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임원 연봉이요? 은행 신입 수준…박탈감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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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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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금격차 ②]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

유명한 원숭이 실험이 있다. 한 마리에게는 맛있는 포도를 주고, 다른 한 마리에게는 맛없는 오이를 준다. 그러면 오이를 받은 원숭이는 먹을 것을 내동댕이치며 화를 낸다. 원숭이를 분노하게 만드는 불평등은 우리 사회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바로 임금격차다. 당신은 자신의 월급봉투에 만족하는가 아니면 내동댕이치고 싶은가.

최근 5.30 노사정 일자리 협약을 통해 노사정은 일하는 사람간의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CBS는 매주 두 차례씩 2주에 걸쳐 우리사회 양극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임금격차 문제를 살펴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저임금 문제다. [편집자 주]

 

유명 보험회사에서 영업과 직원교육 등을 담담했던 김 모(45)씨는 15년 전 영업에 대한 심한 압박과 매번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6년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찾은 일은 한 중소기업 총무회계 담당 업무였다. 이직 첫 달, 김 씨가 처음 받아든 월급봉투에는 100만원도 채 들어있지 않았다.

“정말 허탈 했어요. 시급으로 따져보니 1700원 꼴 이었죠. 전에 받던 월급의 반으로 줄었는데 정말 1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았는데 충격이었습니다.”

당시 외환위기 이후 구직이 마땅치 않았던 탓에 김 씨는 이후 꼬박 15년을 한 직장에 근무하며, 최근 회사 임원 자리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의 임금은 여전히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사 직함을 단 김 씨의 월급은 4,600만원 선. 요즘 은행 신입직원 연봉과 비슷하다.

금액이 적은 것보다 더욱 비참한 것은 상대적 박탈감. “중소기업에서는 직함이 의미가 없어요. 대학 동기들 평균 연봉이 7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씩 하는 거 볼 때면 상대적 박탈감 빈곤감이 너무 크죠,”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특히 2,3차 하청업체간의 임금격차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보다 더 정도가 심각하다.

모 대기업의 2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박모씨는 지난 여름부터 하청업체의 수습직원으로 일했다. 6개월의 수습기간동안 박 씨가 한 달 꼬박 번 돈은 100만원 안팎. 그 때는 순수하게 시간당 4860원 최저임금으로 책정된 임금만 받았다.

6개월의 수습기간이 끝나고 지난 1월 정규직이 되고나서야 여기에 600%의 상여금이 붙었고 그나마 150만원 이상의 월급이 보장됐다. 하지만 기본급이 최저임금인 것은 변함이 없다. 박 씨는 “애들 급식비 내고 나면 월급의 1/3은 없어진다. 학원도 안 보내고 그냥 최저 생활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이 적다고 내 생활에 비관하거나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월급 편차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같은 시간 일하는데 누구는 600 받고 누구는 200 받고...그 편차만 좀 줄여주면 좋겠어요.”

◈ 대기업 비정규직보다 못한 하청업체 정규직

실제로 기업규모에 따라 임금은 큰 격차를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월별근로실태조사 통계를 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 월급은 414만원이었지만, 중소기업 평균은 그의 65%인 286만원에 불과했다. 특히 9명 이하 영세기업의 월급은 대기업 절반수준인 230만원에 그쳤다.

이렇게 임금격차가 나는 이유는 중소기업 생산성이 대기업의 28% 수준(2011년 기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수출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은 상당수 중소기업을 대기업 하청업체로 전락시켰고, 낮은 생산성은 결국 저임금으로 이어졌다.

한 회사 사무실에서 한 여직원이 상사와 업무 협의를 하고 있다. 김민수 기자

 

때문에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단가후려치기 등 중소기업을 쥐어짜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대기업 노조도 하청업체의 인건비가 적정하게 책정되도록 회사에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등 기업과 노조가 사회적 책임을 함께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센터 이남신 소장은 “노조 역할이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어서 그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본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을 전제로 노조도) 격차를 벌리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임금인상을 조율하고 전체적인 사회적 영향력도 고려하는 등 병행해서 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대기업에 종속된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저숙련 저비용 구조를 바꿔야 한다.

고용정보원 이시균 연구위원은 “그동안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요구한 가격을 맞추기 위해 저숙련 저비용의 로우로드(Low Road)전략을 구사해 왔다”며 “고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하이로드(High Road)전략을 쓸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대책’이 어느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덧붙여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내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세밀한 직무분석에 입각한 직무급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때가 됐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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