고, 밖에 나가 기자회견을 하고 보도자료를 뿌릴 수 있게 하는 정도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도 "열람은 하되 의혹이 제기된 부분만 공개를 하는 등 공개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같은 입장을 밝혔다.
여야는 면책특권 활용에 대한 비판론이 여전한 만큼 공개 범위와 방식이 가능한 한 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회의록과 관련 자료를 열람할 여야 의원수로는 여당은 여야 각각 10명씩 20명, 야당은 각각 5명씩 10명을 제시하고 있다.
여야는 오는 8일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간 협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한 뒤 10일쯤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열람 및 공개 방식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당초 여야 합의 당시 요구대로 회의록 전문과 녹음기록물, 부속자료 일체가 공개되지 않을 경우 논란 종식이란 목적은 달성하지도 못한 채 정치적 폭거라는 오명만 남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입맛대로 유리한 내용만을 발췌해 공개함으로써 끝모를 '해석 논란'만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관계 파악에 방점을 두고 있는 반면, 새누리당은 논란 종식을 위한 NLL 수호 여야 공동선언을 제안하고 있다.
한편, 국가기록원은 회의록 등 관련 자료를 오는 15일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