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군 유해, 전사한 적은 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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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방문 중에 파주 적군묘지에 묻혀 있는 중국군 유해를 송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류옌동 국무부총리는 “비가 떨어지는 것처럼 멀리 가더라도 반드시 조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중국속담을 인용하며 고맙다는 뜻을 밝혔다.

◇ 비가 땅으로 내리듯 사람은 고국으로

전쟁에서 전사한 적군의 유해는 통상 군사정전위원회를 거쳐 송환된다. 6.25 전쟁의 군사정전위원회는 UN과 북한군이 당사자이기에 중공군 유해는 지금까지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북한으로 인도됐다. 1997년 이후에는 북한이 인수를 거부하고 있다. 이럴 경우 우리는 UN군 사령부의 동의를 구해 중국하고 직접 협상을 벌여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중국이 돌려 보내달라고 요청한다는 전제가 있다.

중국은 전사자 유해를 돌려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할 것인가?

“비가 땅으로 떨어지듯 반드시 조국으로”... 류옌동 부총리가 언급한 속담은 속담일 뿐 중국의 원칙은 아니다. 전사자 처리에 대한 중국의 원칙은 어떤 것일까?

중국 혁명을 이뤄낸 마오쩌둥(모택동)은 큰아들을 6.25전쟁에 내보냈다. ‘내 아들을 빼놓고 다른 이의 자식만 전선에 내보낸다면 어찌 지도자일 수 있겠느냐’라며 전쟁터로 떠나보냈다. 마오쩌둥의 아들은 전사했다. 그러나 마오쩌둥은 아들의 시신을 북한 땅에 묻도록 했다. 아들의 시신을 중국으로 옮겨 오려면 북한 땅에서 숨진 36만 중공군 모두의 시체를 옮겨오는 게 먼저이지 자신의 아들만 송환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은 인해전술이라는 말을 만들어 낼만큼 과다한 인구를 가졌고 전쟁에서의 사망자 규모도 막대했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전사자 유해를 현지에 묻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유해를 보내도 가족을 찾아 줄 확률은 크지 않다. 6.25 전사자 묘역을 따로 만들지도 않을 공산이 크다.

◇ 숨진 적은 더 이상 적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장에서 장례를 치른다. 화장해 납골당에 일정 기간 안치했다 평장으로 땅에 봉분 없이 묻는다. 오래된 전통은 아니다. 공산혁명 이전에는 중국대륙 자체가 ‘거대한 묘지’라고 불러도 될 만큼 크고 작은 묘지가 가득했다. 1930년대 조사로 중국의 묘지면적은 남한 면적보다 넓었다. 중국은 연간 평균 사망자 수가 6백만 명이다. 중국 인구는 세계인구의 20%를 훌쩍 넘고, 농사짓는 땅은 세계경작지의 7%밖에 안 된다. 갈아 먹고 살 땅도 없는데 엄청난 속도로 불어가는 묘지를 그냥 둘 수는 없었다. 결국 모택동 혁명정부는 1956년 화장을 법으로 정하고 시신을 관에 넣어 매장하는 토장제도를 금지시키는 ‘장묘문화혁명’을 단행했다.

북경시 근처에 팔보산이 있는데 여기에는 혁명공묘가 있다. 지난 58년 만들어진 혁명공묘에는 국가지도자나 고위 간부들의 납골만 역시 모두 평장으로 묻혀 있다. 지금은 ‘장묘문화 제2혁명’ 운동도 벌여서 시신을 화장한 뒤 그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추세로 가고 있다.

총리 저우언라이(주은래)는 자신의 유해를 조국 산하에 뿌려 달라고 유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1976년 그가 사망하자 화장한 뒤 비행기로 전국을 돌며 유해를 뿌렸다. 덩샤오핑(등소평) 주석이 직접 뿌렸다고 전해진다. 죽어서 조국 땅을 차지할 것은 없지만 조국 곳곳에 머물고 싶다는 그의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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