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통령 기록이 없는 나라에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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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 소재 국가기록원 산하 나라기록관 전경. 오대일기자

 


- 우리 기록물 관리 수준, 조선시대보다도 못해
-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우리 기록 문화에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
- 이런 사태를 겪고 나서 이제 어느 대통령이 기록물을 남기려 하겠나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7월 2일 (화)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승휘 명지대 교수 (한국기록학회 장학원)


◇ 정관용>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녹음기록물 등등 결국 일단 국회의원 열람까지는 가능하게 됐습니다. 그다음 어디까지 또 공개될지. 이건 아직은 애매한 상태이기는 합니다만. 그런데 이 기록물 관련 전문가들은 이건 해서는 안 된다라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네요. 기록물 관련 전문가들로 기록된 기록관리단체협의회가 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 법을 훼손하는 행위다 강력 비판했는데요. 그 목소리 들어보죠. 한국기록학회장 맡고 계십니다. 명지대학교 이승휘 교수. 안녕하세요, 이 교수님.

◆ 이승휘> 안녕하세요.

◇ 정관용> 기록관리단체협의회라고 하는 게 어떤 어떤 단체들이 모여 있습니까?

◆ 이승휘> 그러니까 기록관리학회가 두 개가 있습니다.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관리학회. 그다음에 기록관리 현장에서 뛰는 전문가들이 모인 전문가협회라고 하는 것이 있고요. 그다음에 이제 각 기록 대학원 주임교수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그다음에 기록의 정보공개를 주로 하고 있는 NGO로써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라고 있는데요. 이 여섯 개가 모여서 협의체를 구성한 거죠.

◇ 정관용> 그럼 기록물 관리와 관련된 전문가 분들은 다 여기 들어가 있군요.

◆ 이승휘> 거의 다 모였죠.

◇ 정관용> 자, 오늘 기자회견까지 하셨는데. 우선 기자회견까지 열게 된 취지부터 설명해 주세요.

◆ 이승휘> 이게 너무 급작스럽고 빨리 진행이 되고요. 하루아침에 갑자기 대화록이 공개가 되어버린 상황이라서 굉장히 급히 일주일 전에 모였고요. 그다음에 각 단체의 회원들이 있으니까 그분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서명을 받아서 오늘 성명서를 발표했는데요. 그래서 이제 더 이상 공개 쪽으로 나가면 안 된다라고 했는데 오늘 또 국회에서 통과가 되어 버렸네요.

◇ 정관용> 그러게 말이죠. 그러니까 안 되는 이유는 뭡니까? 기록 관련 전문가들이 보기에 이건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 이승휘> 사실은 이게 참 어떻게 보면 오늘 이 통과된 것은 실망을 넘어서 절망적인데요. 정상회담의 대화록이 정쟁으로 공개가 된다라고 하는 것은 정말 신생국도 아니고 아주 높은 수준의 왕조실록을 갖고 있는 우리 기록문화를 본다면 정말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단언하건대 대통령 기록이 없는 나라에 살게 됐다, 이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대통령 기록이 정쟁으로 이렇게 멋대로 공개가 된다면 어느 대통령이 기록을 남기고 또 보존하겠습니까? 그래서 이번의 사태로 엄밀히 말해서 대통령 기록은 우리나라에 이제는 없을 것이다라고 하는 그런 절망감에 빠져듭니다.

◇ 정관용> 기록 공개와 기록 보존 사이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이승휘> 그러니까 원래는 공개를 하기 위해서는 보존이 되어야 하거든요. 기록을 생산해서 보존을 안 하면 공개할 게 없지 않습니까?

◇ 정관용> 맞아요.

◆ 이승휘> 대통령 기록은 극히 정치적이어서 엄중하게 보존을 해 주어야 생산을 하고. 그리고 이게 시간이 돼서 공개할 때는 공개를 해서 역사적인 평가를 받도록 마련이 되어 있는 거거든요. 그중의 하나가 대통령 기록물 지정 기록물 제도라는 걸 만들어서 대통령이 자기가 생산한 기록의 일정한 기록은 지정 기록물로 지정을 하면 15년간 제한을 할 수가 있습니다. 15년이라는 거는 대통령의 재임기간이 5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3번이 지나가는 거예요. 미국은 12년입니다, 4년씩 돼서. 그래서 그 이후 공개를 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더군다나 정상회담의 기록은, 이거는 또 상대가 있는 것 아닙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이승휘> 미국 같은 경우는 이런 건 30년간 보존을 하고 또 공개를 할 때에도 상대방에게 의견을 구하는 게 관례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상대국 정상에게.

◆ 이승휘> 그렇죠. 그런데 우리는 그것도 없이 공개가 되어 버렸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공개를 어느 정도 엄격히 제한을 해 두어야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기고 보존할 수 있는데.

◆ 이승휘> 그렇죠.

◇ 정관용> 그 공개에 대한 제한을 함부로 풀어버리면 아예 남기려고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 이승휘> 그렇죠.

◇ 정관용> 조금 아까 언급하셨던 조선왕조실록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해당 왕은 보지도 못했다면서요?

◆ 이승휘> 보지도 못했죠. 보지도 못한 걸 억지로 보자고 한 왕이 연산군이거든요. 그걸로 인해서 무오사화가 일어났고 수많은 사람이 정말로 피비린내 나는 정쟁이 이루어졌는데. 사실은 그 피비린내 나는 정쟁이 문제가 아니고 실질적으로 그 시대, 연산군 시대에는 기록을 안 남겼습니다. 거의 이런 상황이니 사관들이 기록을 남길 엄두가 안 나는 거죠. 사실은 더 큰 문제는 정쟁보다는 아예 기록문화가 없어지는 거죠.

◇ 정관용> 조선왕조실록을 만들던 그 당시에도 해당 시기의 왕은 볼 수조차 없었다.

◆ 이승휘> 볼 수 없었죠.

◇ 정관용> 그다음 왕은 바로 볼 수 있었나요?

◆ 이승휘> 그거는 정치에 참고가 되라고, 그래서 실록을 만든 거거든요. 그러니까 볼 수 있게 했고. 자기 자신의 재임기간 때에는 그것으로 인해서 정치적인 개입이 될 수 있으니까. 공정한 기록을 남길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한 거죠.

◇ 정관용> 조선시대부터 우리는 그런 정도의 문화를 갖고 있었는데.

◆ 이승휘> 그렇죠.

◇ 정관용> 지금 이게 또 갑자기 조선시대보다 더 옛날이 되어 버렸다 이 말씀이시군요.

◆ 이승휘> 전혀 기록을 안 남기다가 이제 대통령기록관리법이 만들어져서 기록물을 처음 남겨 놓으니까 처음 남겨놓은 것 갖고 이렇게 정쟁이 이루어지는. 아주 어떻게 보면 지금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만들어진 지 6년 됐거든요.

◇ 정관용> 그게 노무현 정부 때였죠?

◆ 이승휘> 그렇죠. 그런데 뭐...

◇ 정관용> 그럼 노무현 대통령 이전 김대중 정부 때까지는 남아 있는 대통령 기록이 거의 없습니까?

◆ 이승휘> 거의 없죠. 있는 것 자체가 예를 들면 그때까지 한 30만여 건이 남아 있거든요. 노무현 정부 참여정부 때 200만 건이 남겨져 있으니까 어느 정도인지도 알 수 있고.

◇ 정관용> 김대중 정부 이전을 다 합해서 30만 건이라고요?

◆ 이승휘> 그렇죠.

◇ 정관용>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 이승휘> 네.

◇ 정관용> 그래요.

◆ 이승휘> 그러니 그것도 남겨져 있는 것도 실질적으로 볼 만한 기록은 거의 없고요. 흔히 말하는 정상회담 회의록을 아마 지금 한-미 정상회담을 무수히 했는데. 그 기록을 보려면 미국의 기록보존소에 가야지.

◇ 정관용> 우리는 없어요?

◆ 이승휘> (웃음) 아마 없을 겁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대화록을 이렇게 남기니까 이걸 갖고 정쟁이 되는. 참 어떻게 보면 이게 합리적으로 생각하기에 힘든 그런 상황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번에 국회에서 이렇게 통과되기 이전에 이미 국정원에서.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자료는 대통령 기록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그냥 비밀등급을 낮춰서 공개를 해 버렸잖아요, 사실. 그건 어떻게 보세요?

◆ 이승휘> 그러니까. 그것도... 참 우리가 기록물이라고 하는 것은 생산자라는 게 있습니다. 영어로는 크리에이터라고 하는데. 대통령 기록물은 대통령 및 그 보좌기관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산한 기록을 대통령 기록물이라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남북 정상회담의 대화록은 그걸 생산하는 사람이 두 사람 아닙니까? 대통령이랑 상대편. 김정일 위원장이었을 텐데. 따라서 이건 거기에 혹시 국가정보원이 참여했더라도 그 기록은 대통령기록물이지. 거기에 예를 들어 속기사가 참여했다고 해서 그게 속기사의 기록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 정관용> 물론이죠.

◆ 이승휘> 그런데 거기에 참여해서 거기에 했던 녹음이 잘 풀리지 않으니까 국정원이 녹음기가 좋으니까 가서 풀라고 해서 갖고 있었다. 이거를 갖고서 이거는 국정원 기록이고 일반 공공기록물이다라고 하면. 예를 들어서 대통령 기록물이라고 하는 그 자체의 의미가 없어지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이 남북 간의 대화 이런 거 할 때 참고하도록 하기 위해서. 대통령 기록관에 가버리면 못 보니까 국정원이 한 부 갖고 있어라라고 했다는 거거든요.

◆ 이승휘> (웃음) 그러니까 국정원이 그 당시에 참고하라고 했어도 그 기록은 대통령 기록물이기 때문에 그 대통령 지정 기록물의 관리에 따라서 관리가 돼야지. 예를 들어서 부인에게 줬거나 자식에게 줬을 때 그걸 막 사용하면 안 되거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지금 그런데 국회가 법률적으로는 일단 하자가 없는 상태까지 해서 열람 공개요청까지 된 상태인데. 그러면 법의 정신에 따르면 이걸 국회의원들이 가서 보고 말이죠. 대통령 기록관장이 지정한 장소에 가서 보고. 그다음에 국회 발언을 통해 면책특권을 이용해서 일반 국민한테 다 이렇게 공개해도 되는 겁니까? 안 되는 겁니까?

◆ 이승휘> 그러니까요. 지금 왜냐하면 3분의 2 이상의 국회의원 동의를 받았으니까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지 않느냐라고 하는데 사실은 좀 더 우리가 따져보면. 국회의원들이 이걸 왜 열람하려고 하는가. 즉, 말하자면 대화록 원본을 보고 지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문제인 NLL을 포기했느냐 안 했느냐고 하는 걸 국회의원이 검증을 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지금 나와 있는 회의록도, 저희들도 충분히 그 대화록에서 어떤 평가가 나올지 예측했던 것처럼 한쪽은 무조건 포기라고 그러고. 한쪽은 무조건 아니라고 했던 원래의 이른바 정쟁에서 벗어날 것도 없습니다, 지금.

◇ 정관용> 사실은 똑같은 거 아닌가요? 국정원이 공개한 거랑 지금 보겠다는 거랑.

◆ 이승휘> 그러니까 결국 이것은 이 대통령 지정 기록물을 열람을 해서 정쟁이 종결되지는 결코 않고. 아마 더 큰 정쟁의 시작일 뿐이거든요. 따라서 이 열람을 하려고 하는 이유가, 예를 들어서 쉽게 말하면 NLL 문제라고 하는 건 남북문제 아닙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이승휘> 그러면 북쪽에서 지금 NLL을 갖다가 이전 대통령이 포기한다고 했으니까 해라. 이렇게 했으면 열람해도 되는데. 상대측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데 우리끼리 지금 하고 있어요, 자기 나름대로. 참 그러니 이게 결과는 아무 소득도 없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기록학계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 들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승휘> 네.

◇ 정관용> 한국 기록학회장 명지대 이승휘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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